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한 나라의 지도자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집권당의 지도자로서는 물론이고 한 나라의 지도자라고 불리기에는 턱없이 역량이 부족했다. 국민이 선택을 잘못한 탓도 있지만 야당의 대권주자가 더 인기가 없었던 데에 일부의 원인이 있기도 하다.

고향에서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서클에서 만난 여자 후배와 결혼했다. 그 여자 후배는 꽤나 괜찮은 후배였는데 그 후배가 친구를 선택한 건 단 하나의 이유였다. 서클에서 캠핑을 갔는데 거기서 그 친구가 아주 꼼꼼하게 캠핑을 위한 도구들을 잘 챙기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하면 자기에 대해서도 잘 챙겨줄 거라는 기대감으로 결혼을 했건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그 친구는 여행갈 때 준비물 잘 챙기는 것, 오직 그것만을 잘 하더라는 것이다. 그 외에는 남편감으로서 빵점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혼까지 이른 건 아니지만 부부사이가 썰렁함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친구부부를 생각할 때마다 지금의 위정자를 생각하게 된다. 오직 잘하는 건 그나마 선거였고 그 선거 덕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국민을 위한 정부로 인정받지 못한 지도자, 국민의 소리와 국민을 뜻을 받들지 않는 지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제 선거마저 참패했으니 그 지도자의 앞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과연 그럴까?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제 그 유일하게 잘 하던 선거에서도 패했으니 어쩌면 선택은 매우 분명할 것이다. 국민을 받들고 국민의 뜻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면 되는 것이다.

현 위정자가 소통에 약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청와대에 갇혀 청소년시절을 보낸 탓도 일부 있겠지만 그거야 아무러면 어떤가? 대통령으로서 소통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그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아집과 독선을 내려놓고 대한민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어둡고 상처받은 소외계층을 보살피는 일이 그것이요,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와 관료주의로 인해 피해 받는 국민들을 찾아서 그들의 권익을 위해 애쓰는 일이 그것이요, 보수적인 관료들의 서류보고만 믿지 말고 직접 민의를 찾아 나서서 국민의 뜻이 지향하는 곳을 앞장서서 행하는 일이 그것들이다.

여당의 패배로 선거가 끝난 오늘 아침 위정자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라경제를 살리기 위해 창조경제를 부르짖는 것도 좋지만, 위정자로서 자신을 재창조하고 스스로를 혁신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신뢰를 주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그럴 때에야 비로소 국가 경제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 선거참패를 계기로 스스로를 혁신하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하늘에서 낸다는 말이 있다. 이를 믿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나라의 지도자가 된 사람은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사명과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역할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심사숙고하며 민의를 살펴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하늘이 낸 지도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지도자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안주하면 안 된다. 잘못된 지도자상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 영국의 대처수상은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그나마 그 시절에나 통했던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영국도 아니고 글로벌상황도 급변해있다.

부디 2016년의 대한민국 지도자로서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할 창조적인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일까? 그것이 기적이 아니고 현실로 다가오기를 바란다면 아직도 순진한 국민일까? 그도 아니라면 시민사회의 연대와 단합된 힘이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2012년 9월 24일 오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5·16 군사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의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553160.html)

그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국민을 받드는 자세로 머리를 숙여야할 차례가 되었다. 과연 그녀가 그럴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