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윤석열 퇴진 16번째 월요 시국미사
윤정부의 폭거와 무능, 자의적 통치행위를 묵과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를 불덩이에 몰아넣고 우리 미래를 폐기하는 일이다.
괴물 통치 시대, 부끄러움과 수치를 잃은 참담한 시대에, 우리는 비둘기처럼 순박하고 뱀처럼 슬기롭게 우리 공동체를 위해 끝까지 인내하며 지치지 않고 싸워 나갈 것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8월7일 늦은 7시30분에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16번째 미사를 열었다. 70여 명의 사제, 40여 명의 수녀, 1,200여 명의 평신도와 시민들이 미사 후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공평네거리, 씨지브이(CGV)대구한일극장을 거쳐 1.5㎞가량 행진했다.

7일 저녁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월요 시국기도회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과 시민 1000여명이 모였다. 김규현 기자(출처 :한겨레 신문)
7일 저녁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월요 시국기도회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과 시민 1000여명이 모였다. 김규현 기자(출처 :한겨레 신문)

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3월  전주에서 '윤석열 정부 퇴진'을 촉구하는 미사를 시작으로, 지난 4월10일 서울광장, 4월17일 마산 창동사거리, 4월24일 수원교구 성남동 성당. 5월1일 광주 5.18 광장, 5월 8일 춘천교구 애막골 성당, 5월15일 5․18민족민주열사묘역, 5월22일 의정부 주교좌성당, 6월5일 인천교구 주안1동 성당, 6월12일 원주 봉산동 성당, 6월19일 청주 흥덕성당, 6월26일 제주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7월10일  안동 목성동주교좌성당에서,  7월17일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7월24일 대전 대흥동성당에서 15번째 시국미사를 열었다. 

7일 저녁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월요 시국기도회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과 시민 1000여명이 모였다. 김규현 기자(출처 : 김규현 기자) 
7일 저녁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월요 시국기도회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과 시민 1000여명이 모였다. 김규현 기자(출처 : 김규현 기자) 

17번째 미사는 다음 주 8월14일 늦은 7시30분에 시청역 7번 출구 숭례문 앞 도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폐막 미사다.

7일 저녁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월요 시국기도회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과 시민 1000여명이 모였다. 김규현 기자(출처 :한겨레 신문)
7일 저녁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월요 시국기도회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과 시민 1000여명이 모였다. 김규현 기자(출처 :한겨레 신문)

미사 말미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 송년홍 신부는 "새만금 잼버리대회에 참여한 세계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잘못 뽑아서... 힘내시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꼭 바꿀 테니까"라고 말했다. 대구에 계시는 많은 분들이 시국미사를 기다려왔다고 들었다며 내년에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사제단 미사를 열겠다고 재삼 약속했다. 

다음은 대구 시국미사 사제단 성명서 전문이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연대회의' 김문주 교수가 낭독했다. 

비둘기처럼 순박하고 뱀처럼 슬기롭게(마태 10,16)

우리는 이 싸움을 치러나갈 것이다

 

 

종말의 묵시록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지 이제 15개월이 되었다임기 60개월 중 4분의 1일이 지났는데우리는 이미 너무 고단하고 고통스럽다우리의 일상 곳곳을 잠식한 코로나 3년의 후유증이 여전히 생생하고국제정세의 불안으로 정치·경제 상황은 날로 험악해지는데다 인류의 탐욕이 초래한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의 삶 전체가너무 위태롭다종말의 묵시록을 목도하고 있는 듯하다오송 지하차도에서 열넷의 사람이 죽었는데 공무를 맡은 이들의 윤리적 해이와 책임 떠넘기기는 여전하고 정치인들은 자기 정치에 골몰해 있다남편을 보내고 자식을 잃은 이들의 슬픔과 상처는갈 곳이 없다생때같은 자식들을 이태원의 거리에서 떠나보낸 부모들이 오송 지하차도의 유족을 위로하는 생경한 풍경이 잔인한 풍경 앞에서우리는 어떻게 있는가무엇을 하고 있는가생명이 새털처럼 가벼워진 지금-이곳의 난국을오 어찌하랴.

 

159명이 거리에서 횡사했는데 국정의 최고책임자는 사과의 말 한마디한 바 없고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자연재해이지만 인재이기도 했던 오송의 참사 또 한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학교에서 생을 마감하여 자신의 억울함과 교단의 부당한 현실을 알리고자 했지만우리는 지난 5월에 이와 유사한 죽음을 이미 겪은 바 있다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건폭으로 몰아간 이 땅의 현실을 향해 죽음으로써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고자 했다죽음으로 죽음이 덮이고통곡이 또 다른 통곡에 의해 잦아드는 이 참담한 상황을 어찌하랴죽음이 전하는 목소리를 우리 공동체가 받아내지 않고서 억울한 죽음들을저 창자를 끊는 울부짖음과 소리죽여 우는 내 형제·자매의 흐느낌을 어찌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본성과 정치의 부재

 

우리는 국민이기 이전에 먼저 인간이어야 하며법에 대한 존중보다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더 중히 여기는 것이 옳은 일이다. <시민의 불복종>의 저자 소로우(H.D. Thoreau)의 말이다교실의 인권이 과연 법과 규정으로 바로 세워질 수 있는 일인가법적 책임이 없으면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저 무치(無恥)의 법기술자들에게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맡길 수 있겠는가맹자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 본성 넷을 기초로 하여 공동체의 운영과 정치의 지혜를 생각하였다어짊()의 실마리인 측은히 여기는 마음의로움()의 실마리인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의 실마리인 감사하고 양보하는 마음()의 실마리인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이 넷을 모든 인간의 본성이라 했건만윤석열 정부에는 측은히 여기는 마음도부끄러워하는 마음도양보하는 마음도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도 없으니지금-이곳에 정치가 부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저들에게는 상대 진영에 대한 미움과국민을 피()와 아()로 가르는 분열의 책동만이 있으니이를 어찌하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정치는 우리 모두가 동일하지 않은 존재라는 인간의 복수성에 대한 존중에서 오는 것이며정치 행위는 다름과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전제로 한다하여 정치는 끊임없는 대화 과정에 자신을 내놓는 일이며이는 상대와 토론하고 애써 상대를 설득하려는 태도에 기초한 행위이다정치는 폐기처분하고 국민을 다스림의 대상으로 하는 통치행위만 창궐한 윤석열 정권윤석열 정부는 자기 진영만을 상대로 하는 노골적인 분열과 갈등의 책동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그것은 이곳의 현실을 끔찍한 분쟁의 장으로 만드는 행위이며우리의 미래를 강탈하는 행위이다.

 

대구의 과거와 현재

 

이곳 대구는 한말에는 의병운동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과 국채보상운동의 가장 중요한 거점이었으며해방기에는 민족의 역사를 실천으로서 고민했던 ‘10월항쟁의 도시였다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끊어낸 4월혁명의 맨 앞자리에 대구의 2.28이 있었으며 박정희 군부독재 시기에는 자신의 젊음을 내놓은 청년의 도시우국의 도시였다장기간의 군부독재 기간을 통과하며부패한 권력을 비판하고 권력의 폭력에 저항했던 야도(野都)로서의 대구는 이제 실종되고오직 영남 출신 기득권-정치집단의 기만과 오만에 온전히 포획되어 정치적 조롱과 혐오의 섬으로 전락한 땅이 된 지 오래이다항일과 우국의 도시가 지금-이곳의 대구와 무슨 관련이 있으며, 2.28이 오늘의 대구와 무슨 상관인가.

 

무도無道의 시대와 야만의 행렬

 

그럼에도 우리는 절망하지 않으며우리의 촛불을 다시 든다소수가 무력한 것은 권력에 순응하고 있을 때이다개와 돼지는 백만아니 천만이어도 개와 돼지일 뿐이지만비판의 촛불을 드는 우리는 적지만 결코 소수일 수 없다성서의 <판관기>에 등장하는 13만의 미디안 군대에 대항했던 3백의 기드온 병사들처럼정의에 대한 순수한 갈망과 지치지 않는 인내로서 우리는 우리의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작은 물결이 거센 노도(怒濤)를 만들어 내듯이소수가 전력을 다한다면 거스를 수 없는아니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공자는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부()하고 귀()하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 바 있으니이 무도(無道)의 시대에 나와 내 가족만의 안위를 위해 차마 편히 지낼 수는 없는 일이다그것은 부끄러운 삶이다나와 내 가족의 삶이 소중한 만큼하느님이 조성한 내 이웃의 생명 또한 귀한 것이다.

 

한국사회의 전 영역이 처참하게 붕괴되고 있다노동자를 조폭으로 몰아가는 노동 탄압기업의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을 외면하는 친기득권 정치헌법적이고 굴욕적인 일본강제징용 제3자변제안분단된 한반도 상황에서 균형감각을 포기하고 이웃 국가들을 갈라치기하는 호전적인 외교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 탄압, 159명의 죽음에도 어떤 책임도 느끼지 않는 10·29이태원참사일본 정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대응몰상식과 몰염치의 양평고속도로,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진 동시 해임 시도국제적 망신이 든 잼버리대회 등 … 끝없는 반동과 참사가 줄을 잇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폭거와 무능그리고 자의적인 통치행위를 묵과하는 것은 우리의 공동체를 불덩이에 몰아넣는 일이며우리의 미래를 폐기하는 일이다.

 

환대의 도시생명의 땅을 위한 기원

 

대구는 오만한 통치자들이 참사와 실정(失政때마다 기만적인 환약(丸藥)을 제공하는 맹목(盲目)의 환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이는 자신의 과오를 돌아볼 줄 모르는 저 통치자들을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도 불가능하게 하는끔찍한 괴물로 만드는 일이다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우리 사회 전체에그리고 우리의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그러한 따뜻한 환대는 우리 공동체 안팎의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살피고 돌보는 일에 마땅히 돌려져야 한다권력자들에는 준엄한 비판의 채찍을 들 줄 알고 약자들에게는 따뜻한 환대를 베푸는 건강한 시민들의 도시를우리는 꿈꾼다권력자를 살찌우는 패역한 땅이 아니라 수난에 처한 이들을 살리고 북돋우는 생명의 땅이 되기를 우리는 간절히 소망한다.

 

척박한 도시 대구에서우리는 다시 촛불을 든다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은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권력의 과오에 대한 마땅한 비판을 선동정치로 돌려세우고 국민의 정당한 생명권의 요청을 괴담으로 몰아가는 이 뻔뻔한 괴물 통치의 시대부끄러움과 수치를 잃은 이 참담한 시대에우리는 비둘기처럼 순박하고 뱀처럼 슬기로운 마음과 태도로써 우리의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끝까지 인내하며 지치지 않고 싸워 나갈 것이다하느님과 한반도의 역사가우리의 길에 동행할 것이다.

 

 

2023년 8월 7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구시국미사추진위원회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대구경북대전환연대()

 

<오마이 TV> 대구시국미사 성명서 영상 

 

참고 동영상 : https://youtu.be/fTSTNYLeXGQ
참고 사이트 : http://www.sajedan.org/sjd/bbs/board.php?bo_table=sjd07_01&wr_id=15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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