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만에서 큰 반향을 불러 모았던 라문황 작가의 한지민속화전이 이번에는 대만 중부도시 장화(彰化)의 人文藝術館에서 요청하여 2023년 10월 24일부터 11월 26일까지 한달여  <대만 딸, 한국 며느리 라문황 한지민속화전>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됩니다.

작가는 국제결혼이 흔하지 않던 30여 년전 대만 유학생이던 한국남자를 만나 정든 고향과 부모 형제자매 곁을 떠나 이국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합니다.

지금은 한국의 자연과 사계를 누구보다 더 사랑하고 한국인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이국의 문화와 풍속은 끊임없는 인내와 눈물을 요구했습니다.

어쩌면 그녀에게 타이빠오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부모님과 형제자매들과의 추억 그리고 과수원을 함께 뛰어놀던 강아지와 고양이, 공포의 태풍도 모두 그리움의  뿌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특히 어머니는 그녀가 외롭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자 위로였고 용기였습니다.

항상 헌신과 배려 정의를 강조했던 가정에서 자란 작가가 쓴 소개 글 옮깁니다.

作者介紹(작가소개)

생명은 역경 속에서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대자연의 법칙입니다.

원예전문가가 제게 가르쳐준 말입니다. "만약 계절이 되어도 꽃이 피지 않거든 우선 물을 주지 말아봐라. 그래도 피지 않거든 날카로운 도구로 나무에 흠집을 내봐라."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생명이란 도전이나 위협을 받으면 더 빨리 꽃을 피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사람 또한 그렇지 않을까? 타국에서 30년 결혼 살이 뒤돌아보니, 비록 커다란 뜻을 품고 살지 않았다고 해도 저 또한 꽃나무처럼 저의 능력 이상의 도전을 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한지민속화'에 빠져들었습니다. 손으로 염색한 화선지를 사용하여 한국 전통의 민속생활을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민속화 작업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매일 행복에 빠져 지내며, 우울한 세상의 시름을 잊습니다. 저는 비록 아마추어 작가일 뿐이고, 작품 하나하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나와 함께 기쁨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지 민속화의 재료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단색 화선지로 흔하게 구할 수 있지만, 단색 화선지만으로 작업할 경우에는 명암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한지민속화 작업에는 주로 손으로 염색한 화선지를 사용하는데, 손으로 염색하기 때문에 색이 부드럽습니다. 손으로 염색한 화선지는 같은 종이라도 본래 색의 깊이가 달라 명암을 표현하기가 용이합니다. 그러나 손으로 염색한 화선지는 가격이 비싸고, 필요한 양을 맞추기도 어려워 제작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림의 구도를 완성한 후에는 원하는 화선지 색상을 찾기 시작합니다.

구도 속 인물의 한복 배색은 나이와 계층에 따라 다릅니다. 조선시대에는 귀족과 평민이 있었고, 옷의 질감도 달랐습니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그림의 배경도 계절에 따라 색감이 다릅니다.

처음 한지민속화를 배울 때, 구도를 잡고 배경은 푸른 하늘과 흰 구름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나에게 그 그림이 어느 계절인지 물어봅니다.

선생님은 계절마다 하늘과 구름의 색깔이 다르고, 옷의 재질은 두꺼운지 얇은지, 또한 나무, 꽃, 과일이 모두 계절에 맞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적합한 종이를 찾는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하하!

당시에는 하늘과 구름이 계절마다 다르다는 걸 정말 몰랐습니다.

제 작품 속 강아지는 저의 마스코트입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사람의 모발과 강아지 털의 표현입니다. 모발을 처리하는 과정은 화선지를 적신 후 천천히 종이의 가는 섬유질을 골라서 건조한 후 모형에 하나하나 붙이는 것입니다. 붙이는 동안 머리카락 끝부분은 건조하게 유지해야 머리카락의 자연스러움이 나옵니다.

이번 전시회의 작품과 저의 책 <나는 타이바오 소녀>의 판매 수익금은 대만튤립운동장애치료협회와 루게릭병협회에 전액 기부될 예정입니다.

개막식 당일 오후 2시에는 대만 튤립운동장애치료협회 담당자가 참석해 기부금을 수령하고 영수증을 발급할 예정입니다.

〈나는 타이바오 소녀〉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책을 받으시고 책 마지막 저작권 페이지에 있는 자선단체 QR CODE를 이용하여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인 동료 朴明熙 작가도 작품 찬조를 하였습니다. <농가><제주도><출가><閨蜜(규방 친구)>4폭의 작품을 출품하셨고, 수익금 전액을 자선기금으로 내놓았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