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사람들에게 경쟁 관계라고 생각하거나 경쟁 상대를 지목하라고 하면 아마도 가장 위에 자리 잡을 나라는 대한민국일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대만은 안중에도 없겠지만.

이미 언급했지만, 야구나 농구 국가대항전에서 한국과 대만이 붙으면 한:일전만큼 뜨겁습니다.

예전에 타이베이 시장이 아무리 공을 들이고 광고를 해도 쓰레기 분리수거가 도저히 안 되더랍니다. 그래서 내건 구호가 “한국에선 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느냐“이었고, 그게 먹히면서 분리수거가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지난 20여 년(2005~2021) 일 인당 국민소득에서 대만을 앞서다 윤석열정부 들어서 엎치락뒤치락합니다. 소득은 비슷한데 물가나 생활비가 적게 든다면 그곳이 훨씬 살기 좋은 곳이겠지요.

1989년부터 사업을 했으니 IMF 금융위기의 한복판을 헤쳐 나온 세대입니다. 여의도 아파트에 살며 사업하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알거지로 내몰리는 모습을 보았지요. 또 다른 친구는 필설로 차마 형언할 수 없는 삶을 견뎌야 했고 환갑이 지난 얼마 전에야 좀 살만하다고 하였는데, 요사이는 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와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대만. 산업 구조도 비슷하고, 보수와 진보의 알력도 한국 못지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대만에서는 IMF와 같은 극단적인 경제난을 겪지 않았고, 윤석열과 같은 퇴행적이고 안하무인의 독재 권력을 휘두른 권력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 무게를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좋아하는 술을 끊겠다고 했다는 노무현과 같은 대통령이 되길 바랄 수는 없어도, 최소한 남들 다하는 정시 출근을 밥 먹듯 거르는 대통령을 우리 대한민국 5,000만을 대리한다고 해야 하겠는지요? 말이 나왔으니, 모든 백성을 거느린다는 의미의 대통령이란 말부터 고쳐야겠습니다. 대통령이 무슨 수령이나 존엄 또는 제왕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을 대신한다는 ‘대표’ 정도면 충분할 듯합니다.

대만에서는 행정부 수반을 총통(總統)이라고 부르는데 세습 제왕을 꿈꾸던 장개석의 유산이지요. 그렇지만 제가 대만이 왜 한국보다 살기 좋다고 말해왔는지 그 증거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요즘 장보기 겁나시죠? 외식도 두렵고, 인사치레도 부담스런 우리 국민의 삶. 의도치 않게 염장을 지르더라도 널리 용서하십시오.

2024년 3월 24일 일요일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과일을 사러 나섰습니다. 여기는 대만 남부 도시 타이난(臺南)시입니다. 오늘 환율이 대만 돈 1 : 42.19 원화입니다.

다섯 알에  100(위안,  원화 4,219원) (출처 : 김동호)
다섯 알에  100(위안,  원화 4,219원) (출처 : 김동호)

가장 먼저 고르는 건 매일 한 개씩 공복에 우유를 조금 넣고 갈아 마시는 사과입니다. 수년 동안 100위안(4,219원)에 5개 사과를 삽니다. 하나를 다 갈아먹기엔 좀 부담스러운 양이지만 그 달콤하고 시원한 생 사과주스가 주는 행복이 하루의 시작입니다.

그 외에도 몇 장 참고로 보시지요.

거봉 포도 1근(600그램) 99위안, 귤 7개 100위안, 사과 6개 100위안. 참고로 100위안에 3개짜리 큰 사과와 7개짜리 작은 사과도 더 있습니다.(출처 : 김동호)
거봉 포도 1근(600그램) 99위안, 귤 7개 100위안, 사과 6개 100위안. 참고로 100위안에 3개짜리 큰 사과와 7개짜리 작은 사과도 더 있습니다.(출처 : 김동호)
위장이 안 좋았던 저는 매일 아침 양배추 샐러드를 먹지요. 600그램에 20위안. 리산 고산지 양배추.(출처 : 김동호)
위장이 안 좋았던 저는 매일 아침 양배추 샐러드를 먹지요. 600그램에 20위안. 리산 고산지 양배추.(출처 : 김동호)
유기농 애호박 5개 100위안.(출처 : 김동호)
유기농 애호박 5개 100위안.(출처 : 김동호)
자두 5개 100 위안(출처 : 김동호)
자두 5개 100 위안(출처 : 김동호)

자전거 바구니에 항상 담기가 버거운 양을 사서 돌아옵니다. 1,000위안짜리 지폐 한 장 이상 가지고 가본 적이 없습니다. 400위안도 다 못 쓰고 자전거 바구니가 꽉 찼습니다. 한국에서 롤 케이크 한 줄도 못 사는 돈으로 산 사과 열 개, 유기농 애호박 두 개, 양배추, 방울토마토, 상추 비슷한 야채.

천위안 지폐(아래) 한 장 가지고 가서 3백 30위안 쓰고 왔습니다. 약 13,900원(출처 : 김동호)
천위안 지폐(아래) 한 장 가지고 가서 3백 30위안 쓰고 왔습니다. 약 13,900원(출처 : 김동호)

점심에는 친구 부부가 와서 근처 가성비 최고인 맛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태리 스파게티 전문점인데 밀가루 음식을 멀리하는 나이인지라 저와 친구는 해물 종합 그라탱, 친구 짝은 일본식 세트를 시켰습니다. 양도 많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맛에 가격도 세트에 12,000~13,000원 정도입니다.

그라탱에 스프와 샐러드. 맛도 양도 엄지척!  음료 무료.(출처 : 김동호)
그라탱에 스프와 샐러드. 맛도 양도 엄지척!  음료 무료.(출처 : 김동호)
연어구이에 일식 규동? 너무 맛있다고 해서 다음에 선택하려고 합니다.(출처 : 김동호)
연어구이에 일식 규동? 너무 맛있다고 해서 다음에 선택하려고 합니다.(출처 : 김동호)
세 번째 갔는데 단골이라고 감자 튀김을 즉석에서 바삭하게 튀겨 먼저 내줌.(출처 : 김동호)
세 번째 갔는데 단골이라고 감자 튀김을 즉석에서 바삭하게 튀겨 먼저 내줌.(출처 : 김동호)

부담스럽지 않으면,
그것이 곧 여유입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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