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원주민 학살이 갈수록 심해지는군요. 유엔 총회에서 120개 이상 국가가 전쟁 중단을 결의했지만, 이스라엘은 반발하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습과 포격을 오히려 강화했습니다. 미국의 무조건 옹호와 무한정 지원을 받는 한 그치지 않겠지요.

미국과 이스라엘은 많이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선민 (God’s chosen people) 의식을 가진 나라들입니다. 선민의식은 대외적으로 우월주의와 예외주의로 나타나고 일방주의로 연결됩니다. 신이 선택한 사람들/국가로서, 다른 사람들/국가보다 뛰어나기에, 일반적 규정에서 예외일 수 있고, 다른 사람들/국가 의견 무시하며 혼자 일방적으로 행동해도 좋다는 인식이죠.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 여러 채가 한꺼번에 무너지며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에는 성한 건물이 거의 없다. 스데로트 AFP/연합뉴스(출처 : 한겨레신문)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 여러 채가 한꺼번에 무너지며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에는 성한 건물이 거의 없다. 스데로트 AFP/연합뉴스(출처 : 한겨레신문)

이 때문에 두 나라는 세계 역사상 가장 호전적입니다. 전쟁으로 나라를 세웠고, 전쟁으로 땅을 빼앗아 영토를 확장했으며, 전쟁으로 지역·세계 패권을 지키거든요. 당연히 ‘인종 청소 (ethnic cleansing)’를 포함한 ‘대량 학살 (genocide)’을 수없이 저질렀고요. 미국은 ‘인디언’이라 불리는 원주민들을 죽이고 ‘보호구역’에 가두어 절멸시켰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을 가자와 서안이라는 ‘세계 최대의 난민촌이자 감옥’에 몰아넣고 절멸시키려 하잖아요. 이에 맞선 좌절과 분노의 저항을 ‘테러’로 매도하면서요. 약자가 흉기로 몇 사람 죽이면 ‘잔혹한’ 살인이지만, 강자가 대포와 미사일로 어린이 포함 무고한 사람들을 무수히 죽여도 ‘일반적’ 전쟁범죄로 간주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두 나라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정치적으로는 가장 가깝습니다. 미국을 세운 사람들은 흔히 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라 불리는 앵글로색슨인데, 미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유대인들입니다. 미국 내 유대인들은 750만 정도로 미국 전체인구 3억 4천만의 겨우 2% 남짓이지만, 정치·경제·언론·학문·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다시피 하거든요.

로비가 합법인 미국에서 가장 크고 돈 많은 로비 단체가 전국총기협회 (NRA: National Rifle Association)와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 (AIPAC: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입니다. 미국에서 4~5살 아이들도 총기사고를 일으킬 만큼 해마다 3만 명 이상 또는 매일 100명 가까이 총 맞고 죽어도 정부나 의회가 총기 소유 및 사용을 제한하지 못하는 이유는 NRA의 막대한 자금과 조직에 의한 로비 때문이지요.

미국이 이스라엘에 다른 나라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연평균 38억 달러 군사 지원을 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터지자 즉각 핵추진 항공모함 2개 전단을 이스라엘 주변에 배치한 데는 미국 정계를 좌지우지한다는 AIPAC의 막강한 영향력이 있고요. 해마다 AIPAC 총회가 열리면 대통령, 장관, 의원 등이 참석합니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해 AIPAC 총회엔 모든 대선 후보가 앞다퉈 참석하기 마련입니다. 막대한 선거자금 후원 때문에요. 대통령도 유대인들이 장악한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이스라엘 정권이 초래했다고 비판한 미국 대학생들이 법률회사나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채용을 취소당하거나 취업 블랙리스트에 오르자 굴복해 입장을 바꾼다는 뉴스도 나오잖아요.

전쟁을 일삼는 이스라엘을 무조건 옹호하고 무한정 지원하는 미국의 폭력과 호전성은 위선과 이중성을 낳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끊임없이 확장하며 러시아를 자극하고 위협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부른 뒤엔 침공당한 약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휴전·종전 제안을 무시·반대하면서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는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침략과 학살을 당해온 약자 팔레스타인을 외면하며 팔레스타인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전투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마저 거부했습니다. 지난 10월 유엔 안보리에서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나라는 딱 하나 미국이었지요. 사실 유엔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과 학살에 대해 수십 년 동안 규탄·제재 결의안이 올랐지만 미국은 단 한 번 예외 없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규탄·제재 결의안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한두 번 거부권을 행사하면 비난하면서 말입니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 주민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생긴 구덩이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난민촌의 한 주택가로 수천㎏가량의 폭발물이 떨어졌다. 자발리아 AFP/연합뉴스(사진 출처 : 한겨레신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 주민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생긴 구덩이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난민촌의 한 주택가로 수천㎏가량의 폭발물이 떨어졌다. 자발리아 AFP/연합뉴스(사진 출처 : 한겨레신문)

따라서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호전적 ‘인종 청소’ 및 ‘대량 학살’은 미국의 패권이 유지되는 한 그치지 않겠지요.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되찾고 자기네 독립 국가를 세울 때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테러’ 역시 멈추지 않을 테고요.

2009년 The Fall of the US Empire이란 책을 내면서, 늦어도 2025년까지 “미 제국이 몰락할 것”이라 예측했던 요한 갈퉁 (Johan Galtung) 교수가 지난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터지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 (promised lands)’에서 신의 선택받은 민족으로 똑같은 방법으로 태어났다. ‘사회 파괴와 대량 학살 (sociocide and genocide)’을 저지르며. 그들이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똑같은 방법으로 쇠퇴하고 몰락할 것이다. 곧.”

저는 은사의 예측대로 실현되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세계 패권이 영원하고, 중국은 결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으며, 일본이 다시 일어나리라고 확신한 듯합니다. 미국과의 군사동맹에 일본을 추가하며,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적으로 이끌잖아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하마스의 유대인 살해 및 납치를 ‘테러’라 강력 규탄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서도 유엔 총회의 휴전 결의안에 기권하면서요. 이 역시 미국에 대한 맹종으로 빚어지는 위선과 모순이지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교훈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과 조. 중. 동을 포함한 극우 언론은 북한도 하마스처럼 기습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며 남한에 미국 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등 철통같은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핵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의 철통같은 미사일방어체계 ‘아이언 돔 (Iron Dome)’도 하마스의 허약한 로켓에 뚫리는데, 남한과 미국의 어떠한 방어체계가 북한의 강력한 핵미사일을 막을 수 있을까요?

북한은 하마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고, 남한은 미국을 아무리 맹종해도 이스라엘처럼 막대한 지원을 받을 수 없겠지요. 일본까지 군사동맹으로 끌어들이고 대규모 한미일 연합훈련으로 북한을 자극하며 북한 공격을 천문학적 국방비로 막겠다는 진부하고 시대착오적 발상보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공격할 빌미를 아예 만들지 않는 창의적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어요? 침략전쟁이든 방어 전쟁이든, 정당한 전쟁이든 불의한 전쟁이든, 일단 전쟁이 터지면 전쟁을 명령한 위정자와 복종하는 군인들 그리고 부추기는 언론인들보다 어린이와 노인 그리고 여자 등 무고한 민간인들이 더 먼저 더 많이 죽기 마련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든 중동에서든 한반도에서든 갈등과 분쟁의 근원을 없애며 종전으로 나아가는 게 서로 사는 해결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참고: 1948년 시작되고 2023년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분쟁·전쟁에 관해서는 주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시각과 이익을 대변하는 남한의 일방적 또는 ‘기레기’ 보도보다 제대로 된 책 한 권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작년 5월에도 소개·추천했던 김재명의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70여 년 동안 이어진 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왜 끝나지 않는가』 “국내 최고의 국제분쟁 전문가가 현장에서 분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 분쟁의 진실” (미지북스, 2021).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이재봉 주주  pbp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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