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 검찰로 송치요구

-군청 게시판에 웹자보를 올리게 된 이유

작년 말, 올 초부터 내가 사는 옥천군청의 자유게시판에 글/ 웹자보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2년 옥천군 청산면으로 귀촌했을 때에는 조용히 명상공동체마을을 일구며 살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이 해월이 머물며 갑오년 동학혁명 기포령을 내렸던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서 기가 막힌 이야기들을 묻혀놓을 수 없어 ‘동학에 미친’ 박맹수 교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팀 작업으로 청산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동학 이야기를 다큐소설 형식으로 13권을 출간했다.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동학을 했던 아름다운 상남자 상여자가 일본의 무기에 일거에 사라지고 나라가 암흑의 시절로 접어든 것은 참으로 절통한 일이었다. 일본이 조선을 징검다리 삼아 대륙을 삼킬 야욕을 갖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들이 신식무기를 자기들 손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앞선 무기로 대량학살이 가능하다는 것을 조선의 동학도 살육을 통해 체험했고 쉽게 세계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후 일본은 아시아에서 2천만을 학살했다는 것이 일본학자의 연구결과다.

동학다큐소설을 쓰면서 평화운동을 결심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첫 걸림돌이 미국이었다. 무기 팔아먹자고 종전선언을 죽자고 거부하는 미국 말이다.

 

Once weapons were manufactured to fight wars. Now wars are manufactured to sell weapons –Arundhati Roy (이전에 무기는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제는 무기를 팔기 위해 전쟁이 만들어진다. 아룬다티 로이)
Once weapons were manufactured to fight wars. Now wars are manufactured to sell weapons –Arundhati Roy (이전에 무기는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제는 무기를 팔기 위해 전쟁이 만들어진다. 아룬다티 로이)

 

내 몫의 글(여성동학다큐소설 청산 편/ 해월의 딸 용담할매)을 얼른 마치고 평화어머니회를 만들어 2015년 6.25부터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평화협정 당장 하라!” 그런데 평화운동을 하다 보니 한국 정부가 얼마나 많은 거짓을 해 왔는지, 우리 국민이 미국에 얼마나 휘둘려 왔는지, 남북 간의 증오는 얼마나 터무니없이 조장되어 왔는지, 국회에 들어앉은 정치가들은 얼마나 우리 역사에 대해 무지한지를 절감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것을 옥천 주민들도, 우리 동네 할머니들도 다 알아야 하는데... 그래서 옥천군청의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라진 글과 거짓말하는 담당 공무원

연말 연초에 글(웹자보)을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게시판을 찾아가 보니 내가 올린 20개 남짓한 글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게시판 담당자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그런 글을 본 적이 없으며 삭제하면 삭제된 내용이 따로 데이터에 남는데 그곳에도 없다고 잡아떼었다. 그렇다면 비교할 곳이 필요했다. 나는 내가 사는 청산면 주민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을 동시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담당 공무원은 내가 올린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 미국, 유엔사에 관한 글들을 계속 삭제했다. 전화로 또는 게시판의 글로 주민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을 막는 것은 옳지 못하며 나중에 법적 다툼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고 전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7.27 평택인간띠잇기 행사가 끝난 뒤에야 나는 비로소 옥천군 자유게시판과 청산면 주민게시판의 글 목록을 비교해서 삭제 정도를 살필 수 있었다. 8월 16일까지 내가 올린 글의 개수는 116개(청산면 주민게시판). 삭제한 것은 81개. 남아있는 것은 35개(군청 자유게시판). 삭제율은 70%에 달했다.

‘자유민주주의’라서 박상학이 미국에서 뒷돈을 받아 휴전선 코 밑에서 북을 자극하는 삐라를 뿌리는 것도 말릴 수 없다는 현 정부 아니던가.

-옥천경찰서에 담당 공무원과 팀장을 고소하다

8월 17일, 옥천경찰서에 공무원을 직권남용으로 고소했다. 그가 삭제한 웹자보의 리스트와 내용을 모두 뽑아 두둑한 자료를 첨부했다.

<...(전략) 본인의 게시글은 평화운동을 하며 알게 된 사실 즉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가짜 유엔사를 비롯한 미국의 횡포와 윤정부의 어리석음을 웹자보 등을 통하여 시민들과 공유하고, 본인이 사는 옥천 군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군청의 게시판 담당자 ***는 자신의 잣대에 비추어 미국, 미군, 유엔사, 윤석열에 대하여는 일절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정치적인 글’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본인의 수차례에 걸친 항의에도 불구하고 반년 넘게 삭제의 칼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주민들과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것은 ‘편향된 정치의식을 지닌 공무원의 월권행위, 직권남용’이며 ***의 경우 심각한 범죄행위임을 스스로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이에 주권자의 권리를 지키고 한반도의 평화유지와 전쟁 방지 활동을 위해 ***를 고소하는 바입니다.

피고소인은 군청 자유게시판의 관리자로서 실정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민들이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하는 것을 보장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의적으로 고소인이 게시한 글들을 무단으로 삭제하였는바,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고소인의 권리행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직권남용의 범죄를 범한 것입니다.

주민참여의 언로가 보장되는 민주적인 참여 행정의 실현과 공무원의 잘못된 자의적 직무수행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피고소인을 엄정하게 수사하여 엄벌에 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불송치 통지문을 받고 추가자료를 첨부하여 이의신청하다

100일이 지난 어제 나는 경찰서에서 보낸 등기를 받았다.  담당 공무원의 직권남용 혐의가 없어서 검찰로 불송치 한단다.

옥천경찰서 수사팀은 옥천군청 자유게시판 본인 게시글의 삭제에 관하여 게시내용이 <전쟁 위기, 정부(청와대, 대통령)에 대한 비난, 국제관계에 대한 비난 위주의 글로 파악되어 이 내용이 중립적으로 주민들에게 필요로 하는 정보가 아니며, 국제평화 질서 위반, 헌정질서 위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하는 내용의 금지에 어긋나며, 국가안전이나 보안에 위배되고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으로 특정인, 특정 기관을 비방하거나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해당되어 공무원으로서 규정에 근거해 삭제한 것으로 파악되므로 직권행사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불송치 결정에 대해 불복할 경우 이의신청서를 내면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7. 2항에 따라 검찰로 보내준다는 안내가 곁들여 있었다.  내용을 찾아보았다.

참으로 잘 만든 법이다. 법이 모름지기 다 이렇게 세밀하고 친절하면 얼마나 좋을까.
참으로 잘 만든 법이다. 법이 모름지기 다 이렇게 세밀하고 친절하면 얼마나 좋을까.

 

-리영희샘 글도 무더기 삭제

곧바로 고소한 날로부터 어제까지(8.17~12.1) 삭제한 내용을 추가로 뽑아보았다. 내가 그 기간 올린 글은 114개(청산면 주민게시판). 그중 옥천군 담당자가 삭제한 글은 97개로 남아있는 글은 17개(군청 자유게시판). 게시글의 85%를 삭제했다. 삭제한 내용에는 전설적인 언론인 리영희 님의 유명한 ‘좌우 날개로 날다’도 있다. 윤석열이 리영희샘의 표현을 언급하면서 ‘새가 날아가려면 좌우 날개 방향 같아야’ 어쩌고 하면서 진보세력을 새의 날개짓을 방해하는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길래 원저자의 글을 차근차근 연재했던 것이다. 교과서에 실을만한 주옥같은 글 아닌가. 그런데 게시판 담당자는 16개의 시리즈 글 중 2편과 3편만 빼고 14개를 삭제했다.

-삭제한 웹자보(일부)

 

-이의신청을 하는 이유

삭제된 글의 목록과 내용을 프린트해서 다시 두둑한 추가자료를 준비하고 아래와 같이 써서 이의신청서에 첨부했다. 삭제 공무원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없다는 경찰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썼다.

(1) 본인이 게시한 글이 전쟁 위기, 정부(청와대, 대통령)에 대한 비난, 국제관계에 대한 비난 위주의 중립적이지 못한 글인가?

=> 게시한 글은 페이스북 등 SNS로 수천 명에게 공유되는 것으로 반전 평화라고 하는 대단히 중립적이며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회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국제관계에서는 패권주의와 평화주의가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주권자인 국민은 다른 나라의 패권주의에 휘말려서는 민족의 명운을 해칠 수 있으므로 지극히 중립적이고 자주적이어야 합니다. 본인은 평화운동을 하며 비로소 자주적이고 중립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었으므로 그것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것은 주권자로서 아주 소중하고 귀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시각이야말로 사대 매국의 시각에 길들여 있기 때문은 아닌가 성찰해보아야 합니다.

(2) 국제평화 질서 위반, 헌정질서 위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하는 내용으로 금지해야 할 글인가?

=> 본인이 게시한 글이야말로 <반전 평화>라고 하는 인류 최상위의 가치에 기초한 것이며 보다 많은 정보, 편향되지 않은 고급스러운 정보들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당연히 국제평화 질서와 평화를 지향하는 헌정질서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생명과 평화, 상생이라고 하는 선량한 풍속을 유지하고 확보하려는 것이니 금지는커녕 널리 공유해야 할 사안들입니다.

(3) 국가안전이나 보안에 위배되고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으로 특정인, 특정 기관을 비방하거나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글인가?

=> 본인은 평화운동을 하는 시민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으로 특정인, 특정 기관을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통령과 행정부는 공인, 공적 기구로 비난, 비방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 되며 이들에 대한 비판은 주권자의 당연하고도 필요한 권리입니다. 국가의 안전과 보안은 국민의 생명과 안녕을 위한 것으로 주야장천 오로지 <반전, 평화>를 주장하는 본인의 글이 어떻게 국가안전과 보안을 해칠 수 있을까요?

경찰의 <혐의없음> 결정은 70% 삭제(전반 8개월여) ~ 85% 삭제(후반 3개월여)를 하는 게시판 담당자들에 대한 대단히 그릇된 편향을 띤 정치적 판단입니다. 따라서 이 건을 검찰에 송치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받게 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제 검찰의 판단을 기다려볼 테다

윤정부는 임기 초부터 지금까지 주야장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주야장천 ‘반전 평화’를 외치는 내 글이 군청 자유게시판에서 85%씩 삭제되는 이 현실을 검찰은 어떻게 판단할까.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경찰과 같이 ‘무혐의’라고 한다면 나는 이 문제를 유엔에 가지고 가야 하나?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가야 하나? 이찌되었든그대로 묻을 수는 없다. ‘자유민주주의’ 나라라고 하지 않았는가.

'자유민주주의 ' 대한민국에서 85%의 게시물을 삭제한 것이 당연하다는 대한민국 경찰의 판단. 검찰의 판단을 구해볼 것이다. 같은 결론이 난다면...판단을 구하러 세계 무대로 나갈 밖에.
'자유민주주의 ' 대한민국에서 85%의 게시물을 삭제한 것이 당연하다는 대한민국 경찰의 판단. 검찰의 판단을 구해볼 것이다. 같은 결론이 난다면...판단을 구하러 세계 무대로 나갈 밖에.

편집 :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koeunks1@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