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30일 교육부가 주최한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장에 난입한 극우 세력들이 공청회를 방해하는 장면(출처 : 김원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위원 제공)
2022년 9월 30일 교육부가 주최한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장에 난입한 극우 세력들이 공청회를 방해하는 장면(출처 : 김원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위원 제공)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상품시장뿐만 아니라 자본·노동·서비스시장까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그 결과 이민자들이 북서유럽으로 대거 유입됐고 오늘날 다인종 다문화 현상, 인종 혐오와 차별, 그리고 극우 정치세력의 준동을 초래했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윤석열 정권 들어서서 극우 세력의 준동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북서유럽은 극우 세력에 맞서 ‘적극적 시민’을 길러내는 ‘시민교육’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가장 먼저 독일은 70년대부터 논쟁성 짙은 사회 현안을 교실 수업으로 끌어들였다. 교사는 특정 가치를 주입하거나 가르치는 대신, 학생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배려했다.

이른바 독일 학교 교육의 대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합의」(1976)가 바로 그것이다. 독일은 ‘시민교육’의 준거인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발전시켜 「뮌헨 선언」(1997)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민주주의는 ‘정치교육’을 필요로 한다”고 선언한 「뮌헨 선언」에서 ‘정치교육’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인간적 성숙’*에 있다.

「뮌헨 선언」은 다시 「마그데부르크 선언」(2005)으로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민주주의를 배운다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것”을 선언한 「마그데부르크 선언」은 학급 회의를 ‘학급평의회’로, 학급회장을 학급 ‘대변인’으로 부르게 했다.** 학급구성원 모두 동등한 인격적 주체가 되어 학급생태계를 수평적 인간관계로 변화시켰다. 오늘날 「마그데부르크 선언」은 독일 연방 내 16개 주에 공통 기준으로 적용된다.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은 내무성 산하이지만 법령으로 완전히 독립된 기구다. <독일 연방정치교육원> 활동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감시하는 감독위원을 정당 의석수에 따라 배분한다.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은 노동조합, 시민단체, 16개 주 정치교육원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학교 민주시민교육, 바로 정치교육도 적극 지원한다. 우리도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로 <민주시민교육원>을 설립해 참여하고 연대하는 적극적 시민과 비판적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출처 : 하성환)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은 내무성 산하이지만 법령으로 완전히 독립된 기구다. <독일 연방정치교육원> 활동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감시하는 감독위원을 정당 의석수에 따라 배분한다.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은 노동조합, 시민단체, 16개 주 정치교육원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학교 민주시민교육, 바로 정치교육도 적극 지원한다. 우리도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로 <민주시민교육원>을 설립해 참여하고 연대하는 적극적 시민과 비판적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출처 : 하성환)

독일은 내무성 산하에 독립 기구로 독일 연방 정치교육원을 두고 있다. 연방 정치교육원은 16개 주 정치교육원, 노동·시민단체와 유기적으로 연계돼 시민의식을 높이는 ‘시민교육’ 활동을 지원한다.

그 결과 독일은 초등학생조차 난민에 대한 강한 연민과 연대 의식을 갖는다. 중고등학생들 또한 높은 환경 의식으로 탄소배출이 극심한 비행기 이동 수단을 꺼린다. 50년 넘게 ‘시민교육’을 통해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낸 결과다. 독일이 오늘날 유럽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가가 된 이유이다.

2023년 4월 총선에서 다문화주의 반대, EU 반대를 내건 극우 정당 <핀란드인>당이 46석을 차지해 제2당으로 올라섰다.(출처 : 핀란드 법무부, 한겨레신문 노지원 기자)
2023년 4월 총선에서 다문화주의 반대, EU 반대를 내건 극우 정당 <핀란드인>당이 46석을 차지해 제2당으로 올라섰다.(출처 : 핀란드 법무부, 한겨레신문 노지원 기자)

그런 독일조차 2013년 ‘EU 해체’, ‘반이민’을 내건 극우 정당 독일 「대안당」이 등장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 상황은 더 심각하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극우 정당 르펜의 「국민 연합」과 ‘반이민’을 앞세운 극우 「스웨덴 민주당」이 2022년 총선에서 제2당을 굳혔다. 핀란드도 ‘EU, 다문화주의 반대’를 내건 극우 「핀란드인」 당이 2023년 총선에서 제2당을 유지했다.

신나치주의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들」은 2022년에 총리까지 배출했다. 네덜란드 또한 2023년 총선에서 ‘무슬림혐오’와 ‘인종차별’을 내뱉는 극우 「자유당」이 제1당을 차지해 충격을 안겼다. 덴마크 인민당, 오스트리아 자유당 등 극우 정치세력이 북서유럽을 넘어서서 유럽 사회 전체로 확장하는 추세이다.

극우 정치세력의 준동에 맞서 스웨덴은 2018년에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사회」과 교과를 「시민성」(Civics) 교과로 명칭을 변경해 ‘시민교육’을 한층 강화했다. 프랑스 또한 2015년에 「도덕 시민교육」 교과로 통합해 ‘시민교육’을 강화했고 2018년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목표를 개정해 ‘시민교육’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은 2005년부터 연방 정치교육원을 중심으로 해마다 ‘정치교육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2009년엔 16개 주 정부 문화 교육부 장관들이 ‘시민교육’ 강화 차원에서 ‘민주주의 교육의 강화 결의’를 선언했다. 이 선언은 학생들의 학교 밖 정치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2012년부턴 독일정치교육협회도 ‘정치교육의 날’ 행사에 참여해 2015년 현재 18개 기관이 ‘정치교육의 날’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시민교육’에 앞서갔던 독일조차 극우 세력의 준동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에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민주시민’ 없이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윤석열 정권은 2022년 교육부 직제에서 ‘시민교육’을 총괄하는 사령탑인 「민주시민교육과」를 전격 폐지하고 「인성체육예술교육과」로 변경했다.

2022년 11월, 국민의 힘 김기현 의원과 한국교총 정성국 회장이 주도한 학술토론회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시민교육을 반대하는 행사였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오는 22대 4월 총선에서 국민의 힘 인재 영입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출처 : 김원태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위원 제공)
2022년 11월, 국민의 힘 김기현 의원과 한국교총 정성국 회장이 주도한 학술토론회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시민교육을 반대하는 행사였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오는 22대 4월 총선에서 국민의 힘 인재 영입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출처 : 김원태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위원 제공)

게다가 국민의 힘과 한국 교총은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시민교육’을 부정하는 모양새다.

민주시민교육은 세계 보편교육임에도 윤석열 정권은 거꾸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교육계 퇴행을 규탄하는 전교조 펼침막(출처 : 김원태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위원 제공)
민주시민교육은 세계 보편교육임에도 윤석열 정권은 거꾸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교육계 퇴행을 규탄하는 전교조 펼침막(출처 : 김원태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위원 제공)

이런 일련의 행태는 극우 세력에 맞서 ‘시민교육’을 강조하는 세계 교육개혁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모습이다.

* 정기섭(2021). 『독일의 학교 교육』. 서울:살림터. 363쪽.

** 장은주, 심성보, 박재영(2016). 『민주주의 시민교육 활성화 연구방안-경남을 중심으로』.

경상남도 교육연구정보원. 72쪽.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하성환 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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