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만의 선택은 ‘반중’ 총통…전쟁 두려움보다 중국 거부감 더 컸다' 2024. 1. 14. 기자 최현준
한겨레 '대만의 선택은 ‘반중’ 총통…전쟁 두려움보다 중국 거부감 더 컸다' 2024. 1. 14. 기자 최현준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친미 후보인 민진당 라이칭더(賴清德)가 친중 후보를 누르고 총통이 되었다고 소개합니다. 그렇게만 보면 그림자만 보고 실체는 모호해집니다.

총통 선거와 동시에 치른 국회의원(입법위원) 선거에서 친중이라고 보는 국민당 후보가 기존 37석에서 15석이 늘어난 52명(지역:39, 비례:13)을 당선시켜 제1당이 되었고, 여당인 민진당은 61석에서 10석이 줄어 51석(지역:38, 비례:13)으로 제2당이 되면서 국회의장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방 단체장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가 13대 5로 민진당 단체장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됩니다. 한국의 서울 시장과도 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타이베이 시장도 국민당에서 가져갔지요.

사실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4년 연임인 8년마다 국민당과 민진당이 정권을 주고받았고, 올해는 8년 차 민진당 정권에 대한 피로감이 컸습니다. 집권층의 부패와 빈부격차 심화, 중국과 경제교류나 관광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쌓여만 갔지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만인들은 친미, 친중 혹은 반미, 반중 성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드러나거나 문제 될 정도는 아닙니다.

이번 선거의 결정적 패착은 대만 사람들, 특히 국민당 지지자들이 싫어하는 당 주석 주리룬이 지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경찰청장 출신 허우여우이(候友宜)를 후보로 내세우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주변의 골수 국민당 지지자들이 차라리 상대 당 후보를 찍을지언정 허우여우이한테는 투표를 안 하겠다고 적대감을 드러내더군요.

국민당 지지자들이 그동안 역대 급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리덩후이 전 총통입니다. 친일을 넘어 숭일 주의자인 그는 대만 출신으로 총통이 되었다가 국민당을 조각내고 민진당으로 정권을 넘겨준 인물입니다. 30%대 득표율로 어부지리 정권을 차지한 민진당 천수에이볜 총통은 2004년 재선 선거기간 중 투표 전날 권총으로 저격당해 실려 갔다는 뉴스와 총알이 스쳤다는 복부 사진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절대적으로 불리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다음 날 선거 결과는 645만 표 대 642만 표로 상대 국민당 롄잔 후보를 제치고 연임에 성공하지요.

그 당시 수사 책임자가 허우여우이(候友宜) 이번 국민당 후보자였다고 합니다. 진짜 총알이 지나갔는지? 그 복부 사진이 누구 건지, 사실인지? 온갖 억측이 분분했지만 선거는 다음 날 끝나버렸습니다. 그리고 허우여우이(候友宜)는 어떤 수사 결과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뭉갰다고 합니다.

대만 역대 총통 중에 가장 부정하고 부패한 스캔들로 널리 오르내리는 게 바로 그 천수에이볜 4년 재임 기간입니다. 그 당시 기억을 되살린 지지자들 일부가 끝까지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마치 한국에서 민주당 정권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이 한동훈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면 기꺼이 찍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 결과로 대만과 중국 양안에 두드러진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대만 선거의 최대 승자는 민중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 때마다 중국에서 대만에 위협을 가하자 특히 젊은 층이 그들의 협박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진보 보수 양당이 아닌 민중당에 대거 몰렸습니다. 10%대 예상을 깨고 끝까지 유지하며 민중당 후보 커원저(柯文哲)에게 26%대 높은 지지를 보냈지요. 당 조직이 없다 보니 지역 의원 한 명 없이 비례대표로만 국회의원(立法委員) 8명을 배출하며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었고, 향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을까 하고 희망해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가오는 4월 총선에 이준석 신당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궁금합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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