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시설하는 삭도(케이블카, 곤돌라를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함)가 금년 들어서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였다. 그동안 환경영향 평가와 보완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행되어 왔던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시설 사업이 국책연구기관을 비롯한 관련전문가들이 사업타당성의 부적합 의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조건부 승인되면서 사실상 설치가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앞으로 산악형 국립공원이 위치하고 있는 지자체에게 너도나도 동일한방식의 사업 추진에 동력을 제공하게 되는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산을 숭배해 온 민족이고, 산은 신성한 대상이었다. 우리 역사의 최초의 국가 (고)조선은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가 있는 신시에서 부터 비롯되었고, 삼국시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제도적으로 제사를 지내는 산악이 명시되어 있고, 조선조에서 편찬한『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1,816개의 산(군현 경계를 이룬 중복된 명칭 포함)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산에 대한 기록도 적지 않다. 조선 시대 유산기만 해도 560여 편이 알려져 있고, 조선 정조때 성해응의 『동국명산기」, 승려 설잠의 『묘향산지』, 서명보의 『풍악기」, 신경준의 『산경표』 등과 현대에 들어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간한 한국의 산지 등이 산을 기록한 문헌들이다.

산에 대한 기록은 산이 우리의 삶에 미친 영향력을 보여 주는 것이며, 현실적으로도 우리는 산에 기대에 삶의 터를 일구고, 먹거리를 비롯한 산업 조재료 자원을 산으로부터 얻어 왔다. 이러한 산 가운데 우리는 특별하게도 명산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브리태니커 세계대백과사전(1996) 산 항목에는 한국의 명산이 백두산, 한라산과 더불어 10개소가 소개되고 있고, 산림청에서는 2002년 세계산의 해를 기념하여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국립공원만해도 2023년 현재 19개의 산을 지정하고 있다. 10개의 명산, 더 나아가 100대 명산, 국립공원은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대표적인 산이라 하겠다.

우리는 산이 많은 나라다. 전 국토의 63%가 되는 산지를 가지고 있다. 산이 우리나라에 몇 개소가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조선 8도로 구분되는 시절 육당 최남선은 3천 개가 있다고 하였다. 육당은 함경도와 평안도는 높은 산이 있기 때문에 1,000미터가 넘는 곳만 산으로 하고, 나머지 6개도는 500미터가 넘으면 산으로 한다는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라 하였다. 이러한 산의 높이를 평균하면, 482미터라고 한다. 아시아 평균 고도가 960미터라고 하니 상당히 낮은 편이라 하겠다.

'산'이라는 정의에 따른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적인 높이 기준은 없다. 산은 많고 가용할 땅은 좁은 국토 현실에서 보면 산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산의 개발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인자들을 고려해야 한다. 현대 과학도 그러한 복합적인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는 없다.

산은 기류의 흐름과 연계하여 기상조건을 좌우하고, 산은 물과 연계하여 하천을 형성한다. 성글게 보아 기상과 하천만으로도 산에 대한 개발결과에 따른 바람과 물길의 변화는 우리 생활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의 경우 산의 원형을 허무는 일이 없고, 조심스럽게 지형 조건에 순응하는 개발형태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막대한 환경영향을 줄이고 산과 사람의 생활환경이 상생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인 것이다.

우리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더구나 산을 존중하고 산과 더불어 살아온 전통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생각은 산에 편히 오르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사항이 추가된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에는 1962년 서울 남산에 케이블카 시설을 한 이후 1970년 (2002년 재설치시설공사) 설악산 권금성 코스를 비롯해서 13개 시도에 65개소(2022년 말 기준)가 설치되었다. 국립공원의 산 가운데는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전체 시설가운데 6개소는 운영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이고, 이용부진에 따른 적자운영상태에 허덕이는 곳이 다수 알려져 있다. 

최근 신문 기사(한국일보 2023.4.1)에 의하면, 총 10곳의 관광용 케이블카 (현재, 관광으로 허가된 곳은 41개소)를 조사한 결과 흑자를 내는 곳은 설악산 권금성과 경남 통영을 제외하고는 거의 이용자가 없이 비어있는 상태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대다수의 케이블카가 만성적자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공공연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케이블카 사업의 현실이 이러한 애물단지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자체는 케이블카 사업이 지역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장미빛 환상”을 가지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반대하며 저항하고 있는 박그림 씨는 "온몸을 다해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에 저항하겠다"라고 말합니다. ⓒ장영식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반대하며 저항하고 있는 박그림 씨는 "온몸을 다해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에 저항하겠다"라고 말합니다. ⓒ장영식

케이블카를 비롯한 유사한 산지개발 시설 사업은 실패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해당 시설지를 배경지역에 상시 거주 인구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살고 있고, 시설지역 인근의 대도시도 인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를 운영하려면 매년 적어도 100만 명 이상이 해당시설을 방문해야만 가능한 것인데, 우리나라 어디에 그러한 곳이 있을까.

신문 기사에 의하면, 영남알프스 얼음골케이블카는 2013년 개통 첫해에 2억 원의 흑자를 낸 뒤로 줄곳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2018년 이후에는 매년 10~15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경우 케이블카로 수익을 내는 기간은 초기 2~3년에 불과하다. 이후로는 적자가 계속되어 '지자체의 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에 케이블카를 비롯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경우, 적어도 우리 역사에서 명산으로 언급되고, 현대에 들어서 100대 명산으로 지정된 곳, 국립공원은 피해야 한다. 산은 현세대가 이용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미래세대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풍수적 이유로 쇠말뚝을 박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케이블카를 놓으면서 내가 박는 쇠말뚝은 상관없는 것일까. 또 하나는 여러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자는 것이다. 100% 의견일치는 어렵겠지만 과반수의 의견이라면 반드시 반영하여야 한다. 그것이 한정된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 본 글은 (사)숲과문화연구회 격월지인 ‘'숲과 문화' 제 32권 2호에도 게재된 글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박봉우 주주  pakbw@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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