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공개에 부쳐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가 50여일 동안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벌여 27일 ‘한겨레 윤리는 어디에서 실패했나’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한겨레는 진상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독자·주주·국민들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와 함께 다짐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1월5일 이번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한겨레를 향한 비판은 매서웠습니다.

1988년 창간과 함께 윤리강령, 윤리강령실천요강을 제정하고 촌지 등 언론계의 악습을 없애는 데 앞장서온 한겨레에서 거액의 돈거래 사건이 벌어진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일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할 소명을 안고 탄생한 한겨레가 어느덧 ‘기득권 언론’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잖았습니다. 이번 사건이 비단 기자 개인의 일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에 냉정히 저희를 돌아봅니다. 한겨레 전체의 윤리 의식이 무뎌지고 경계심이 해이해진 결과라고 엄중히 받아들입니다.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지적하듯, 한겨레에 존재하는 윤리강령과 윤리강령실천요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윤리위원회는 내실 있게 사전 교육과 예방조처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한겨레 기자가 그럴 리가 없다’는 믿음에 기대어, 회사 차원의 시스템을 갖추는 데 소홀했음을 인정합니다. 돈거래 사실을 알고도 장기간 묵인했던 간부의 문제는 한겨레가 그토록 강조했던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스스로는 무관심하고 둔감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사건이 일부 구성원의 일탈에서 촉발됐지만, 사전 통제와 조기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건 결국 조직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깨끗하다’는 자만이 깔려 있던 건 아닌지, 남을 비판할 때 들이대는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 대해선 예외로 뒀던 건 아닌지 통렬히 반성합니다.

한겨레는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긴장감과 경계심을 높여 비상한 각오로 윤리 의식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윤리위원회뿐 아니라 인사위원회, 감사 등 회사의 관련 기구들을 면밀히 살펴 윤리 경영과 내부 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간부들이 이해충돌에 경각심을 갖고 엄정히 대처하도록 간부 윤리 시스템을 강화하겠습니다.

적잖은 분들이 한겨레 신뢰의 위기가 단지 윤리 문제에서만 온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진실 추구’를 사명으로 하는 언론은 언제나 진실 앞에 겸허해야 함을 다시 새깁니다.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 편집국 내 취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점들도 드러났습니다. 취재 시스템과 관행을 혁신하겠습니다. 독자·주주·국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외부와의 소통 창구를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법조를 비롯한 출입처와 기자단 문제에 대해 권력 감시와 비판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독자와 주주, 국민들의 많은 비판과 질책은 아직 한겨레가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 언론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만큼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변화와 쇄신을 이뤄나가겠습니다. 3월 새 경영진과 편집국 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실천하겠습니다. 한번의 보여주기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치열한 논의를 통해 고통스럽더라도 단단하게 변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국민의 신뢰 없는 한겨레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한겨레 윤리는 어디에서 실패했나’ 보고서 요약

▶‘한겨레 윤리는 어디에서 실패했나’ 보고서 전문 PDF

 

옮긴 이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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