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 5조 이상 낭비하며 건설하려는 제주 제2공항은 제2의 4대강 건설이다.

▲ 광화문 정부청사 인근에서 15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면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하라'를 요구하고 있는 박찬식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지금 광화문 정부청사 옆에 있는 소공원에서는 '제주 제2공항 계획 철회를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라'고 하면서 '제주 제2공항저지비상도민회의'의 박찬식 상황실장이 1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월 3일부터 9일간 청와대 앞에서 '제주 제2공항 계획 전면 취소'를 위한 묵주기도와 100배, 미사 등을 진행해 왔다. 그런가 하면 전국의 시민, 환경, 사회, 종교 단체 등 290여개 단체가 모여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을 결성하여 제주 제2공항 건설 백지화를 위한 다양한 방식의 투쟁에 동참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등 제주 제2공항 반대 진영에서는 우선 내년도 제주 제2공항 관련 예산 356억원의 전면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이 확정이 되지도 않았는데, 국토교통부 제2공항 관련 예산이 356억 원이 편성되어 있다. 기본설계비, 감리비, 공항건설 업무지원비 등을 합산한 것으로 올해 38억원 예산보다 10배 정도 증액된 예산이다. '제주제2공항백지화국민행동' 등은 민주당은 물론 국회 예결위원들에게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에 이같이 많은 예산이 배정된 것은 제주 제2공항을 기정 사실화하려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회 예결위원들을 상대로 이 예산 항목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는 그동안 중앙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그렇지만 제주 지역에서는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라 있다. 현 제주공항이 시설이 좁아 항공수요를 다 충족하지 못한다는 예기는 좀 오래된 얘기이다. 그래서 제주 도지사 선거라든가 대선, 총선 등에서 제주도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한 선거 쟁점으로 떠 올라있었다. 그러던 중 박근혜 정부시절 제2공항 건설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제주 도민들의 70% 정도는 수긍하고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막상 성산 지역에 제2공항 후보지로 확정이 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시작하여 반대 여론이 일기 시작하였다. '제주 제2공항이 꼭 필요한가? 기존 공항을 확장하면 안 되는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하여 '작은 섬에 공항 두 개가 꼭 필요한 것이냐?", '제2공항을 건설하면 자연과 환경 훼손이 엄청날 텐데, 꼭 제2공항을 해야 하나?', '하고 많은 후보지 중에 왜 성산지역이냐?', '왜 도민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느냐?' 등 쟁점들이 수두룩하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많은 도민들의 공론화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자신은 도민들의 의견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원지사의 제2공항 강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성산 지역주민인 김경배 씨는 34일, 48일 둥 두 차례에 걸쳐 단식을 하면서 건설 반대 투쟁을 해 왔고, 그외에 엄은희 씨, 노민규 씨에 이어 비상 도민회의'의 박찬식 상황실장이 그 바통을 이어 단식을 하면서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하여 벌써 5명의 제주도민들이 단식 농성을 벌이면서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반대 진영에서는 원희룡지사를 향해서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도민 의견을 듣고 수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원지사는 이를 계속 무시하면서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하여 이 문제에 대하여 토론을 할 수 있다고 하여 KBS제주 방송이 나서서 몇 가지 쟁점 사항들을 가지고 2회에 걸친 TV토론이 이루어졌다.

지난 7월에 1차 토론은 '제주 제2공항' 찬성과 반대 진영에서 두 사람씩 나와서 토론을 벌였고, 9월 4일 2차 토론에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직접 나왔고, 반대 진영에서는 '제2공항저지비상도민행동'의 박찬식 상황실장이 나와서 일대일 토론으로 진행이 되었다.

1차 토론에는 제2공항 찬성 진영에서는 김의근 제주컨벤션센터 대표이사와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나오고, 반대 진영에서는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의 박찬식 상황실장과 문상민 정책위원장이 나와서 토론을 벌였다.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토론에서 중요한 쟁점과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 '제주 제2공항 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미사를 9일 동안 진행하고 나서 마지막 날은 세월호 천막 앞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 천주교 사제들과 수녀, 신도를

 

- 제2공항이 필요한가?

 찬성 측 입장에서는 현재 제주공항이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제2공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035년이 되면 4100만 명 정도의 항공수요가 발생하는데, 현재는 2800만 명 선에 머물러 있어서 현재 있는 공항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반대 진영에서는 국토부 등과 함께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현 제주공항에 대한 시설 점검과 보완 등을 통하여 '앞으로 예상되는 항공 수요를 다 수용할 수 있는가?' 라는 용역 조사에서 19개의 사항을 지적하면서 기존 공항 시설을 보완하면 4500만 명 이상의 항공수요를 감당하는데에 현 제주공항 보완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이런 용역보고 있었는데도 이를 국토부가 계속 숨겨온 것은 제2공항을 기존 사실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지금 제주 공항은 주로 동서활주로를 이용하고 있다. 남북 활주로는 별로 이용하지 않아서 1시간당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횟수(슬롯)가 34회로 제한 되어 있는데, 관제시스템을 바꾸고 남북 활주로까지 포함한 교차활주로를 이용하면 슬론을 55회 이상 확보할 수 있어 현 공항 확장만으로도 충분히 항공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엄청난 예산과 자연과 환경파괴를 하면서 제2공항을 별도로 지어야 하느냐라는 문제 지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주도지사나 찬성 진영에서는 이런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현 제주 고항은 바람 방향과 세기 등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고, 공항을 확장, 보완했을 때는 소음피해 확산의 문제, 고도제한, 제주시내 교통 체증 등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하여 반대 진영에서는 ADPI의 19개 지적 중에 바람 등 기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고, 관제시설을 사람이 통제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첨단 관제시설인 데이터시스템으로 교체를 하면 슬롯이 60회도 나올 수 있어서 현 공항의 확장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영국의 게릭공항이나 인도의 뭄바이 공항 등 세계의 많은 공항들은 이런 관제시스켐을 도입하여 슬롯을 50~60회까지 확보하고 있다. 현 제주공항도 이런 첨단 관제시스템을 도입하고 터미널 등 시설 등을 보완하여 이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왜 검토를 안 하느냐? 어디에 제2공항 후보지를 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제2공항이 꼭 필요한가?' 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 진영에서는 혹시라도 모르는 단 한번의 사고라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그러한 분석은 이미 다 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ADPI는 아시아, 아프리카를 포함해서 전 세계 500개 공항에 대한 이런 평가와 분석 등을 해오고 있는 국제적인 기관인데,  ADPI 분석 결과를 3년 정도 숨기고 아예 검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이런데도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를 반박하고 있다.

 

▲ 제주 서귀포 지역 출신 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면서 찬반 양쪽 진영의 논리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 제2공항이 왜 성산이어야 하는가? 입지적 타당성이 있는가?  

찬성 진영에서는 '어느 곳이나 하자 없는 곳은 없다. 결정적 하자가 없으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데 왜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추진하고 있는가?'라고 맞서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신도1차, 2차 후보지 등은 검토를 하다 아예 폐기를 하였는데, 오히려 그 두 곳이 성산보다는 입지 조건이 공항이 들어서기에는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도지역을 포함하여 성산 등 어느 지역도 사전에 주민들과 사전 협의가 안 되어 있다.

원희룡지사가 17억을 들여 개발하여 내세우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에 의하면, '공항과 발전소, 화장장 등은 반드시 6개월 이상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공언했는데, 왜 그러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산 지역으로 결정을 하였는가? 그러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하여 많은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각들이 있는 것이다. 원지사가 세운 원칙대로만 하시라.

원지사 측에서는 "이런 문제는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후보지가 좋다는 식으로 기울어지면 온갖 잡음들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 사전에 충분히 지역 주민들과 협의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고 밝혔다. 반대 진영에서는 "그렇더라도 경주 방폐장 유치하는 것과 같이 대상 지역 몇 곳을 선정하여 주민들 의견을 충분히 들었어야 한다." 고 맞서고 있다.

 

- 환경 수용성의 문제는 어떠한가?

찬성 진영에서는 "어느 곳을 제2공항 후보지로 선정할지라도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현 공항이 산북지역에 있기 때문에 산남지역이면서 오름을 절단하는 등 자연환경 훼손을 최대한 피하면서 제2공항을 세울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했다."고 한다.

반대 진영에서는 "성산지역은 유명한 철새도래지가 네 곳이 있는데, 사전 타당성 검토가 다 누락이 되었다. 철새와 항공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철새도래지 주변은 공항을 피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그리고 그 철새도래지에는 저어새, 큰기러기, 물수리, 황조롱이 등 법정보호조류들이 4종 이상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주지역의 하천은 한라산 남과 북 지형에만 존재하고 동서지역에는 하천이 없다. 숨골이 그 하천 기능을 하여 비가 많이 올 때는 그 물들을 담수하는 기능을 하여 물난리를 막아주는 기능과 지하수를 저장하는 중요한 기능이 있다. 사전타당성 검토에서는 숨골이 8곳만 있다고 하였지만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외 61곳이 더 있는 곳으로 조사되어 있다. 이 숨골들을 아스팔트를 덮어 막아버리면 큰 물난리와 지하수 확보 등의 큰 문제가 있다. 가까운 곳에 천연기념물인 수산동굴이 있고, 제주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1급인 비바리뱀 서식지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0월 30일에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작성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한 의견서가 공개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제2공항 예정부지는 "생태 보전적 가치가 크고 철새도래지가 인접하여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이 크고, 주변 주민들의 소음피해 등 "입지적 타당성이 매주 낮은 계획이기에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제2공항을 건설했을 때 약 200만 평 가까운 땅은 물론 그 주변지역의 자연과 환경파괴는 매우 심각하다. 기존 공항을 보완해서 사용한다면 이런 자연과 환경훼손은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제2공항은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반대 진영의 논리이다. 

▲ 이들은 매일 아침 단식농성장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하여 100배를 드리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 그럼, 제2공항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원희룡 지사는 "제주공항은 포화상태이고 제주발전의 핵심시설이다. 공항은 이미 대중교통수단이 되어 있기 때문에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기왕에 새로운 공항을 세운다면 100년을 내다보면서 세워야 한다. 끝까지 도민들과 소통하면서 밀고 가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반대 진영의 박찬식 상황실장은 "제2공항 건설 계획에 앞서서 현 제주공항을 이용하여 항공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전 타당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2공항을 짓겠다는 것에 대하여 성산지역 주민들만이 아니라 많은 도민들이 의혹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원지사가 세웠던 원칙대로 제2공항 문제는 도민들 의견을 공론화를 통해서 매듭지어야 한다. 왜 제주도는 공론화를 자꾸 피해가려고만 하는가? 도의회에서 공론화를 의결했으니 도의회와 소통하면서 도민 공론화 과정을 통하여 제2공항을 세울 것인지 말 것인지 문제부터 접근해 나가야 도민들이 이런 의사결정 과정에 대하여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반박하였다.

반대 진영에서는 또한 "제주도 제2공항은 국민 혈세 5조 2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과거 새만금 사업이라든가 특히 4대강 사업과 같이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들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제2의 4대강이 될 수 있다.' 이는 '삽질 적폐'다. 촛불혁명 정부를 자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삽질 적폐'를 청산해야지 답습해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이다. 

종합해보면, 제주도가 앞으로는 몰려오는 관광객을 다 받기에는 제주도의 자연과 환경이 이를 감당해 낼 수가 없다. 필리핀의 보라카이는 몰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자연과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자 6개월 동안 관광객을 한 명도 받지 않았다. 지금은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관광 통제를 하고 있다. 부탄 같은 나라는 1년 관광객을 10만 명 이상 받지를 않고 있다. 이태리의 로마 같은 도시는 환경세를 부과하는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과잉 관광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자연파괴 등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통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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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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