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 30년을 맞아 우리나라 현대 민주주의 언론사(史)의 상징과도 같은 <한겨레> 창간주주 연구가 진행 됐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해 연 ‘한겨레와 한국사회, 또 다른 30년’ 세미나에서 한겨레 창간주주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창간주주 연구는 지난 4월 표적집단면접(FGI)과 온라인 서베이(250명)를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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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입장에서 이 연구는 핵심 독자층이자 최 우군으로 30년 변함없이 한겨레를 응원하고 지지해온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1988년 2월25일 모두 2만 7223명이 참여해 창간 기금 50억 원이 모였다. 이들이 창간 주주다. (작년말 기준 총 주주는 6만9508명이다) 언론 통제 속에 몇몇 언론사가 여론을 독점하던 시대에 “국민이 주인인 신문을 만들자”며 이를 행동에 옮긴 사람들. 30년이 지나 개방과 공유, 시공간 초월의 개인미디어 시대에 이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번 연구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 1988년 5월 15일 국민주신문 한겨레 창간호 1면

먼저 최고학력 전문가 집단이라는 것이다. 창간주주 10명 중 4명이 석, 박사다. 매해 하는 한겨레 독자 조사는 <한겨레> 구독자의 약 70%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창간 당시 대학생, 초급 사회인이던 창간주주들은 공부를 더 해서 석, 박사 등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들로 성장했다. 석, 박사는 아니라도 자격증을 따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대졸이상 고학력자를 포함하면 무려 82%에 이른다. 더 깊은 연구가 이뤄져야겠지만 이 결과는 <한겨레>가 콘텐츠나 독자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둘째, 30년 충성도가 여타 언론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나라 종이신문 가구구독률이 10% 남짓이지만 창간주주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종이신문을 구독한다. 인터넷으로 공짜로 볼 수 있지만 "후원하는 마음으로 유료 구독한다”는 창간주주를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서 <한겨레>를 구독하지 않는다는 4명 중 2명은 “인터넷으로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새 언론 탄생을 위해 조건 없이 자신의 소중한 마음과 돈을 한겨레에 낸 이들이 변심하여 한겨레 후원을 멈춘 것이다. 그들이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셋째, 참여의 확대를 요구한다. “주인의식을 갖는 것과 주인행세를 하는 것은 다르다” 창간주주 10명 중 4명은 주주들의 의견 반영이 제대로 안 된다고 평가한다. 한겨레 창간주주들은 남다른 참여의식과 행동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창간 이후 주주들이 대표이사 선출 등 한겨레의 운영에서 배제되어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로 밀려나면서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런 관계 설정이 이후 구독자 이탈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주 신문’의 거버넌스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 이에 창간주주들은 해법에 대해 중요한 힌트를 제공했다. ‘사원들이 선발하는 방식에 주주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 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한겨레에 대한 확고한 신뢰다. 창간주주들은 창간 때나 지금이나 한겨레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국민이 주인'이라서 한겨레를 여전히 믿는다. 창간주주 10명 중 7명이 한겨레 편집권이 잘 독립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절독자 4명 중 1명이 “논조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기자들의 전문성, 윤리성, 사명감, 성실함에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한마디로 한겨레 기자들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만함도 엿보인다”는 부정적 평가에 대해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한겨레는 평생동지인 창간주주를 더 객관적이고 깊게 알 수 있었다. 그런 만큼 해법도 보인다. 30년의 인연을 이어온 창간주주와 <한겨레>, 미래 30년의 비전 역시 이들에게서 나온다. 

['한겨레와 한국사회, 또 다른 30년' 발제문 보기]
http://drive.google.com/file/d/1RER8hz14cU2_Sb59DTFfUlGCnZdS6VGD/view?usp=sharing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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