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기 한겨레 정기주주총회 현장인터뷰

거의 앉아서 인터뷰이들을 맞이했다. 로비 한 쪽 끝에 마련된 주주통신원 본부석에서. 의외의 사태였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차례를 기다려 마주한 주주가 열에 일곱이었다. 경험상 주총의 분위기 흐름을 알기에 도중에 나오거나 아예 느지막이 도착해 들어가다가 인터뷰 장면을 기웃한 것이었다. 자기 짐작과 달라도 대부분 망설임 없이 인터뷰이를 자처했다.

나이의 고하(高下, 39세~87세)를 떠나, 당당하고 솔직하게 바람을 드러냈다. 고령일수록 창간정신을 추억하며 기렸다. 상장주가 아니어서 속이 쓰리다는 항의성 바람은 장년층에서 많았다. 충실한 전달을 위해 녹취된 표현을 그대로 살려 정리했다. 단, 인터뷰이들이 자연스레 치중하여 내비친 속내를 소제목으로 하여 분류하였다.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은 뺐지만, 지나친 주장도 실었음을 밝힌다.

● 송건호 선생의 언론관을 믿고 참여했다. 앞으로 경영 환경이 더 엄혹해지더라도, 어떤 임직원이 오더라도 송건호 선생의 언론관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 양규석(87)·황성순(81) 부부(한가족주주) : 송건호 선생의 언론관을 믿고 참여했다. 정릉에서 지하철로 왔다. 올해 회사(한겨레)가 차량을 준비해 아주 편했다. 한겨레 열혈팬으로서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애독자다. 주총은 한 번도 거른 적이 없고, 매년 이 날을 기다린다. 주총 열기는, 험악한 때도 있지만, 처음이나 지금이나 같다. 목적의식이 뚜렷해서 그럴 거다. 한겨레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견딜지는 모르지만 굴하지 않고, 초지일관했으면 좋겠다. 전두환 때도 살아남은 언론이니까. 운영이 어려워 이윤이 안 나는 것은 이해하니까, 주주들에게 비용을 받더라도, 초창기처럼 주주단합을 위해, 봄·가을로 야유회를 했으면 한다. 한겨레 성공만을 바란다. 앞으로 경영 환경이 더 엄혹해지더라도, 어떤 임직원이 오더라도 송건호 선생의 언론관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 김창규(59세, 주주통신원 신청서 제출) : 한겨레 주총에 처음 왔다. 주주들의 연령층이 높아 보인다. 정론지라는 생각에 참여했다. 구독은 안 한다. 인터넷으로 본다. 처음처럼 운영해줬으면 좋겠다.

● 불광지국을 운영하며 수색에 1부를 배달하러 자전거 타고 갔다. 구독자가 "시공을 초월한 신문이다",라며 1주일에 한 번 한꺼번에 배달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 석규관(80세, 중풍)·신경숙(63세) 부부 : 한가족 주주다. 구상동 집을 한겨레에 기증했다. 주총에 매회 참석한다. 딸은 캐나다에서 한겨레 운동한다. "조중동 보지 말고 한겨레를 보고 조국통일에 대해 생각하자"며. 전국(신문)지국장평의회 의장이었다. 서울 은평구 불광지국 운영하며 우리 애들(자녀)도 배달시켰다. 12명 배달원을 기숙시키면서 다락이나 광에서도 지냈다. 전라도에서 올라온 애들이 많았다.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찾아온다. 지금 거의 40대 후반이다.

▲ 석규관 · 신경숙 주주 부부

나는 경산 출신이다. 경상도는 한겨레 안 본다. "빨갱이 아니가?" 하면서. 수색에 한 부를 배달하러 자전거타고 갔다. 구독자가 "시공을 초월한 신문이다",라며 1주일에 한 번 한꺼번에 배달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하루는 아주머니가 찾아와 "우리 아들 빨갱이 만들려고 그래? 왜 한겨레를 넣어? 넣지마"라 했다. 그런데 학생이 와서 "선생님, 신문을 제 방 문턱으로 살짝 넣어 주세요, 구독료는 제가 와서 낼게요." 했다. 1954년부터 언론연구원에서 기자들 교육을 했다. FM 음악 방송을 듣다보면, 조사의 주격, 목적격을 틀리게 말하는 아나운서도 있었다. 듣고있던 아내 신경숙씨는 한겨레에 감정이 많다. (집을 팔아 참여한)대주준데, 지금은 생활이 너무 어려운데, 어째 한겨레는 삶의 보살핌도 한 번 없고,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다. 길거리 거지한테도 안 그럴 것 같다. 올 설날 처음으로 사과 한 상자 왔다. 생활이 어려워서 눈물이 쏟아질 정돈데...

 

● 5년 만에 오는 거다. 세월호도 있고 해서. 그리고 김선우 시인의 시낭송이 있다고 해서.

* 양성숙(57세, 휠체어 이용, 주주통신원 신청서 제출) : 지하철이 잘 되어 있어서 다닐 만하다. 구독자 아니다. 인터넷으로 기사 본다. 주총은 초기에 한 번, 중구청에서 할 때 집에서 가까워 한 번, 5년 만에 오는 거다. 세월호도 있고 해서. 그리고 김선우 시인의 시낭송이 있다고 해서. 지금까지 문화행사는 없었다. 시를 좋아한다.

 

● 시간이 지났는데도 (투자한 것에 대해) 너무 변화가 없다.

* 권양순(68세, 주주통신원 신청서 제출) : 주총 참여는 최근에 3~4번. 최근 한가해져서 나왔다. 한겨레 창간 때 돈 벌겠다고 주식 산 거는 아니지만. ‘모두가 참여해서 사회를 밝게 하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의 모금 제안 내용을 보고 단순히 생각해서 참여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당시 200만 원 투자한 건데, 아무 변화가 없다. 실망스럽다. 신문은 구독하다가 몇 년 전에 끊었다. 몇 년 전 주총에 와봤었는데 주주들끼리 싸우고 영 보기 싫더라. 자식들이 한겨레가 창간 때와 마음이 다른 거 같다며 한겨레에 투자한 게 잘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심지어 신문도 아니라며.

우리 아들(43세)은 요즘 정의가 어딨냐 그런다. 이곳으로 오는 길에 지하철 역에 걸린 송건호 선생 말의 ‘부정부패’라는 단어를 보며 생각을 하며 왔다. 최근에 된 총리를 생각하니, 내 세대에는 부정부패 척결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나만이라도 바르게 살아온 것이 다행이다. 그 중에 한겨레에 희망을 걸었는데, 조중동과 다른 신문으로서 기대를 했는데... 지금은 시민의 소리가 제일 무섭다는데, 한겨레 6만여 주주의 힘을 실리게 하려고 왔다. 지난 번 주총 싸움을 보고 주주들 중 자질이 안 되는 이도 많다 느꼈다. (주주통신원 신청서를 작성하며) 경향신문사에서 칼럼니스트를 했다. 건양대학교에서 상담학을 가르쳤다. 지금은 안양교도소에서 교정교육을 한다.

▲ 권양순 주주 인터뷰

* 김동수(62세, 남) : 주총에 매년 온다. 재능기부하려고 주주감사를 쓰라고 건의했는데, 나를 안 쓴다. 조중동에라도 주총 광고를 내야한다. 주주도 모르는 주총이 어딨냐. 신문 안 보는 주주들 많다. 송건호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자. 난 책도 많이 읽었다. 다방면 능력이 있다. 이런 주주들 장점을 활용 안 하고...

* 장명신(67세, 남) : 2~3년에 한 번씩 온다. 주식을 몇 십 년 동안 묻어두었는데, 주식을 처분한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주식실무자에게 묻고 싶다. 당시 120주면 큰돈이다. 그 때는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는데, 주주를 무시하는 것 같다. 이대로 나가면 돈을 못 받는다. 회사사람들이 자기들 살려고 하지, 주주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마음에 다가오지 않으면, 주주가 늘어날 수가 있나. 주주 대우를 해줘야 한다. 구독 안한다. 좌경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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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주주통신원  newcritic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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