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 대한민국이나 대만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선 개혁 진보세력인 민주당 정권이 물러나고 보수당 국민의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섰고, 대만에선 중간평가 성격의 단체장 선거에서 진보세력인 민진당 차이잉원 정권이 참패당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삶과 직결이 되는 경제지표는 대한민국과 대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웃 국가들이 서로 대등하게 잘 사는 것이 국가 안보나 국민의 삶에 더 좋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탈 아시아론(脫亞論)을 주창하던 일본은 탈아입구(脫亞入歐)라고 하여 일찌감치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에 속했다며 따로 놀다가 자민당 장기 정권에 몰락을 거듭하였지요. 이미 몇 년 전에 구매력 지수에서 한국에 뒤처졌고. 한국에 무역보복 한다고 큰소리치다 오히려 한국에 역전당하기 직전이었습니다.

국가별 1인당 GNI 순위/자료 발췌 : 나무위키
국가별 1인당 GNI 순위/자료 발췌 : 나무위키

2021년에 일본은 24위 40,704달러, 한국은 27위 35,168달러로 뒤를 좇고, 대만은 33,402달러로 29위에 올랐습니다. 1년이 지난 2022년에 반대로 대만은 35,513달러로 성장하였습니다. 한국과 순위를 바꿔 27위가 되었고, 일본과 한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28위와 30위로 내려앉았습니다.

2005년 1인당 국민소득 49위. 최초로 대만을 앞지른 해/출처:프레시안
2005년 1인당 국민소득 49위. 최초로 대만을 앞지른 해/출처:프레시안

2005년 한국이 대만을 처음 역전시킨 후 18년 만에 다시 대만에 역전을 당한 셈입니다.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앞으로 더욱 그 간격이 커질 거란 사실에 우울해집니다. 대만은 앞으로 가고 있고, 한국은 뒤로 가고 있습니다.

대만은 이미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총 6기의 원전 중에 1차 1, 2호기는 폐쇄되었고, 2차와 3차 4기는 2025년 종료하기로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건설 중이던 4차 1, 2호기는 건설 중지했고요. 그 대신 재생에너지와 클린에너지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 발전과 태양광 에너지가 이미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만 친구 말에 의하면 한국이 두 분야에서 굉장히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많은 장비를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반도체를 압도하는 TSMC는 클린에너지 정책으로 향후 수출에 아무 제한이 없지만, 한국의 클린에너지 정책은 뒤로 가고 있지요.

반대로 한국은 구조상 또는 정책의 오류로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수출에 크게 의존합니다. 국가와 국가 간의 거래이므로 제품이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외교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2022년도에 일본을 앞지르지 못하고 대만에 역전당한 주요인이 무역적자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선거 때부터 탈 중국 친미 친일을 주장하더니 나토에 가서 교역량의 1/4이 넘는 중국을 벗어나 유럽에 물건을 팔겠다며 탈 중국 선언을 했지요. 덕분에 대통령에 취임한 5월부터 대중국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습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무역수지 1년  133억 달러 적자 /출처: 나라경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무역수지 1년  133억 달러 적자 /출처: 나라경제

무역적자가 발생하면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달러보다 수입하느라 나가는 달러가 더 많다는 의미지요. 달러가 줄어들면 달러 가치는 올라가니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물가는 올라가니 주머니가 헐렁해집니다. 과거 규모가 작은, 노동력에 의존하던 시기에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잘 되지만, 지금의 구조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단가가 올라가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수익구조가 더욱 나빠지는 상황으로 몰립니다.

무역적자가 지속되자 한때 달러당 1,100원 언저리에서 오르내리던 환율이 1,450원까지 올라갔지요. 계속 이어지면 IMF 상황이 또 옵니다. 그동안 쌓아둔 달러 보유고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 무역 적자가 지난달(1월)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1년 무역적자와 맞먹는 기록(126억 달러)을 냈고, 그 무역적자의 40%가 대 중국 적자입니다.

2022년 무역적자 462억 달러로 사상 최대…14년만의 적자(윤석열 정부 이후 적자발생)/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 2.1
2022년 무역적자 462억 달러로 사상 최대…14년만의 적자(윤석열 정부 이후 적자발생)/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 2.1

문재인 정권 때 일본의 무역보복에 맞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보복에 사용한 제품이 불화수소와 같은 반도체 후공정 소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순도만 높이면 되거나, 다른 나라에서 대체할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일본 공급회사들이 자기들이 살려고 한국에 공장을 세워 납품하였기에 일본이 더 큰 타격을 입고 대만에도 밀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은 대체 불가입니다. 반도체 필수소재인 희토류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두 세배 올려도 안 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기 동력을 사용해서 움직이는 모든 모터에는 자석이 들어갑니다. 그 자철석 원자재도 중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나쁜 기업이라도 해외에 공장을 세우면 돈을 벌어 한국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그 돈을 보내는 방법이 한국물건을 중국으로 들여가며 그 이익을 한국에 남기는 방법이었고, 그 방법으로 지난 수십 년간 수출 흑자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 루트가 깨졌습니다.

앞으로 우리 미래 먹거리라고 하는 전기자동차, 그리고 자동차 배터리. 그 배터리 소재의 90%가 중국산입니다. 어떻게 감당하려는지요?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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