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Sherman Trail'과 'Moro Rock' 산길

한국에선 추석, 설날을 모두 손꼽아 기다린다. 긴 연휴 동안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떠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연중 어떤 날을 가장 기다릴까?

뭐니 뭐니 해도 미국은 연말이다. 11월 말에는 추수감사절이 있어, 주말을 포함해 4박 5일 동안 가족과 여행을 떠나기 좋다. 추수감사절이 끝나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어 들어, 일보다는 축제 분위기에 더 몰두하곤 한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2월 셋째 주부터는 'Shut down' 즉 휴가철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은 휴가를 사용해 연말에 3주간 휴식을 취하기도 해서 회사는 연말에 조용한 편이다.

우리도 이런 분위기에 젖어 작년 추수감사절에 ‘Joshua National Park’를 방문했다. 이곳은 LA에서 동남쪽으로 4시간 정도 가야 한다. 관광지로 유명한 Palm springs 근처다. 광활한 사막이 펼쳐지고 Joshua라는 특이한 선인장 같은 나무가 많아 색다른 느낌을 준다. Joshua Tree, 사막, 바위와 자갈길을 걸으며 나흘 동안 인디아나 존스가 된 것 같았었다.

Joshua National Park에서 
Joshua National Park에서 
Joshua National Park에서
Joshua National Park에서

이번 연휴에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지인들 추천으로 ‘세쿼이어 국립공원’ 방문을 결정했다. 이곳은 LA에서 북동쪽으로 약 4~5시간 거리에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높은 나무들이 자리 잡은 유명한 곳이다. 4박 5일의 여행 기간에 딱 맞는 거리였고, 오랜만에 숲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설렜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들뜬 마음을 진정시켰다. 추수감사절은 한국의 명절처럼 귀성 차량으로 인한 교통체증이 심한 시기다. 우리는 저녁 8시 넘어 출발했는데, 명절답게 교통 체증으로 인해 예상보다 한 시간 이상 더 걸려 자정 무렵에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세쿼이어 공원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호텔이었다. 원래는 공원 입구 근처에 숙소를 예약하고 싶었지만, 4~5개월 전에 예약해야만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숙소를 찾을 수 있다. 당시 알아본 숙소 중 하나는 일박에 400,000원 정도로,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이라 택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Visalia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Marriott 3성급 호텔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가격과 평가 모두 나쁘지 않았다. 국립공원을 왕복하는데 매일 약 3시간 운전이 필요했지만, 이번 여행 목표가 '여유'였기 때문에, 신랑과 함께 운전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첫째 날 : 'General Sherman Trail'과 'Moro Rock' 산길

아침, 컵라면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많이 싸 온 라면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라면을 먹은 후 기분이 좋아진 남편은 흥얼거리며 서둘러 등산을 시작하자고 했다. 다행히 세쿼이어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한산해서 운전하기 편했다. 공원 입구에 도착하기 전, 이미 아름다운 자연이 휴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매표소에 도착해 보니 입장료가 25달러였는데, 한 번 구매하면 일주일 동안 유효하다.

세쿼이어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는 'General Sherman Trail'로 향했다. 매표소에서 한 시간 정도 구불구불한 길을 시속 30km로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처음엔 길이 구불구불해 긴장됐고 조금만 빨리 달리면 차가 절벽을 따라 떨어질 것 같아 긴장되었다. 20분쯤 지나자 긴장이 풀렸다. 그 도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긴 운전에도 불구하고 길가의 아름다운 경치가 우리를 즐겁게 했다. 산속을 달리며 처음엔 멋진 산맥이 펼쳐지다가, 나중엔 깊은 숲속을 달리고 있었다. 차가우면서도 맑은 공기,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 같은 나무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나무들 사이를 달리며,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신비롭고 야생적인 느낌을 주었다.

드디어 General Sherman Tree 등산로에 도착했다. 유명 등산로답게 사람들이 많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키가 큰 유명한 세쿼이어 나무들이 나타났다. 이 나무들은 평균 60~80미터의 높이와 30미터 둘레를 자랑했고, 가장 오래된 나무는 2,700년이라고 했다. 이 나무들이 단순한 '나무'가 아닌, 마치 인간을 내려다보는 신 같은 느낌이 들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General Sherman Tree는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였다. 큰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인파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놀이공원에 온 듯한 느낌을 주어,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곧장 그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조용한 산책로를 따라 20~30분 걸었다. 대부분 사람은 큰 나무 앞에서 사진만 찍고 떠나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조용한 이 산길을 즐겼다. 미국 시골 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으면 기가 빨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산길을 따라 걸으니 큰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중 몇몇 나무는 안이 움푹 파여 있어 들어갈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나무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어머니 자궁 안에 다시 들어간 아기처럼 마음이 포근해졌다. 이런 공간이 있음에도, 나무들은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하며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공간들은 오래된 산불 흔적이라고 한다. 산불에 강한 세쿼이어 나무는 일부가 타도 살아남는다. 타지 않은 부분은 계속 자라 이런 공간이 생긴다. 이러한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함 때문에 2,000년 이상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President''와 'Senate'
'President''와 'Senate'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세 번째로 유명한 'President 나무'와 'Senate'라는 나무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신비로운 광걍를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1~2시간 후면 해가 지기 시작할 시간이었다. 다른 등산로도 탐험하고 싶어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다음 목적지는 'Moro Rock'이다. 이 산길은 약 20분 정도 걸리는 짧고 쉬운 코스다. 계단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은 작은 노력으로 광활한 경관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단을 오르니 하늘과 바위만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길 같았다.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 차 발걸음을 재촉했다.

Moro Rock 정상에서
Moro Rock 정상에서

정상에 다다랐을 때, Moro Rock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들이 보였다. 저 멀리 세쿼이어 국립공원의 웅장함을 자랑하는 산들도 겹겹이 펼쳐져 있었다. 산 정상에서 인간의 작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대자연임을 느꼈다. 자연의 시점에서 나를 바라보니, 일상의 많은 것들이 얼마나 사소한지 깨닫게 되었다.

조금 더 정상에 머물고 싶었지만, 해가 지면 자연은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어 서둘러 하산했다. 다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1시간 동안 공원을 빠져나왔다. 내려오는 길에 멋진 노을도 볼 수 있었다. 노을은 하루를 성실히 마친 나에게 항상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벅찬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을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이지산 주주  jeesan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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