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인멸 추가 기소 검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지난 5월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정보경찰 증거인멸 혐의 관련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지난 5월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정보경찰 증거인멸 혐의 관련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직후 사고를 예견했던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 관련자들이 재판받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서울경찰청 관계자들도 자체 생산한 이태원 관련 보고서들을 삭제했다고 보고 관련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서울청 관계자들이 참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여러차례 회의를 거친 뒤 이들 보고서를 삭제했다고 보고 조직적인 증거인멸 책임을 물어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15일 작성한 ‘서울청 정보부 정보보고서 관련 수사보고서’를 서울서부지법 이태원 참사 재판부(형사합의11부)에 제출했다. 검찰이 제출한 자료엔 서울청 정보부가 자체 생산했다가 사고 직후 삭제한 이태원 관련 정보보고서들이 첨부됐다. 검찰은 서울청이 이 보고서를 계획적으로 삭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포렌식을 통해 이들 보고서를 되살렸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해 9월29일 ‘가을축제·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 위험요인’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를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하달했다. 10월 한달에만 인파가 몰리는 축제가 다수인 만큼, 거리두기 해제로 우려되는 안전사고 등을 확인해 보고하라는 취지였다.

서울청 정보부는 일선 경찰서 정보과로부터 관련 정보를 취합한 뒤 정보보고서를 작성해 경찰청 정보국에 보고했다. 이와 별도로 비슷한 취지의 정보보고서를 생산해 김광호 서울청장에게도 보고했다. 이들 보고서에는 주최자 없이 열리는 이태원 핼러윈데이 축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서울청이 이태원 참사 직후 ‘윗선’으로 책임이 확대되는 걸 피하기 위해 이들 보고서를 특정 지어 삭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증거인멸이 일선 경찰서만이 아닌 ‘윗선’에서도 벌어진 셈이다. 경찰은 ‘정보보고서는 폐기가 원칙’이라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서울청이 문서를 관리했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검찰이 함께 제출한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기록을 보면 곧 재판이 마무리되는 용산서 보고서 삭제 혐의와 관련해서도 서울청 정보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상세하게 드러난다. 서울청 관계자들은 먼저 용산서에서 작성된 정보보고서 현황을 파악하고,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에게 “불필요한 문서는 삭제하라”고 지시한 뒤, 용산서에는 따로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개별 지시를 하달했다. 또 용산서 정보과와 관련한 특수본의 압수수색 목록을 확인하고 특정 자료는 삭제해달라고 특수본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있다.

서울청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과 관련해 검찰은 현재 재판 중인 ‘용산서 보고서 삭제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변경할지, 서울청 관계자들을 추가 기소할지 저울질 중이다.

현재 서울청 관계자 중에선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만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에게 용산서에 있는 핼러윈 대비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다. 박 전 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 등의 재판이 오는 18일 검찰 구형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만큼 추가 기소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새로 제기한 서울청 자체 생산 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부장과 서울청 관계자 2명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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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이 : 김미경 편집위원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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