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제 집을 자기가 짓는다. 집 한 번 지을 때 10년 늙는다.

집은 세 번은 지어봐야 제대로 짓는다. 집과 관련 한 번 쯤 들어 본 말들이다.

10년 전, 생애 첫 집을 짓기로 했다. 20평 임대아파트에 살다가, 도서관 근처 24평 아파트로 이사 와서 사는데, 윗 층의 층간 소음 문제가 우리 부부로 하여금 서둘러 집을 짓게 한 것이다. (광주 북구 일곡지구 자연 마을에 사둔 택지는 있었지만, 집지을 돈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건축에 관심이 많아 신축 주택 구경하기를 좋아할 뿐 아니라, 주택관련 책들은 거의 섭렵하고, 국내도 모자라 일본의 주택에도 관심 갖고 공부하는 아내가 주도하고 내가 보조를 하는 관계로 집을 짓기로 했다.

1층은 한옥에서 차용한 ㄷ자로 설계하고, 2층은 공용공간으로 쓰기 위해 통 공간을 배치했다. 외벽은 관리하기 좋게 구운 적벽돌로 하되, 내벽은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생흙을 압축한 흙벽돌을 사용하기로 했다(국내 시멘트는 쓰레기시멘트로 평이 나 있기에 실내 사용은 안하기로). 이 집을 짓는 데 중요하게 생각한 3가지는 ‘몸에 좋은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단열과 통풍 신경), 관리하기 편하게’였다.

▲ 광주 집

특이한 것은 높게 지어버린 앞집 때문에 남향에 집착하지 않고, 동편에 위치한 어린이 공원 쪽으로 커다란 거실 창을 내어, 공원을 내 정원처럼 품은 것이다. 내벽은 작은 흙벽돌로 시공했는데, 공간별로 서로 다른 색을 배치하여 노출시켰더니 갤러리 분위기를 풍겼다. 그림, 글씨 등 작품을 걸면 실내 분위기가 여느 주택과는 확연하게 달라, 특히 여성 방문객들이 좋아했으며 아내 역시 늘 만족해했다. 천정과 2층 계단 벽은 편백나무 판자로 마감했다. 원래는 구들방 하나도 계획했는데, 어려움이 있어, 주물 난로를 거실에 놓는 것으로 대신했다. 겨울이면, 실내에서 불구경하는 게 중요한 즐거움이었다.

▲ 광주 집

눈 내리는 겨울 밤, 거실 창 밖을 통해 바라보는 가로등 불빛에 하얀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광경. 비오는 날이면, 거실 밖 나무들이 비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달이 뜰 때, 집의 거실과 식당이 동편으로 배치되어 있어, 공원 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모습을 늘 구경할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우리집을 함월당(달을 품는 집)이라 이름지어준 지인까지 있었다. 2층 한 켠에 옥상을 두고, 거기에 대나무 평상을 들여, 여름밤이면 도시인데도 별 자리 관측이 가능했다. 2층 공용 공간은 그런대로 제 구실을 했다. 공부 모임이 몇 개 운영되기도 했고, 문화사랑방이라는 프로그램 때는 4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강좌도 듣고 차도 마시며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동안 우리 집을 다녀 간 사람은 수백 명은 족히 넘었을 거다.

▲ 상량식 및 집 지을 때 모습

 

▲ 상량식 및 집 지을 때 모습

내가 은퇴를 결심하면서, 지리산 자락에 두 번 째 집을 계획했다. 그 지역에 귀농한 사십 대 젊은이들로 구성된 건축 팀과 흙집을 짓기로 했다. 광주에서의 벽돌집에 대한 추억이 좋았기에, 미련을 버리기 힘들었으나, 주택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생활한옥으로 결정했다. 재작년 3월에 시작한 건축은 해를 넘겨 작년 7월에야 마무리 되었다. 거창하진 않지만, 건물 4동을 짓다 보니, 긴 시간이 걸렸다. 23평 생활한옥이 본채이고, 4평 구들방이 사랑채이다. 여기에 생태뒷간, 창고가 추가된다. 구들방과 생태뒷간 지붕은 너와다. 본채에는 우리 집 보물1호 벽난로가 있다.

▲ 본채

본채를 생활 한옥이라 명명한 이유는 전통한옥과는 다르면서 과거 흙집의 단점들이 많이 보완되어 생활하기 편리하게 진화된 한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어려서 시골집에서 겪었던 불편함, 추위와 더위, 벌레, 냄새, 집 관리의 어려움들이 획기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생각된다.

▲ 본채 실내

편리한 구조로의 설계, 풍경과 바람 길을 고려한 창문 내기, 철저한 단열, 빈틈없는 방충망, 실내에는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자재만 사용, 나무 판재로 마감한 중천장 등. 특히, 실내 황토벽엔 규조토를 발라 집 내부를 환하게 했다. 주방엔 전기레인지와 가스레인지를 나란히 설치하여 편리성을 높였다. 소음을 고려한 나머지, 보일러실은 실외로 배치했으나, 다용도실은 본 건물 안에 들여, 본채에 덧 달아냄을 없애, 집 둘레가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23평의 공간을 넓게 쓰기위해 내부 벽 일부는 벽을 나무로 된 수납공간으로 대신했다.

 

▲ 구들방과 생태뒷간

구들방은 특히 풍경이 좋은 곳이면서 본채와 좀 떨어진 곳에 건축하여 독립성을 높였는데, 그곳은 차방 겸 정자이면서 손님용 사랑방이다. 우리 집 사랑방을 이용하고자 하는 손님은 불편과 느림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자격이 있다. 현대인들은 얼마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고, 바쁘게 사는가? 이 사랑방 공간에서 만큼은 일상 탈출하여, 정반대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찾고 정화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한 여름을 제외하곤, 구들방에 불을 때야 하는데, 가급적 본인이 일찍 와서 불부터 때고 일정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욕실과 주방이 없고 4명까지 잘 수 있는 황토방만 있다. 그리고, 부엌 가까이 수도가 있고, 가까이에 생태 뒷간이 있다. 사랑방 이용자는 아궁이에 불 때고, 수돗가에서 씻고, 생태뒷간에서 일보고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면서 힐링하는 공간이다.

▲ 생태 뒷간에서 본 풍경

생태뒷간은 목조건물에 너와지붕을 이고 있다. 일보면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생태뒷간에서 나오는 오줌은 따로 받아 삭혀 웃거름으로 사용하고, 똥은 삭혀 텃밭 밑거름으로 사용한다. 생태순환의 현장이다.

▲ 창고

창고는 맨 나중에 지었는데, 본채와 사랑채 사이에 위치해 있어, 미관상 샌드위치 판넬 건물을 짓지 못하고, 고심 끝에 화산석을 연상시키는 블록으로 벽을 만들고 한 짝 자리 나무문을 달았더니, 인기 짱인 건물이 되었다.

▲ 벽난로 사진

우리 집 벽난로는 러시아 페치카 3000년 역사의 결과물이라고 하는데, 적정기술을 보급하려는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 거실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데, 지리산 자락의 추운 겨울도 걱정이 없다. 특히 아내가 좋아한다. 실내 공기가 냉하지 않아 좋을 뿐 아니라, 기름도 절약되고, 집안에서 불도 보고, 벽돌이 달궈지면, 어깨 등을 지져 어혈을 풀어주고 통증도 없애준다. 우리 집 벽난로의 특징 3가지는 (1)공기를 외부에서 가져다 쓰기에, 실내 공기의 산소를 소비할 염려가 없다 (2)안쪽의 내화 벽돌, 바깥쪽의 일반벽돌에 축열 기능이 있어, 불을 때고 나면, 이틀 정도는 온기를 내뿜는다 (3)연기가 나가면서 한 번 아래로 꺾인 뒤에 위 연통으로 나가기에 나무가스가 더 많이 태워져 연료의 효율성이 높고, 연통으로 나가는 연기가 확실히 적다.

▲ 본채 실내 및 거실 앞 마루

마지막으로 우리 집의 집터와 관련해서 몇 가지 얘기를 하자면, 해발 350미터에 높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우리 집은 정남향으로 지리산 자락이라고는 해도 종일 볕이 아주 잘 드는 곳이다. 택지가 3단으로 되어 있고, 단 차이가 2미터 정도 되기에 우리 집은 앞으로도 전망이 막히지 않는다. 풍경이 좋으면서도 접근성이 좋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면소재지나 실상사입구 가게 등을 갈 수 있다. 실상사입구에선 동서울 고속버스를 탈 수 있어, 수도권에 가기에도 편리하다. 주변엔 지리산 말고도 삼정산, 삼봉산, 백운산,서룡산, 바래봉 등 1000미터 이상의 산들이 많다. 따라서 물이 풍부하고, 산행하기가 좋다. 또, 지리산 둘레길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다는 3코스가 집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한 집 건너 도로에는 자주는 아니지만, 군내 버스가 다닌다.

▲ 집주변 풍경

저 건너편 나무 사이로 실상사가 보이고, 실상사에서 나는 목탁소리,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행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이 지역은 전국적으로 귀농 인기지역인 관계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지난 세기 말에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전국귀농운동 등을 전개했던 곳으로 실상사 농장을 중심으로 친환경농업이 번져나가고 있다. 의식이 훌륭한 젊은이들이 많아 다른 농촌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각종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프로그램도 다양하며 자생적인 동아리가 40여개 나 있다. 텃세가 심하지 않고, 귀농인과 현지인이 서로를 배려하며 잘 어울려 살고 있는 셈이다.

▲ 집 주변 풍경

집지을 꿈을 갖고 있거나, 주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한 번의 방문을 권한다. 아마,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부부는 서로 다른 종류로 다른 지역(도시와 농촌)에서 두 번의 집짓기를 했고, 첫 번째 집은 하자 없이 7년을 살았고, 현재의 집도 만족스럽게 살고 있으며, 현재의 집엔 다양한 볼거리, 얘깃거리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 집 주변 풍경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사진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종근 주주통신원  green27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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