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사제연대는 지난 24일 저녁 수원교구 성남동성당에서 월요시국미사를 열었다. 지난 3월 20일 전주에서 '윤석열 정부 퇴진'을 촉구하는 미사를 시작으로, 지난 4월 10일에는 서울광장에서, 4월 17일에는  마산 창동사거리 미사에 이어 세 번째 월요시국미사다. 다음 주 5월 1일(월요일) 시국미사는 광주광역시 5.18 광장에서 미사를 열 예정이다. 

성명서 전문은 아래와 같다. 

 행동 없으면 죽은 믿음

1. 광주대단지사건

1971년 8월 10일, 서울시의 무허가주택 철거 계획에 따라 경기도 광주군에 강제이주하게 된 주민 5만 명이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였다. 줄곧 ‘폭동’, ‘난동’으로 불리다가 50년이 지나서야 ‘8·10 성남민권운동’이라는 어엿한 이름을 갖게 된 해방 이후 최초의 도시빈민투쟁이었다. 그 시절 없는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만고풍상의 현장에 서고 보니 마음이 무겁다. 갈수록 배부른 자들의 횡포는 모질어지고, 불운한 약자들은 하루하루 시들어 가고 있다. 광주대단지에 휘몰아쳤던, “이게 아닌데”, “이건 아니야”, “이렇게 살 수는 없어” 하던, 생존을 위한 ‘격정激情’이 다시금 솟구쳐서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말끔히 태워주기를 기도한다.

좋은 쪽으로 기운이 모아지기만 하면 신바람이 나서 못 해낼 게 없는 한국인데 방향을 잘못 잡는 바람에 생명을 억누르고 서로를 짓밟으며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 묻는다. 한 때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그려 다녔다는 그의 이마에서 지금 우리는 다른 글자를 보고 있다. ‘미칠 광’狂.

 

2. 155밀리 포탄 오십만 발

자주국방의 상징, K-9 자주포에 들어가는 155밀리 포탄 오십만 발이 사라지고 있다. 전시 대비를 위한 전방 이동이 아니다. 지구상 어디서도 구하기 어려운 ‘희귀 자원’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향하고 있다. 교전 당사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없도록 해둔 현행법 위반이다. 때문에 155밀리 포탄은 이제 한반도에 없다. 육군이 무장해제를 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포탄 지원에 이어 대통령의 ‘말폭탄’까지 터졌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귀띔한 것이다. 미국은 반색했지만 러시아는 “적대적 반러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 행동에 달려 있다.”며 도발했다. 남의 집에 불 내놓고 거기다가 부채질까지 한 셈이다. 대법 판결을 무시하고 피해 당사자들을 울려가며 <제3자 변제안>을 들고 일본에 건너가더니, 이번에는 오천만의 생명과 생계를 무시하고 <포탄 오십만 발>을 선뜻 미국에 헌납한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아주 어렵게 만들었다. 대만해협의 긴장에 대해 공연한 훈수를 두었다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스스로를 불태울 것”이라는 험악한 경고를 들은 것이다. 가만히 있는 주변 강국들의 눈을 찔러 가면서까지 일본과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니 장차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맞게 될는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사탄의 본질은 분열이다. 사탄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디아볼로스’는 ‘분열시키다’는 뜻이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분열시키고 반목을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가 사탄이다. 반면 “이 사람들이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요한 17,11) 하고 기도하면서 화해와 일치를 위해 십자가마저 수락하는 피스 메이커가 예수 그리스도다. 남북을 가르고, 여야를 가르고, 동서를 가르고, 남녀를 가르고, 노동자와 사용자를 가르고, 그리하여 상대를 적대하게 만듦으로써 권력 유지를 꾀하는 분열의 술수. 마침내 친일과 친미, 반중과 반러의 갈라치기로 선린우호 관계를 파탄내서 한반도에 전쟁을 부르는 광기를 우리는 신앙과 양심의 이름으로 단죄한다.

 

3. 한 사람의 죄가 멸망을 불러

어둠이 몰려오는 세상에 한줄기 빛을 보여 주어야 할 지도자가 7천만 겨레를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착한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 마주 오고, 좋은 사람을 만나니 좋은 일이 생기더라 했는데 어째서 우리에게 ‘윤석열’이라는 악연이 나타났을까. 도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역경이 닥쳤는지 원망스럽기 그지없으나, 더이상 기대할 것도 기다릴 수도 없게 됐으므로 당장은 그에게 맡겼던 권한을 거둬들이는 게 급선무다. 국가공동체를 파멸로 잡아끄는 저 어둔 힘을 방관하거나 용납하는 것 또한 죄의 장본인과 공모하는 크나큰 잘못이다.

“한 사람의 범죄로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죽음이 지배하게 되었다.”(로마 5,17)는 말씀과 함께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았다.”(로마 5,18)고 하였으니 흥하고 망하고는 나 한 사람에게 달려 있음을 명심하자. 명운이 달린 비상한 때이니 더욱 절실하게 기도하고, 특히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보살피자. 사랑만이 세상을 구한다.

“어느 누구도 종교를 개인의 내밀한 영역으로 가두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 종교는 국가 사회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말라고, 국가 사회 제도의 안녕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지 말라고, 그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 

참다운 신앙은 결코 안락하거나 완전히 개인적일 수 없는 것으로서, 언제나 세상을 바꾸고 가치를 전달하며 이 지구를 이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물려주려는 간절한 열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또 사목자들은 더 나은 세계의 건설에 진력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183항)

 

2023년 4월 24일

8·10 성남민권운동을 기억하며
성남동성당에서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사제연대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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