동지가 지나고 명절인 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만에선 담장 밖 토끼가 집안을 기웃거리며 호랑이에게 나가라고 하는 시기라고 표현하네요.

80년대 대만에서 처음 맞이하던 설(春節, 過年)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떠들썩했습니다. 밤에 터뜨리던 폭죽이 지금은 불법이 되었지만, 당시는 가가호호 모두 자정에 폭죽을 터뜨렸습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났을 정도로 처음엔 놀랐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줄 알았으니까요.

더 큰 문제는 매일 찾던 아침 식당이 문을 닫았습니다. 여기고 저기고 굳게 닫힌 식당 문을 바라보다 터덜터덜 돌아왔었지요. 편의점 빵으로 보름을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중국 사람들은 추시(除夕)라고 하여 섣달그믐, 즉 설 전날 밤 모든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것을 ‘年夜飯’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설날 아침에 온 가족이 모여 설상을 차리고 떡국을 먹는 풍속과 같습니다.

이 풍속은 동남아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곳에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화교 문화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둥그런 테이블에 둘러앉아 면에다 몇 가지 음식을 얹어 함께 먹는데 장수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에서 이 '年夜飯'을 상품으로 판다고 합니다. 집에서 차리는 것이 아니라 음식점에 예약하고 그곳에서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전통이나 미풍양속이란 이름하에 그동안 여자들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가족이란 그 어떤 조직이나 집단과는 다른 존재로 우리 영혼 속에 자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설 연휴는 元宵節인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집니다. 당시 참 당황스러웠지요. 관공서도 일주일 이상 쉬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설 명절엔 TV를 틀거나 오가는 사람들 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첫마디가 ‘꽁시파차이(恭喜發財)’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부자 되세요!” 의미입니다. 거기에 더 덧붙여 ‘萬事如意’나 ‘身體健康’도 언급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새해 덕담으로 ‘부자 되세요!’가 크게 유행하였지요. 아마 카드회사 광고 문구였지요?

중국에선 과일에 의미를 담아 선물로 활용합니다. 동양화에 자주 등장하는 복숭아는 장수를 의미합니다. 산해경에 나오는 판타지 이야기로 만년 빙설 곤륜산 꼭대기 빙궁에 서왕모가 살고 있고, 그곳에서 나는 복숭아를 먹고 장생불로한다는 설화 때문에 어린 동자가 복숭아를 들고 있으면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그림입니다.

사진 : TAOBAO
사진 : TAOBAO

한자 발음에 근거하여 감(柿)은 중국어 발음이 사(事)와 같아 ‘事事如意, 萬事如意’의 의미로 쓰이고, 사과(蘋果)는 蘋과 平의 발음이 같아 ‘平安, 平平安安’의 의미입니다. 또 신년 시무식에 귤이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 분재를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귤은 ‘大吉大利’를 의미합니다. 귤(橘)의 속자, 간체자인 길(桔) 둘 다 “쥐”로 발음합니다. 이 桔의 생김이 吉과 비슷해서 발음은 “쥐”와 “지”로 다르나 그냥 ‘대길하십시오’란 의미로 사용합니다.

아직 호랑이해가 다 가지 않았지만 다가올 토끼해 계묘년엔 “부자”되시고, “萬事如意”  그리고 "平安"하시며, “大吉大利(크게 길하고 이로운) 한 해가 되길 대만에서 기원합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