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의 ‘호갱’ 윤석열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직무 유기하는 국회 다수의석 민주당 탓
캠프데이비드에서 바이든이 뭐라고 하든, 미국 국민이나 의회는 걱정할 것이 없다
국방·안보 관련 사안은 미 의회 승인 없이 바이든이 아무것도 못 해
국방·안보 관련 사안도 대통령이 독주하도록 방관하는 한국 국회는 허수아비
미·일이 한국을 윤석열 독재국가인 것쯤으로 여기고, 한국 국민을 우습게 본다

22일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원전 오염수 독을 바다에 방류하지 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방류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과 변호사들은 오염수 방출의 주체인 도쿄전력을 상대로 방류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로 했다. 원고단은 후쿠시마현 내 주민과 어민으로 구성된 100여명이 원고로 소송에 참여하여 9월8일 후쿠시마지방재판소에서 1차 소송, 10월께 원고를 더 모아 2차 소송에도 나설 방침이다.(사진 및 기사 출처, 한겨레. 2023.8.23.)
22일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원전 오염수 독을 바다에 방류하지 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방류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과 변호사들은 오염수 방출의 주체인 도쿄전력을 상대로 방류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로 했다. 원고단은 후쿠시마현 내 주민과 어민으로 구성된 100여명이 원고로 소송에 참여하여 9월8일 후쿠시마지방재판소에서 1차 소송, 10월께 원고를 더 모아 2차 소송에도 나설 방침이다.(사진 및 기사 출처, 한겨레. 2023.8.23.)

“일본 앞잡이, 윤석열 몰아내자”. 매주 시청, 용산, 광화문 등지에서 들어 올리는 촛불혁명의 구호 중 하나이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윤석열 개인이 일본 앞잡이인가의 여부가 아니다. 개인은 누구의 앞잡이가 될 수도 있고, 그것은 개인의 기호와 선택의 영역이고, 타인이 이래라 저래라, 콩 놔라 팥 놔라 할 수도 없고, 한다고 그이가 반드시 듣는다는 보장도 없고, 다만 선택에 따르는 책임과 응분의 대가를 지면 된다.

문제는 그런 개인의 기호와 선택이 한 나라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가의 여부이다. 이것은 윤석열 개인이 아니라 제도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면, 그것이 곧 한국 국민 민초가 찬성하는 것이 되고, 그래서 일본이 무대가리 오염수 방류해도 되나? 80% 한국민이 반대해도 윤석열만 찬성하면 되나? 또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이른바 한·미·일 정상 셋이서 보란 듯이 사신 찍어 사방 퍼뜨리고, 한·미·일 군사협력 운운하면 그게 바로 기정사실로 둔갑하나?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윤석열이 일본 앞잡이, 미국의 ‘호갱(호구)’이기 때문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 그 같은 일탈의 개인을 견제하는 제도 자체가 한국에는 부재하거나,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고, 그 가장 큰 책임은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 하는 무능한 입법부 국회에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안보와 국방 관련 사안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바이든이 혼자 마음대로 못 한다. 반드시 미 의회의 인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무슨 공약을 했다 해도, 그것이 그대로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관례를 벗어난 어떤 영역으로 발전하는 경우에 필히 그러하다. 그래서 캠프데이비드에서 바이든이 뭐라고 하든, 미국 국민이나 의회에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 바이든이 엉뚱한 짓 하면, 바로 미 의회에서 추달하고, 고삐를 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대통령 윤석열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짐짓 눈감고, 아니, 사실 눈감는 정도가 아니라, 적어도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대놓고 조기 방류를 해달라고 적극 요청한 바 있다고 하질 않나, 미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공식 표기한다고 해도 입 꾹 다물고 있지를 않나, 일본이 분명 한국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한결같이 ‘입꾹닫’, 드디어 미국 가더니 데이비드캠프에서 한·미·일 간 일종의 군사공조 공약 같은 것에 서명했다고 한다.

이런 윤석열의 행보를 통해 한국 자체가 제도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문제가 노정된다. 하나는 국회가 아주 무용지물로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 하고, 그 결과 한국이 행정부 독재의 나라가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둘째, 미국 바이든과 일본 기시다가 이런 한국의 사정을 잘 알아서, 한국 국민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고, 윤석열만 구워삶으면 만사가 형통하는 줄로 아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과 일본의 행정부 수반이 한국 국민을 업신여기는 것은 고삐 풀린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 하는 국회 탓이다.

한국 국민 80%가 반대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묵인, 혹은 적극 조장하는 것은 민의를 저버리는 독재로서 탄핵사유가 된다. 영토의 침략을 묵인하는 것도 탄핵 사유이다. 국회는 이 같은 대통령의 자의적 결단, 혹은 직무 유기를 시간의 지연 없이 즉각 저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차제에 행정부의 독주를 국회에서 견제하는 절차를 확실하게 입법화할 필요도 있다. 이런 질곡은 윤석열 개인을 나무라고 말 일이 아니다. 그것은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 기능의 작동 여부에 관한 제도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캠프데이비드에서 바이든이 뭐라 하든, 미국은 끄떡없다. 국방과 안보에 관한 한 의회의 승인 없이 바이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말 바꾸면, 이번 캠프데미비드 협의는 한·미·일 간 새로운 내용의 평등 공약이 아니라, 미·일 양국이 한국 국민에게 주는 겁박의 전언(메세지) 같은 것일 뿐이다.

윤석열이 미·일 정상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한국 국민을 겁주고 기죽이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윤석열을 넘어, 바이든과 기시다가 한국 국민을 호갱 취급하고 있다. 그 책임은 현재로서 적시에 제대로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 하는 국회 탓이다. 하릴없이 그냥 앉아가지고 윤석열에게 손가락질하고 하릴없이 비난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 국민을 호갱 취급하는 것은 당장에 기시다가 8월 말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서두는 꼴에서 드러난다. 윤석열을 넘어 한국 국민 민초는 아예 그 안중에 없다는 뜻이다.

미국이 한국 민초를 호갱 취급하는 것은 데이비드캠프 공약의 내용을 미국이 원문 이상으로 과다하게 확대 해석하고 한국에 그것을 강요하는 데서 드러난다. 미국에는 아무런 변화나 영향을 줄 수 없는 그 공약을 빌미로, 유독 한국민에게 공약에도 없는 내용까지 강요하고 겁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자체에서도 언론은 이 공약이 획기적 이정표라도 되는 듯, 의미를 부여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 국민을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음모에 다름 아니다.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이라는 짧은 발표문이 공표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한-미, 미-일 상호 방위 조약을 대체하지 않고 “국제법 또는 국내법하에서 권리 또는 의무(obligation)를 창설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이 공약을 두고 미국 쪽에선 ‘의무’라는 표현을 거듭 쓰고 있다고 한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정상회의 전날 브리핑 때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서로 신속하게 협의한다는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이 의무(duty)임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한겨레, 2023.8.20.) 공약 문서에도 없는 말을 해대는 것을 보면, 일본뿐 아니라 미국도 한국을 알기를, 마음대로 강요할 수 있는 나라, 봉으로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국제법 또는 국내법 하에서 권리 또는 의무(obligation)를 창설하지도 않는” 공약(약속)을 두고, 한겨레(2023.8.19.)는 3국 간의 '준 군사동맹'이라고 부를 만한 약속으로 ‘역사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아무리 큰 의미를 공약에 부여하고 싶어도, ‘준’ 군사동맹이라고 한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이것은 군사동맹으로서의 위상을 가진 것이 아니다. 미국은 의회 승인 없이 바이든이 함부로 ‘군사동맹’을 맺을 수가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미·일 정상 셋이서 캠프데이미드에서 만났다는 겉껍데기 형식을 가지고 떠들어대는 것일 뿐, ‘역사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내용이 텅 비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 공약에 “3자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하여, 다영역(multi-domain)에서 정례 실시”한다고 하는데, 정상회의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제이크 설리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중·지상·해양·수중·사이버·기타 모든 영역(all domains)에서 다년간의 군사훈련 계획을 약속”, “이는 단지 1년 또는 3년간이 아니라 매우 광범위한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은 공해에서 미사일방어(MD), 대잠수함 등 여러 해군 연합훈련을 실시해왔으나, 육군(지상) 연합훈련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훈련은 실전을 상정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일본 육상자위대의 한반도 전개라는 극히 민감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감히 일본 군대가 한국 땅에 상륙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나?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한국은 이미 독립국가가 아니다. 윤석열이 혼자 결정으로 일본 군대를 한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나?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이미 대한민국은 민주 아닌 독재의 국가가 된다.

바이든은 나아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3국 정상들과 외교·국방 장관 등의 정례 회담을 “단지 1년이나 그다음 해만이 아니라 영원히 개최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역시 합의 문서에 없는 내용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도 한·미·일 3자 관계를 뒤로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게 이번 정상회의의 목표라고 강조해왔으나, 이번에 발표된 합의 문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약이 아닌 정치적 선언문에 불과하고, 나아가 회담의 영구적 참여(지속)를 약속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겨레 논평에 따르면, 이들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상들의 ‘정치적 합의’에도 담기지 않은 내용을 의무화·영구화하며 자신들의 외교적 업적을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한겨레, 2023.8.20.)

미·일은 물론 한국 행정부 수반(대통령)이 작당하여 한국 국민을 허수아비로 내몰려는 이 같은 ‘코스프레(겉모양)’를 연출하지 못 하도록 원천적으로 봉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차제에 국방, 안보 관련 사안은, 미국과 같이, 국회의 재가(裁可) 없이 행정부에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명시적으로 못 박을 필요가 있겠다. 그러나, 그런 입법 이후가 아니라, 현재로서도 국회는 당연히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중단시켜야 한다. 다음 총선을 기다리는 시간적 지연은 행정부를 견제할 국회의 권한, 책임, 의무를 배반, 유기하는 것, 정당 중심의 이기주의에 편승하여 국민 민초의 피해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최자영 주주  paparuna999@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