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분명 강자가 있고 약자가 있다.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인간의 욕망과 지배욕이 빚어낸 결과이다. 약자는 늘 탄식과 한숨을 벗 삼아 살아가고, 강자는 약자의 탄식으로 자신의 배를 채운다. 약자의 탄식이 없다면 강자의 이익도 없기에 강자는 밥이 주식이 아니라 약자의 탄식이 주식인 것이다. 플라톤의 <국가론>에 등장하는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지만, 인류 역사는 약자의 탄식을 줄이고 강자의 부당한 권력을 억제시키는 것을 제도화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그런데 현대 정치에서 강자는 약자의 전략을 채택해왔다. 말하자면 '약자 같은 강자'로 보여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약자 같은 강자'의 모습을 전략으로 삼아왔다. 야당이 합의를 안 해줘서 경제법안 처리가 늦어 경제정상화에 실패했다거나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정국을 운영하는데 차질을 빚었다던가 하는 대국민호소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전략은 보수층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중도성향의 국민을 향한 것이기도 했는데 묘하게도 이런 전략이 먹혀들어갔다. 광화문 집회에서 일부 성난 시민들이 철통같은 방어막을 친 전경 버스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방송에 내보내는 전략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중도성향의 국민들은 진보세력을 향해 혀를 차곤 했다.

반면에 야당과 진보세력은 어떠했는가. 약자이면서도 '강자 같은 약자'의 이미지가 구축되어 있다. 19대 국회에서 과반수를 넘지 못했던 야당의 모습은 약자임에도 마치 힘 있는 강자같은 모습을 종종 연출한다. '강자 같은 약자'의 모습이다. 그것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지 여부는 아랑곳 않고 오직 야당의 정략적 입지를 굳히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커녕 국민의 질타를 받기 십상이었다. 진보진영이 광화문 집회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연출한 것도 '강자 같은 약자'로 보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런 모습들 모두가 중도 성향의 국민들이 진보세력에게 등을 돌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여당이 '약자 같은 강자'를 자처한 것은 나름 훌륭한 전략이라면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나 진보진영의 '강자 같은 약자' 모습은 전략도 아니거니와 굳이 전략이라고 한다면 실패한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은 언제나 약자편이다. 한 국민의 정서는 늘 약한 자를 향해 있다. 세력이 약한 진보세력이 세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뜻을 표출하기 위해 힘을 집결하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강자 같은 약자'의 모습을 더 이상 국민 앞에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4.13 총선을 계기로 국회의 주도권을 쥔 야당이나 열세에 처한 여당이 다 같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더 이상 당리당략에 몰두해서는 안 되며,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트라시마코스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집단 내부에 의리와 신뢰가 없다면 강자는 강자의 이익을 추구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보다는 타인과의 신뢰와 의리를 지키는 방법이 더 많은 이익을 담보한다. 한 국가 내에서도 강자나 특정 세력의 이익 추구보다 국민 전체의 신뢰와 의리를 통한 공익 추구가 더 많은 이익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약자같이 보이는 강자'도 부질없는 짓이고, '강자같이 보이는 약자'도 무익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여야를 막론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 약자들을 위한 진정한 약자들의 평화미사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현 위정자가 '약자 같은 강자' 전략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느니 하면서 읍소를 하는 권력자의 위선적인 행태 말이다. 그러나 악어의 거짓 눈물로 한번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두 번 국민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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