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한겨레, 2023.7.27.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101913.html?_ga=2.269020018.222166759.1691123511-224284533.1684366304)
사진출처(한겨레, 2023.7.27.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101913.html?_ga=2.269020018.222166759.1691123511-224284533.1684366304)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하여 민주당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요구서에는 종점 변경 경위와 제반 절차에 대한 의혹, 특혜 의혹 인물들의 토지 취득 경위 등을 주요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정의당 의원 심상정이 ‘간단한 해결 방안’을 들고 나왔는데, 그것은 “노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최적안을 검토하고, 강상면 안이 나온다면 김건희 여사 일가는 부동산을 매각하면 된다”고 했단다. 이른바 ‘정의당’에 속한다고 하는 심상정이 정의를 ’경제적, 물질적 최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심상정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왜 문제가 되는지 그 근본조차 가늠하지 못 하고 있다. ‘최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준이 모호한 것이지만, 심상정이 말하는 ‘최적’에는 물질적 요인이 크게 개재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정신적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심상정은 정의의 요지가 경제적 이익이라고 보고 있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확실한 것 같다. “강상면 안이 최적인 것으로 나온다면 김건희 여사 일가는 부동산을 매각하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심상정의 눈에는 모든 것이 경제적 이해관계로 연결된다. 어떤 과정으로 양서 종점이 강상으로 바뀌었는지 하는 데 대한 개념이 전혀 없고, 다만 그 경제적 이익이 어떤가 하는 것에만 관심이 가 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는 간데없고, 또 있을 수 있는 어떤 불법과 편법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돈만 게워내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심상정은 틀렸다. 이 문제는 양서(원안)와 강상(김건희 처가 땅이 있는 곳으로 변경된 안) 종점 중에서 어느 것이 최적안인가 하는 것이 아니라, 변경의 과정이 절차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진행되었다는 데 있다. 설사 서울-강상이 서울-양서보다 100배 더 최적의 노선이라고 해도, 절차를 무시한 변경 행위는 정당화되지 못한다. 절차를 무시하고 주민 의견도 무시하고, 누군가의 자의, 독선에 의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전진선 양평군수가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을 추진하기 위해 인터넷 게시글을 올렸는데, 거기에 그곳 주민이 반대 의견을 달았단다. 그랬더니 전진선 군수가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그 주민에게 전화를 걸어 거친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이 일화는 고속도로 종점 변경이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관료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고, 주민의 반대 의견은 공적 절차가 아니라 사적으로 억압, 무시하려 했던 그간의 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직자인 군수가 개인 주민을 억압했다.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은 그렇게 추진되었다. 그런데 심상정의 눈에는 절차의 유린, 개인 시민에 대한 공권력의 억압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직 물질적 결과로서의 ‘최적’만 문제가 되었다. 이것은 정확하게 ’개발독재‘ 사고방식이다. 심상정은 오래 정의당 대표를 지냈다. 그 정의당의 정의는 개발독재식 정의였다. 권력의 공직자 관료가 시민 개인을 협박, 억압하고, 돈이 모든 것을 재는 기준이 되는 개발독재식 정의.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최자영 주주  paparuna999@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