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순 경 주민센터에서 하는 요가 수업이 폐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다니는 요가 수업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11월 초순에 2022년까지만 하고 그만둔다고 주민센터에 말을 해놨는데 후임 선생님을 구하지 않고 폐강한다고 하셨다.

수강생들은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 우리 수업은 등록률 100%이고 참여율도 항상 70% 넘는 열성 요가 팬들이 오는 수업이다. 수강생 의견도 묻지 않고 선생님 그만둔다고 폐강하다니... 이런 일이 어디 있나? 하면서 웅성대다가 주민센터 담당자에게 해결방안은 없는지 물으러 갔다.

담당자는 선생님을 구할 수 없어서 폐강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선생님을 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공지 내고, 접수 받고, 면접 보고 하면 한 달 정도 소요되는데 이미 늦었다고 했다. 그러면 왜 진작 선생님을 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선생님  구하는 것은 다른 직원이 담당하는데 그 직원이 휴가니까 내일 문의하라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동안 나는 요가 수업 수강생들과 어떤 관계를 튼 적이 없다. 물론 전화번호도 없다. 이 수업은 60세 이상 고령의 여성들을 위한 수업이다. 그분들은 한탄만 할 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내가 나섰다. 단체 행동에 찬성하는16명 전화번호를 받아 단톡방을 개설했다.

그다음 날 담당 직원에게 전화했다. 조목조목 따지니까... 처음엔 동아리식으로 수강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해보라고 했다가... 수강생들이 단체로 항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니까...  당황했는지 선생님만 구하면 폐강하진 않을 테니 아는 선생님 계시면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때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아... 그 선생님. 몇 년 전에 동네 길거리에서 만났을 때 여성센터에서 요가 수업하신다고 했는데... 성함도 잊어버렸지만... 그 선생님이 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직원에게 여성센터 요가선생님의 인상을 설명하고 전화해서 수소문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여성센터로 달려갔다. 마침 정통 요가 수업에 자리가 딱 하나 비어 있다고 했다. 수강 신청을 해야 선생님 성함을 알려줄 것 같아서 수강신청을 하고 성함을 물었다. ‘황00’ 맞다. 그 선생님이다. 이렇게 착착 맞아떨어지다니... 신기했다.

3일 후 수강생들은 혹 몰라서 탄원서를 만들어 갔다. 탄원서를 본 담당 직원은 놀라면서 우리를 복도로 데리고 나오더니 여성센터 선생님께서 오시기로 해서 수업은 폐강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성함을 확인했더니 ‘황00’ 선생님. 그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올 1월 무사히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황 선생님을 만나 다시 해본 아치 자세. 온몸이 뚫린다는 요가 자세다. 18년 전에 해보고 다시 해봤다. 아직 완전한 아치 자세는 못하고 있다. 머리를  바닥에서 들여올려야 하는데 이상하게 무서워서 못하고 있다. 다시 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https://m.hani.co.kr/arti/society/health/846596.html
황 선생님을 만나 다시 해본 아치 자세. 온몸이 뚫린다는 요가 자세다. 18년 전에 해보고 다시 해봤다. 아직 완전한 아치 자세는 못하고 있다. 머리를  바닥에서 들여올려야 하는데 이상하게 무서워서 못하고 있다. 다시 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https://m.hani.co.kr/arti/society/health/846596.html

황 선생님은 지난 글(요가 선생님과 나의 마음 그릇)에 소개한 나의 첫 요가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후에 자신을 주민센터에 소개한 수강생이 나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셨다.

“미경씨, 나 인생 헛살지 않았나 봐. 깍쟁이처럼 산 줄 알았는데... 미경씨 덕분에 다시 인생을 불태울 수 있게 되었네.” 하고 좋아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황 선생님은 여성센터에서는 17년, 문화센터에서는 25년 요가 수업을 진행하셨다. 한 곳에서 그리 오래 요가 수업을 하셨으면 인품과 실력이 인증된 분이다. 그런 분이 다시 나의 요가선생님이 돼서 너무 좋다. 18년 전 인연이 이렇게 다시 이어지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새삼 세상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다시 소환될 수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지워져 버린 사람일까? 인간관계에서 너무 깊은 개입보다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단순하게 살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내가 만났던 그들에게 인상 찌푸려지는 사람으로 남겨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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