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의 끝없는 횡포
창당을 간섭 견제해서 지레 국민 민초의 선택지를 줄이려는 이기주의
수박이라 욕하면서, 정작 탈당하면 막고
나가서 신당 창당하면 민주당 망치는 길이라고 욕해
수박은 안 나가도 민주당 앞길 망치는 것 지금까지 보고도 모르나
민주는 법치나 강요가 아니라 남의 자유를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

왼쪽부터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 (사진출처, 한겨레, 2023.12.14.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20347.html?_ga=2.99101911.876663982.1702622262-224284533.1684366304)
왼쪽부터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 (사진출처, 한겨레, 2023.12.14.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20347.html?_ga=2.99101911.876663982.1702622262-224284533.1684366304)

 

민주당 비주류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이, “혁신 제안”이랍시고,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서 (이재명 대표가) 한발만 물러서 주시기 바란다”, “그래야 민주당이 방탄 정당, 팬덤 정당, 패권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정부 여당을 준엄하게 심판해서 국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민심이다”, “민주당도 어떻게든 리더십 리스크를 해결해서 반드시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준엄한 민심”, “당대표, 지도부, 586 중진들이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 등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시사저널, 2023.12.14.)

내용을 간추리면, ①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야 한다, ② 민주당의 승리는 윤석열 정권 심판, ③ 방탄, 팬덤, 패권 정당의 굴레를 벗고 리더십 리스크(지도자 위험부담)를 털기 위해 당대표(이재명), 지도부, 586중진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등이다.

이런 비주류 발언의 문제점은, 첫째, 왜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보는지부터가 애매하다. 지금까지도 다수당으로서 변변히 한 일이 없어 민주당 자체에 대한 회의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둘째, 민주당의 승리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한다 해도, 이런 심판이, 잘하라는 민초의 요구에 민주당이 부응할 것임을 보장한 것이 아니다. 남이 더 못 한다는 사실이 나의 허물을 정당화는 것이 아니다. 비주류는, 자신들이 정의의 사도나 되는 것처럼, “정부 여당을 준엄하게 심판해서 국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민심”이라고 했다. 그러나 앞뒤 맥락을 보면, “정부 여당을 심판”하겠다고 나선 속내는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뜻일 뿐, 그것이 바로 “국정을 바로 잡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비주류는 자기네 뜻이 민심이라고 우기지만, 다수 민심은, 이른바 ‘수박들’이 건재하는 한, 민주당이 국정을 바로 잡기는 여전히 힘들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 과반 의석 민주당이 식물 다수당으로 화한 책임에서 비주류 자신도 자유롭지 못한 판에, 그 책임을 온통 “당대표, 지도부, 586중진들”에게만 묻는 꼴이 가관이다. 이런 것을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비주류는 “국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방탄 정당, 팬덤, 패권 정당의 굴레를 벗고 리더십 리스크(지도자 위험부담)를 털고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방탄 정당, 팬덤, 패권 정당의 굴레”, “리더십 리스크” 등은 국정 바로 잡는 것과 직접적 관련성이 크지 않다. 그 대개가 현재 윤석열 정부의 국정 파탄과 무관하게, 민주당의 거취에 관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비주류가 진실로 윤 정부를 심판하려 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하고많은 실정들을 짚어야 했을 것이다. “리더십 리스크”를 거론하기 앞서서, 오히려 수년 동안 그 리더를 겨냥해 집중포격하는 검찰 공화국의 행패를 지적했을 것이고, 김건희 명품가방 수뢰 의혹에 침묵하는 경찰, 검찰의 행태를 지적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주류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들 중 다수는 아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서명하여 검찰의 폭력을 조장하는 측에 편승했고, 권력을 오남용하는 검찰을 대상으로 한 특검에는 오히려 반대했다.

겉은 현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이라 포장했으나, 속내는 자당의 지도부만 매도했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한다느니 “국정을 바로 잡겠다”는 것은 그저 허울일 뿐, 속내는 민주당 내 현 지도부를 몰아내고 주도권을 뺐겠다는 취지에 다름 아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비주류의 이 같은 이중 행태는 또 있다. 이들은, 한편으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남의 신당 창당의 자유까지 보란 듯이 폄훼하고 있다. 이낙연 신당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왜 이리 서두르는지 당황”스럽다고 한 것이 그러하다. 주지하듯이, 준연동형 비례제는 거대 양당 이외에도 군소 정당의 국회 진입을 용이하게 하자는 취지도 담고 있다.

회자하는바, 이낙연은 이준석과도 만나서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신당을 이낙연은 만들면 안 되나?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비주류인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은 아마도 이낙연이 민주당에 남아서 자신들과 협조하여 주류를 몰아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낙연이 빠진다고 하니, “왜 이리 서두르는지 당황”스러운 것이겠다.

사실, 신당 창당의 자유를 폄훼하는 것은 이들 비주류뿐 아니다. 이준석 신당 창당을 경계하는 국힘당은 물론, 이낙연, 조국, 촛불전진 등에 의한 신당 창당을 경계하는 민주당 주류도 그 점에서는 다 같은 물에 놀고 있다.

민주당 의원 이소영이 이낙연 신당 창당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생뚱맞은 경우라 비난한 것이 그러하다. 이소영이 이낙연에 대해, “‘거대 양당체제를 비판하고 국민에게 제3 선택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 민주당 내 민주주의가 실종되었다’고 (이낙연이)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이낙연은 양당체제에서 권력의 첨두에 있었고, 지금까지 다당제 확대나 제3지대 육성을 위해서 어떤 노력도 한 게 없다. 대한민국 정치를 건강하게 하는 데 (이낙연의 신당이)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이라는 게 국민이든 지지자든 소환할 때 역할이 생기는 거다, 그런데 이낙연 (신당)은 아무도 소환하지 않았다”고 폄훼했다.

누구든 지금까지 안 한 짓을 하면 안 되나? 대한민국 정치를 건강하게 하는 데 (이낙연의 신당)이 하등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이소연이 어떻게 단정할 수 있나? 또 이소영은 이낙연 신당을 아무도 소환하는 이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누구라도 다소간에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이소영이 어떻게 이렇듯 남을 개무시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수박’ 아니라 아무러한 미물에 대해서라도 그렇게 폄훼하면 안 된다.

이소영의 이 같은 발언이 갖는 더 큰 문제는, 이낙연이 신당 창당을 안 하면 민주당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낙연은 민주당에 그대로 있으나 신당 창당해서 나가나,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인물이라 생각될 수도 있을 텐데. 이소영은 구태여 이낙연 신당 창당 불가론을 펴고 있다. 아무래도, 이래저래 골치 아픈 존재일 수도 있으나, 신당 창당할 경우 민주당 표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인 듯하다. 자기 하기는 싫은데, 남 주기는 아까운 것인지.

나아가, 이소연은 “윤석열 정권 들어와서 민주주의는 박살 나고, 기후대응이나 미래 준비는 파탄 나고, 언론자유는 말살되고, 국민은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문제는 이런 점들이 이낙연 신당 창당 불가론을 주창하면서 거론되었다는 점이다. 이낙연이 신당 창당 안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나?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이낙연 신당 못 만들게 하는 점에서 이소연은 비주류와 똑같다. 또 국민의 뜻을 제멋대로 아전인수 하는 점에서 윤석열, 한동훈과 닮았고, 당대표 쫓아내는 것을 민심이라 둘러대는 비주류도 쏙 빼닮았다. 남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민주의 근간을 해치는 짓이다.

회자하는 바, 이낙연이 이재명을 치기 위해 대장동 사건 터뜨리고, 조국 치기 위해 동양대 총장 최성해의 거짓 증언을 이용했다고 한다. 만일 이낙연이 이렇게 딴지 건 것이 사실이거나, 적어도 사실이라는 심증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이는 얼른 출당하는 것이 득 아닌가? 그것도 제발로 나간다는데, 환영해야 할 일 아닌가?

문제는 이낙연이 아니라, 오히려 이낙연 발목 잡고 주저앉히려는 꿍꿍이속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비주류야 이낙연이 같이 남아서 주류 쫓아내는 데 합세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하겠으나, 주류에서 그이가 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앞으로도 딴지 부리는 이를 그대로 품고 앉아서 옥신각신하면서 세월 다 보내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식으로 잡동사니 끌어모으고, 억지 봉합하여 이끌어내는 승라라면, 하나마나 한 승리가 될 것이다. 이탄희가 염려하듯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멋없이 승리’해서 다수당이 된들, 하는 일 없이 여전히 식물 다수당을 연출하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 고문단은 "이낙연 신당 창당은 저급한 욕망 정치"라 했다 하고, 또 최강욱 전의원은 이낙연 신당의 전망을 두고 ‘이불킥‘ 할 것이라고 했단다. 원래 속물 인간의 욕망은 원래 고급, 저급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닐 뿐더러, 남이야 ’이불킥‘을 하든 말든, 간여할 일이 아니다. 투표권자인 국민 민초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미리 선택지를 제한하려는 것은 독과점이다.

이 나라는 기왕의 국힘당과 민주당의 독무대가 아니다. 어느 신당이 나오면 기존의 정당에 표가 어떻게 갈리나 계산하는 거야 막을 수 없지만, 남이 창당을 못 하도록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이기적 독선이다.

민주는 법치나 강요가 아니라 남의 자유를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 그것은 옳고 그름을 막론한다. 민심, 국민의 뜻은 위정자가 지레 넘겨짚어 판단할 몫이 아니라, 국민 민초 스스로가 직접 판단해야 한다.

이미 2,500년 전, 고전 민주주의 온상 아테네에서는 민주정치의 원리를 ‘자유’에서 구했다. 내가 싫어한다고 이를 내색하여 찌푸린 얼굴로 남을 언짢게 하는 일도 없도록 하는 것이 민주의 근원이다. 나의 주장을 남에게 강요해서도 물론 안 되는 것이고, 제 감정을 내색하여 남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것조차 주의해야 한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최자영 주주  paparuna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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