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눈물

2023년 11월 23일 경북 문경 단디마을 돌봄교실 수업 모습(출처 : 단디 마을학교 제공, 한겨레신문 김아리 객원기자)
2023년 11월 23일 경북 문경 단디마을 돌봄교실 수업 모습(출처 : 단디 마을학교 제공, 한겨레신문 김아리 객원기자)

겨울방학 동안.  돌봄 교실에서 책 놀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학년 아이들, 초등학교 1.2학년 돌봄 교실인데요, 오빠는 얼굴이 하얗고 세모지고 어두운 편이고, 동생인 1학년 여자아이는 살이 통통하고 싱글거리며 잘 웃는 얼굴에 전혀 닮지 않은 듯하였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아이들과 느낀 점을 이야기한 다음, 놀이를 시작하였습니다. 술래가 앞에 있고 아이들은 모두 뒤 사물함 쪽에 서서 술래와 가위바위보를 한 다음에  이기면 가랑이를 찢고 나가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빠가 게임이 다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이기지를 못했습니다. 약 10번의 가위바위보에서 이기지를 못하고 끝나 버리자 그자리에 서서 엉엉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당황했지만 아이를 가서 안아주고, 울지마라는 말 대신, 실컷 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네가 너에게 나는 못해, 나는 이기지 못할 거야  라는 무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에 그런 거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기 때문에 아이들의 수업 계획을 바꾸어 다음회차 수업에서는 명상음악을 준비해 갔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아이들에게 두 손을 가슴에 얹은 뒤 눈을 감고 명상음악을 들려 주었습니다.

2학년 오빠는 크게 집중을 못하는 듯하였고, 1학년 동생은 키득키득 웃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둥 마는 둥 하였는데 옆에 있던 1학년 여자 아이가 크게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엎드려 울기 시작하여 안아주고 화장지로 눈물을 닦을 수 있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울었는지는 다음에 물어 볼 계획입니다.

저는 2학년 남자아이의 마음을 압니다. 엄마의 꾸중이나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말이 자신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좌절한 마음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럴 땐 그 눈물과 하나가 되어 실컷 울어주고, 자신의 감정을 평가하지 말고 수용하고 안아주어야 합니다. 이때 그 감정이 흘러 갑니다.

이것을 <무의식 정화>, <내면 아이 치유>라고 합니다. 요즘 저는 <내면 아이 치유>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아픔이 상처가 되어 고여 있는 것을 느끼며 안아주었지요, 가슴이 시원해지고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장효진 서포터즈 벗  jangbok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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