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국민께 드리는 8대 약속>에서 피력한 선거제도 개혁 3대 원칙은 국회의 책무 아닌 구성에만 관련한 것
민주당은 위법, 불법의 행정부 견제의 국회 책무를 원천적으로 포기할 결심
국회의장 김진표 등 국회는 의원 정수 50명 늘려서 비례대표로 돌리기 위해 혈안
정당공천제 타당성 여부에는 눈 감고, 늘리고 싶은 국회의원수만 가지고 여론조사 해
지역구 선출의원보다 비례대표의원이 정당의 물밑 공천 장사의 폐단을 더욱더 가중
여론 무시하고 의원수 증대하려는 국회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묵인, 조장하는 윤석열 행정부는 그 나물에 그 밥

72% 시민 반대 무시하고 비례대표 의원 50명 늘리려는 국회의장 김진표 (사진출처: 한겨레, 2023.7.4.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98683.html?_ga=2.241463361.231317823.1693659643-224284533.1684366304)
72% 시민 반대 무시하고 비례대표 의원 50명 늘리려는 국회의장 김진표 (사진출처: 한겨레, 2023.7.4.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98683.html?_ga=2.241463361.231317823.1693659643-224284533.1684366304)

<민주당이 국민께 드리는 8대 약속>(2023.8.29.)의 7번째는 “양당 독식 완화·비례성 강화·소수정당 원내진입 등 3대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내걸었다.

민주당의 이 약속은 현재 국회가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정곡을 찌르지 못 하고, 어디를 향해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방향 감각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반증하고 있다.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혁”으로 민주당이 이해한 3대 원칙이란, 국회가 어떻게 행정부, 사법부를 견제할 것인가의 책무가 아니라, 국회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말하면, 정당끼리 적당하게 의석 나누어 먹는 방법만 읊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 독식’, ‘소수정당 원내 진입’ 등은 의석 배분에 관한 것이다. 민주당은 양당이 독식하지 않고, 군소 정당도 끼워 넣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또 ‘비례성 강화’라고 했는데, 무엇의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것인지, 모호한 것 같지만, 어쨌든 이 3대 원칙이란 것이 모두 국회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 3대 원칙을 내걸면서, 짐짓 빠뜨린 것이 있다. 그것은 월권, 불법을 일삼는 윤석열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 본연의 기능과 책무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비례성이란 것이 국민의 뜻을 비례에 맞게 잘 반영해서 군소 정당에도 의석을 골고루 배분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 ‘군자연(君子然, 군자인 체)’하는 선의의 표출은 놀랍게도 민주당이 행정부를 견제하는 투쟁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 위법, 불법, 월권의 행정부와 갈등하지 않겠다는 결심의 표출이다.

민주당은 원천적으로 행정부 견제를 포기했다.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3대 원칙에 의해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난 다음 총선을 치르고 군소 정당이 들어오게 되면, 국회 내 구성이 복잡하고 의견이 다양해서 행정부 견제는 더욱더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국민께 드리는 8대 약속>의 3번째는 “국민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무능에 대한 책임을 묻고, 권력 사유화와 권력형 게이트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하는 것이다. 과반수 의석 민주당이 하릴없고 무색하다. 첫째, ‘무능’한 것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현재 윤석열 정부의 각종 위법, 불법 혐의를 다 간과하겠다는 결심의 표현이다.

둘째, “권력 사유화와 권력형 게이트 규명”이라고 한 것은 버스 지나가고 난 다음 손들겠다는 것, 지나간 것에 대해서 살펴보겠다는 뜻일 뿐, 미래를 경계하여 적극적으로 금지, 처벌, 예방하려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비리의 규명은 국회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법의 영역이다. 그러나 국회는 비굴한 겸양으로, 한편으로 지나간 잘잘못을 다투는 사법의 기능에다 스스로를 침잠시켜버리고, 다른 한편, 행정부 견제의 능동적 기능과 책무를 포기하고 있다.

셋째, 그 “윤석열 정부의 무능”에 대해서조차도 “책임을 묻고”라고 했으나, 어떻게 물을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묘연하다. <8대 약속> 중 1번째,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로부터 대한민국 주권을 지키겠다”고 했으나, 이런 약속은 윤석열 정부의 무대가리 종일(從日) 행각에 밀려, 현재로서 그 구체적 방법이 묘연하고, 허황하고 비현실적인 허언(헛소리) 같기만 하다.

민주당의 <8대 약속> 가운데 딱 하나는 현실적인 것 같다. 아니, 딱히 현실에 존재한다기보다 하고 싶어 집착하는 것, 그것이 ‘선거제도 개혁 3대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3대 원칙이란 것도 실로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것이다.

기득권을 조금치도 손해 보지 않고 욕심 채울 것 다 채운 다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행 기득의 지역구 의원수는 건드리지 말고,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50명 정도 의원수를 기어코 늘려서 그것을 비례대표로 돌리자는 제안이 그러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정작 50명을 늘려서 비례대표로 돌린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양당 독식 완화·비례성 강화·소수정당 원내진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비례대표를 50명 늘리면, 공천권을 주관하려는 정당의 입맛에 딱 맞는 의원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도 거대 양당으로 보면 어떤 경우에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 꽃놀이 패이다.

늘리려 하는 비례대표 50명은 정당 공천권의 노예가 된다. 공천권을 둘러싸고 정당의 물밑 공천 장사가 더 심해지고, 민심이 아니라 정당의 눈치를 보는 의원의 수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정당의 공천권이 강해질수록, 그만큼 국회에 대한 시민 민초의 발언권은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음 수순으로 정당 공천에 의한 50명 비례대표는, 민초의 정치적 발언권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국회에서 뽑는 총리가 민초가 뽑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는 의원내각제 혹은 책임총리제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실로 국회는 의원정수를 50명 늘리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언론까지 동원하여 호도하고 있다. 한 예로, 국회 정개특위(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 남인순)가 29일 총선 제도 개편과 관련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기사의 큰 제목은 “선거제도 전문가 57% ‘비례대표 확대해야’, 국회의원 정수 축소 ‘부정적’”이라고 하고, 기사 서두에는 “전문가 과반은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뒷부분, “의원 정수 축소”가 앞부분 “비례대표 확대”라는 것과 맞물려서, 얼핏 보면, 마치 의원 정수도 늘리고 비례대표도 늘리자는 의견이 더 많은 것 같은 착각을 낳게 한다. 이것이 꼼수이다.

이런 꼼수는 “국회의원 정수는 확대 47%, 유지 27%, 축소 26%”(더팩트, 2023.8.29.)라는 소제목에서 바로 들통이 난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은 47%일 뿐이고, 반대가 오히려 53%로 과반수이다. 현행 수 유지가 27%, 축소가 26%이니, 이 둘을 합치면 53%가 된다. 그런데도 큰 표제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하는 데 ‘부정적’”이라고 하여, 마치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이가 더 많은 것 같이 호도했다. 큰 제목에서는 현행 의원수 유지를 원하는 27%를 언급하지 않고 아예 빼버렸다.

큰 제목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꼼수는 앞부분의 비례대표, 뒷부분 국회의원 정수는 서로 대응하는 개념이 아닌데도, 마치 대응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도록 한 것이다. 또 “비례대표 확대해야”라는 것은 의원수 증대와 전혀 무관하다. 국회의원 수 증원 없이, 다시 말하면, 지금 같이 300명으로 둔 상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율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과반인 279명(57%)이 “지역구 의원수 축소와 비례대표 의원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대답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장 김진표는 의원 정수를 늘리고 그 늘린 정수를 비례대표로 돌리자고 주창해왔다. 가능한 한 사실 호도의 효과를 낳는 위 기사의 큰 제목은 결과적으로 그 같은 김진표의 의중을 암암리에 지지하는 꼼수가 되어 버렸다. 김진표의 의중대로 국회 의원수를 증원하기 위해, 국회 정개위와 언론이 가히 혈안이 되었다.

올해 초 민주당 국회의장 김진표는 의원 정수를 50명 늘리고, 지역구 의석은 현재 상태로 유지하고 늘린 의원 정수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돌리자는 의중을 드러냈다.(파이낸셜뉴스, 2023.3.2.) 이미 작년부터 그는 의원내각제 개헌을 지지했으며, 그것도 국민투표 없이 국회에서 개헌하자고 했다. 현행법에 개헌은 국민투표를 거치게 되어 있으나, 김진표는 국회의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서 위헌적 발언을 한 것이다.

김진표가 의원 정수를 50명 늘려 비례대표 의석으로 돌리려 하는데,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남인순이 여기에 부창부수하고 있다. 일반 민초가 아니라 ‘전문가’로 여론조사 대상을 바꾼 사실이 그런 의혹을 부추긴다. 일반 여론이 의원 정수 증원에 확고하게, 또 압도적으로 반대하니, 이번에는 여론조사 대상을 전문가로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 의견에서도 여전히 과반수가 반대하자, 급기야 기사 표제를 왜곡 조작하는 꼼수로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사게 한다.

김진표의 의중과 달리, 올해 1월 여론조사에서 국회 정개특위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반대(57.7%)가 찬성(29.1%)보다 두 배나 많았다. “선거 전에 뽑아달라고 할 때는 열심히 하겠다고 해놓고 뽑히고 나면 열심히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김진표 등 의원수 확대를 원하는 이들은 반대하는 민초를 ‘설득’하려 한다. ‘설득’이란 여론을 무시하고 위정자들이 무언가 강행하려 할 때 쓰는 용어이다. 또 ‘설득’이 안 되어도 강행하기 일쑤인데, 그 대표적 예가 대통령 윤석열이다. 윤석열은, 한편으로 이른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 사람이 찬성해도 나는 내 길을 가겠다”고 하거나, 반대하는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강요하고 억압하려 한다. 지금 보듯이,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처리수라 부르지 않거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이를 괴담, 선동, 반국가적 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그러하다.

의원 정수 확대를 원하는 이들이 구사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방법으로 김진표 등은 의원 인건비 동결, 보좌진 축소 등을 조건으로 의원수를 늘리자고 했다. 그러나 의원 세비를 고정하더라도 여론은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한다. 두 번째 방법은 이른바 ‘전문가’의 의견을 빙자하여 의원수를 늘리는 것이 맞다고 호도하는 것이다.

급기야 그 ‘전문가’(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헌법학회, 공법학회)들이 9.4-26일에 걸쳐 각 지역을 돌며 ‘국민공감 개헌 시민 공청회’를 열 것이라 한다.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이라고 내걸었으나, 불문가지 그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 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1월 국회에서 여야 막론하고 ‘초당적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이란 것이 만들어질 때부터, 이들은 정치개혁과 개헌 등의 폭넓은 개념을 쪼그려뜨려서, 자기네 편익에 따라 선거제도 변개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 의원수 줄이지 않으려고, 의원수 50명 증원하여 비례대표로 돌리려고 한다. 일반 시민 70% 이상이 증원에 반대하고, ‘전문가’들도 과반수가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정치개혁’, ‘개헌’, ‘선거제도 3대 원칙’ 등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으나, 사실은 의원수 증원을 노리고 여론몰이, 여론 왜곡에 나서고 있다.

의원수 증원하고 싶은 이들에게 “정치개혁과 개헌”이 오직 선거제도로만 수렴되는 것을 보노라면, 일국 국회의원들이 제 밥그릇 챙기는 데만 혈안이 된 것 같다. 또 국회가 자체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의원수 50명 증원하려고 혈안이 되어 설치면서 70% 시민의 반대를 백안시하는 것이, 마치 80% 국민이 반대하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묵인하고 조장하는 윤석열 행정부 같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최자영 주주  paparuna999@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