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일주일의 절반은 도시에서 나머지 절반은 시골에서 생활하기. 재작년에 집짓기를 거의 마무리 할 때만 해도 완전히 광주를 떠나 지리산으로 이사할 계획이었고, 일곡지구의 살던 주택을 팔려고 내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겨울, 주택이 곧 팔릴 기미가 보이던 무렵 계획이 바뀌었다.

지리산 집을 짓는데 뒷집의 텃세가 생각보다 심해, 완전 귀촌하려던 우리 마음을 힘들게 했고, 장인의 치매가 심해져 장모님이 우리가 광주를 떠남을 불안해하심도 변수의 하나였다. 귀촌한 후에, 그 지역 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할까 모색도 해봤다. 그러나 그곳은 귀농 인기 지역이어서 먼저 귀농한 젊은 친구들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굳이 나까지 일을 벌이지 않아도 되었다.

작년 1월 결국 ‘반도반촌 생활’을 결심하고, 일곡 주택이 계약되자마자 일곡지구에 두 사람의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시골 주택은 진즉 완공된 상태였고, 새로 산 일곡 아파트는 수리에 들어갔다. 드디어 반도 반촌을 위한 준비가 이뤄졌고, 작년 3월부터 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가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 온다. 이제부턴 우리 부부가 사는 얘기를 할까 한다. 철따라, 텃밭 농사 따라 혹은 행사, 모임 등의 일이 있을 때는 변경이 있기도 하지만, 연중 변하지 않는 것은 광주 일곡 집과 지리산 산내 집을 매주 오가며 산다는 것이다. 금요일 오후에 지리산 집으로 갔다가 거기서 주말을 보내고 화요일 오전에 광주로 돌아온다.

광주에서 아내는 태극권, 나는 도서관에 가고, 각자 지인들과 만남이 있고, 하루는 부부가 같이 광주 시내 나들이를 하거나 시외를 다녀오기도 한다. 나는 그간 관여해 왔던 단체들의 행사나 회의에 참여하기도 한다. 지리산 집에 가면, 집 주변 산이나 둘레 길, 동네 탐방, 지리산 산행을 하고, 농사철엔 농사에 시간을 쓴다.

한 평 생태 뒷간, 네 평 구들방, 세 평 창고, 그리고 스물 세평 본채까지 명색이 독립된 공간이 네 채이다 보니 집 관리도 해야 하고, 주 당 평균 한 팀 꼴로 전국에서 지인들이 우리 집을 방문 하니 손님맞이도 해야 한다. 오랜 세월 거기에서 살고 계신 원주민도 만나고, 400가구 쯤 되는 산내면의 다양한 귀농 귀촌인도 만나 사귐의 시간을 갖는다. 겨울엔 벽난로 때는 일, 간혹 구들방에 손님이 들 때는 아침부터 미리 장작으로 불도 때야 한다. 손님들이 좋아할 생각을 하면 즐거운 노동이다.

이런 생활이 2년이 다 되어 이젠 익숙하다. 물론 아직도 지리산 자락을 다 파악 못했기 때문에 갈 곳은 무궁무진하다. 더구나 자연은 사계절 변하기 때문에 같은 곳도 같지 않다. 그 새로움 때문에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광주에서는 그간의 오랜 인연들을 갈무리 중이다. 시골집은 지친 생활을 잠시나마 벗어나 쉬고자 하는 지인들의 사랑방이 되기를 바란다. 누구든 지리산을 만나고자 한다면, 지리산에서 인생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다. 텃밭농사도 집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먹을 만큼만 쉬엄쉬엄 하고 있다. 이것이 반도반촌 생활의 철학이다.

반도반촌 생활을 애초엔 3년 정도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다. 그만큼 반도 반촌 생활에 만족하고 즐겁다.

은퇴 이후의 계획을 세우는 후배들이여, 도시 문화도 접하고 자연의 향기도 만나고 싶으면 반도반촌도 꼭 한 번 고려해 보시라.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김종근 주주통신원  green27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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