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할머니네 고양이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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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농장에 저장한 농산물을 지켜주던 아이들이다. 하필 우리가 풀어놓은 틈에 밖에 나가 죽은 채 발견됐다.
 
해마다 여름에 거둔 감자며 옥수수, 호박 따위 농산물을 농장에 저장해 두는데, 생쥐가 갉아 먹는 것을 막느라 기르던 고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뒤 몇 날 며칠 들어오지 않더니, 농장에서 멀지 않은 산기슭에 죽어 있는 아이들을 남편이 찾아 묻어 주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생쥐들은 신나게 농산물을 갉아먹고 있다.
 
아무래도 어디서 고양이 한 마리 얻어와야 하겠구나!' 하던 차에, 옆집 할머니께서 희소식을 전해주신다.
 
시내 사는 동무가 갓 낳은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라고 갖다줬다면서 조금 더 길러 한 마리를 주시겠다지 않는가?
 
할머니는 며느리가 넷이나 있어도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텃밭을 가꾸며 개, 고양이들과 함께 사신다.
 
둘 중 회색 줄무늬 녀석은 먹이를 주면 곧잘 먹고 안기며 잘 따르는 편인데, 깜장이 녀석은 밥을 줘도 나오지 않아 나중에야 슬그머니 먹고, 안으려 하면 달아나기 일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회색 줄무늬를 할머니가 키우시고 깜장을 달라고 말씀드렸었다.
 
아침 일찍 고양이를 가져가라는 연락에, 남편은 상자와 사료를 챙겨 그 댁으로 갔다.
 
남편은 차를 몰고 가서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보이는 고양이를 집어서 상자에 담아 농장으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께서 집에 찾아오셨다.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현관에 와 보니 할머니가 엉엉 울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말씀인즉, 자신이 예뻐하는 고양이를 가져갔다면서 그 녀석을 다시 달라는 것이다.
 
기르는 아이들에게 정을 주며 홀로 지내시는 분이니 심정이 오죽하랴,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남편에게 전화해 고양이를 잘못 가져왔으니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은, 할머니께서 상자에 담아 주셨는데 왜 그러시냐고 하며 곧장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다시 할머니 품에 안겨 드렸다.
 
깜장이 녀석은 그때도 광에 숨어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내가 웃으며 손짓했더니 녀석은 후다닥 옆 바구니로 옮겨가 틈 사이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나는 다시 한번 인사를 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이다.
 
남편이 녀석을 붙들려고 손을 뻗으니 쏜살같이 도망친다.
옆집까지 달려가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겁이 무척 많구나 싶었다.
 
우리는 며칠 뒤 다시 오겠다 인사 드리고 할머니 댁을 나왔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장효진 서포터즈 벗  jangbok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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