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주의보, 그리고 대설 예비 특보

캠프를 준비하면서 민감하게 곤두서는 일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감염병입니다. 지난해 12월 4일, 접수를 시작한 때부터 기우에 그치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은 노약자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독감, 코로나, 폐렴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4일, 불참을 통보한 문자가 시작이었습니다.

“실은 아이가 12월 31일 아침부터 B형 독감으로 수액 맞고 투약 처방 후 어제저녁에도 경과 보러 병원에 갔습니다. 일주일이면 다 나을 거로 생각하고 학교 특강이랑 학원 다 쉬고 했지만, 열도 아직 띄엄띄엄 나고 토요일에도 한 번 더 오라는 처방입니다. 캠프에는 꼭 보내려고 했는데... 아침에 알람 맞추고 신청했는데 저도 아쉽습니다. ㅜㅜ” (임정우, 5학년)

그날 이후 6일까지 비슷한 문자가 4통, 총 5명이 불참한다고 했습니다. 하나같이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담임교사와 인솔 교사들에게 전달하고 관련 서류와 교구를 정리했습니다.

본 연구회의 안병규 회장(홍대부속초등학교장)을 비롯하여 사전 준비팀 6명은 지난 7일(일) 16시경에 여주중앙청소년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와 강의장, 각종 교구와 빔, 음향기기를 점검하고 책걸상을 세팅했습니다.

“열은 없는데 감기 기운이 있네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어젯밤에 새끼손가락이 부러졌습니다. 나머지 손가락은 괜찮은데 최대한 오른손을 사용하지 않아야 붙는다고 합니다. 캠프 가는 데 무리겠죠? 아이는 가고 싶어 하는데. ㅜㅜ”

“독감 이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형은 불참하고, 동생만 보냅니다.”

‘인제 더는 없겠지.’ 했는데, 잇따라 세 분한테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런 걸 데자뷔라고 하나요? 4년 전 캠프를 중단했던 코로나19와 함께, 오래전에 애를 먹인 아폴로눈병과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가 되살아났습니다.

김흥연 선생님(서울등서초교)이 지난 1월 5일에 방영한 거라면서, KBS 뉴스 7(대구)을 틀었습니다.

“최근 한 달간 대구 지역 독감 환자 수는 외래 천 명당 평균 41명에 이릅니다. 코로나 이전 2019년 평균 13명보다 3배 이상 많고, 지난해 수준도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7살에서 18살까지 아동과 청소년은 법행 유행 기준의 15배가 넘는 발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폐렴균의 일종인 마이코플라스마 감염도 유행입니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닌데 저마다 조마조마한 표정입니다. 게다가 7일 저녁, 이미 수도권 전역과 강원 영서 중·북부엔 현재 대설 예비특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9일 오전 중 대설특보로 전환될 예정이라는데, 이미 폭설로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21중 연쇄 추돌이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저녁 9시경 눈발이 멈추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을 다쳤다던 어린이(김단이, 3학년) 보호자도 ‘가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가득해서 내일 보내겠다.’고 합니다.

스물일곱 분의 선생님과, 수련원의 교육실장 외 다섯 분의 청소년 지도사에게 거듭 당부 문자를 보냈습니다. 끝으로 버스 회사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더디 와도 좋으니 안전하게 운행해 달라.’고 통사정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나가 보니 수련원 본부장과 당직자, 그리고 건물관리인 몇 분이 주차장 아랫녘에서 눈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04시부터 치웠다고 합니다. 한 분이 넉가래를 들어올리면서 군대에 있을 때보다 더 되다고 말합니다. 다른 분이 ‘군대에서야 여럿이 하잖아. 우린 고작 넷인데.’ 하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열이 나서 포기해야겠어요. ㅠ 다음에 좋은 기회로 만날게요~ 보람된 캠프 되세요.”

밤새 애타게 지켜보셨을 소연이(5학년) 어머니 문자입니다. 그대로 교사방에 공지했습니다. 안쓰럽습니다.

“선생님!
우리 주영이(5학년)가 괜찮다고 일어나서 출발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이들 잘 부탁드립니다.”

간밤에 동생만 보내겠다고 한 분입니다. 분위기가 자못 고조됩니다. 문자를 공유하면서 같이 웃었습니다.

“3호차, 08시 34분, 불광역에서 10명 모두 태우고 공덕역으로 출발합니다.”

17명의 인솔교사 가운데 유유선 선생님(홍대부초)이 올린 첫 메시지입니다.

독감이 횡행하고 폭설까지 예보했지만, 명실공히 제36회 우주과학영재캠프를 시작하는 깃발이 올랐습니다.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다는 8일 아침, 7대의 차량은 그렇게 순조롭게 출발했습니다.

11시 10분경, 원주에서 어머니 차를 타고 3학년 어린이 2명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이어서 11시 20분경부터 7대가 차례차례 들어옵니다. 불참을 통보한 6명을 제외하고 어린이 252명 전원과 교사 33명이 함께하는 제36회 우주과학영재캠프를 시작한 것입니다.

“올겨울 독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백일해 등 여러 호흡기 질환이 동시 유행하고 있다. 특히 독감 환자는 최근 5년 동안 최다 환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에 따라 병원은 환자들로 붐비고 있고, 독감 주사 치료제인 페라미플루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수급난이 발생하고 있다.” (약사공론, 2024.01.08.)

누군가가 위 기사를 링크해서 교사방에 올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잔기침도 놓치지 마시라. 열이 나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메슥거리는 어린이는 바로 본부로 데리고 오시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한 셈이지만 우리는 의료진이 아닙니다. 사실 어색하고 쑥스럽습니다. 기껏해야 해열제와 진통제, 종합감기약 등 필요한 약제와 마스크,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 자동 심폐소생기를 비치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36회는 대여섯 건의 경미한 부상이 전부였습니다. 응급실은커녕 가까운 보건소나 의원에 데리고 간 경우도 없었습니다. 우려하던 폭력은 물론 사소한 다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308호실 방화벽 안쪽에 있는 우측 유리창(두께 25mm, 90cm x 1,200cm)이 깨지는 바람에 유릿가루가 묻었을지도 모르는 이불을 교체한 일이 있었습니다. 3학년 어린이가 ‘장난으로 던진’ 에코백이 하필이면 뒤쪽으로 날아갔다는데 유리 부스러기가 창 너머로 떨어지는 바람에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단체실에 있는 화장실 2실이 동시에 막힌 적이 있습니다. 짓궂은 누군가가 휴지를 통째로 쑤셔 넣었다고 했습니다.

핸드폰을 찾아달라는 애타는 사연도 해결했습니다. 침대 틈새에서 찾았습니다. 두고 간 잠바도 우송하고, 불참자 6명에게 각종 교구를 낱낱이 챙겨서 보내 주었습니다.

사흘 동안 애써 만든 작품이 담겨 있는 에코백이 사라졌다면서 속상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알아보니 버스에 두고 내린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인솔 교사가 챙겨둔 것을 전해 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가 받아야 할 ‘조기 접수자’ 기념품을 잘못 받아왔다면서 돌려주고 싶다는 ‘고마운’ 문자도 받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퇴소식 때 기념품 1점이 모자라서 다른 것을 교부했는데, 그 때문에 기념품을 받지 못한 어린이는 없으니, 그냥 기념으로 간직하시라고 했습니다.

켕기는 일도 없지 않았습니다.

‘밤새 핸드폰으로 총 쏘는 게임 소리’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캠프 마치고 그 이튿날까지 잠을 자더라.‘라는 황주호(6학년) 어린이 보호자의 볼멘 전화를 받은 것입니다.

핸드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지만,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우려하는 일은 대개 취침 시간에 발생합니다. 교사가 취합, 보관하는 것도 최선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풀어 주는 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석은 없습니다.

더구나 6학년 중에는 졸업식을 하고 입소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 중에는 벌써 ‘중학생’이라고 어줍게 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 또래에서 ‘중학생’은 대단한 위세를 불러오는 단어입니다. 초등생이라는 애티를 벗고 어쩌면 성인으로 입문했다는 식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취침 시간이 우려스러운 것은 휴대전화 말고 또 있습니다. 갑자기 아프거나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일입니다. 이를 염려해서 숙소의 양쪽 끝방은 교사를 배정합니다. 그리고 2명의 청소년 지도사가 1층 로비와 복도에서 밤샘 근무를 합니다. 다음은 이틀간의 당직일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발생 시간은 생략합니다.

•최지선(207호) : 오른쪽 넷째 손가락 상처 - 후시딘과 밴드 처방
•김서연(207호), 김시현(305호), 김희아(311호) : 두통 - 타이레놀 반 알 처방
•김서희(207호) : 두통 - 타이레놀 반 알 처방 및 무서움으로 취침이 어려워 201호실 담임 선생님께 인계함.
•김선민(단체실 3호) : 스테이플러 손가락 상처 - 후시딘과 반창고 처방
•정영채(308호) : 배앓이, 구토 증세 – 따뜻한 물 먹이고 취침
•단체실 1호 : 01시까지 자지 않고 떠듦 – 취침 지도
•214실, 303호실, 317호실 : 취침 종용
•202호실, 단체실 2•3호실 : 문 열어 둠 – 온도 설정 후 문 닫음

그렇습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속내는 투명하지 않습니다. 교사 평가회는 보통 01시를 넘기기도 합니다. 이틀 동안 당직 교사에게 불려 나간 담임교사가 다섯 분입니다. 숙소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잦다는 방증입니다.

강사들이 겪은 에피소드

강사방에 올라온 짤막한 토막 이야기를 가감하지 않고 그대로 전합니다.

4학년 심화탐구 때 작년 여름에 만났던 어린이를 만났다.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어려운 나머지 건뜻하면 울먹이던 아이였다. ‘옆에 앉혀 두고 수업을 할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찌나 훌쩍 자랐는지, 스스로 잘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옆에 있는 친구까지 도와주고 있었다! 「로봇 못 만든다고 엉엉 울더니, 많이 자랐네, 기특하다.」라고 했더니, 「저를 기억하세요?」 하면서 ‘그때 눈물을 쪼~끔 글썽거리긴 했었다.’고 웃는다. 참 기분이 좋았다. 한편, 이번에도 자기는 전혀 못 하겠다면서 도움도 요청하지 않고 설계도와 키트를 가방에 몰래 숨겨간 아이가 있었다. 베테랑이신 문돈식 선생님께서 그 아이를 찾아 결국 작품을 완성해서 보내주셨다. 여름에 다시 만날지는 모르지만, 아이들마다 자기 속도로 성장할 거라고 믿는다.
- 위례고등학교 교사 신기쁨 -

4학년 남학생이다.
휴대전화 충전기를 두고 왔다고 했다. 로비에 와서 5분, 10분씩 몇 번에 걸쳐 충전해 간 아이가 2일차 오후에 찾아와서 꼬깃꼬깃 접힌 5천 원권을 내미는 게 아닌가. 전화기가 꺼져 있으면 엄마가 걱정하는데 배터리가 없어서 부탁했었다고 하면서 ‘이게 가지고 온 용돈의 다’라고 했다.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나지막이 앉아 그의 손을 잡고 돌려주었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선뜻 가진 것 전부를 내놓으면서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마음이 참 갸륵하다.
- 여주중앙청소년수련원 교육실장 이다송 -

생수병 찌그러뜨리기 시간.
페트병 안의 공기를 따뜻한 물로 데운 다음, 찬물에 담그면 압력의 차이로 생수병이 찌그러지는 과정을 실험으로 알아보는 시간이다. 그런데 한 학생이 반대로 생수병에 얼음을 채워서 온도를 낮춘 다음에 따뜻한 물에 담그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좋은 질문이다. 집에서도 쉬이 할 수 있는 실험이다. 같이 생각해 보자고 여운을 남겼다. 생수통 찌그러뜨리기와 깡통 찌그러뜨리기를 병행했다. 드럼통 찌그러뜨리기까지 영상으로 보여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주변에서 쉬이 구할 수 있는 물체나 도구를 활용하여 어떤 이치를 깨닫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앞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활 탐구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
- 전, 서울아현초등학교 교사 문돈식 -

6학년 창의탐구, 거북이 롤러코스터대회 시간이었다. 잇달아 다 실격 처리되는 와중에 아슬아슬하게 끝까지 잘 가던 팀의 구슬이 마지막 5cm를 남기고 떨어지고 말았다. 하는 팀은 물론 보는 아이들까지 절로 탄식이 나왔다. 그런 실수가 곧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실수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대회였지만 너와 나를 가르지 않고 한맘으로 응원하던 어린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 정발고등학교 교사 박진이 -

전지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어린이 대부분은 ‘전기를 저장한 것’이라고 한다. 6학년도 예외가 아니다. 과일 전지 수업 시간에 똑같이 물었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물체’라고 대답했다.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낯익은 4학년 어린이다. 우리 캠프에 몇 번 참석한 듯하다. 놀랍다. 전지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정곡을 꿰뚫는 어린이가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발전한다. 틀림없이 훌륭한 과학도가 될 거라고 칭찬해 주었다.
-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장 안병규 -

6학년 학생들과 함께 태양광자동차를 제작하는 일은 흥미롭고 보람찬 경험이었다. 무엇보다도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뜻깊었다. 또한 자동차 경연대회를 진행하면서, 태양에너지와 자동차 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열정을 격려하며, 지속 가능한 기술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 차세대 엔지니어들이 태양광 기술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서울등서초등학교 교사 김흥연 -

‘불 쇼 마술’을 선보이는데 맨 앞에 앉아 있던 최지민(3년) 어린이가 너무 무섭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나와서 해 볼 친구’ 하니까 가장 먼저 뛰어나와서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보니 불을 붙였던 손에 크림을 바르고 왔다. 피부가 약해서 바른 거라면서 생긋 웃는다. 피부가 약하다는 걸 알면서도 호기심을 참지 못해 용기를 내서 참여한 지민이를 칭찬한다.
-서울조원초등학교 교사 성유경 -

귤, 감자, 당근 세 가지 실험 재료를 세팅해 놓고 과일 전지를 설명하는데, 한 어린이가 귤을 까고 있었다. 으레 그랬던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껍질을 깐 모양이다. 또, 감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았더니 어떤 어린이가 “이게 뭐에요?”라고 묻더니 ‘치즈처럼 생겼다’고 말했다. 생각나는 그대로 거리낌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어린이들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 아이들은 고지식하고 꾸밈이 없다. 덩달아 큰 웃음을 안겨 준 아이들이 삼삼하다. - 상명초등학교 교장 김진원 -

36회는 ‘참 춥겠다’는 걱정과 함께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캠프에서 보지 못했던 겨울철 대육각형(카펠라, 알데바란, 리겔, 시리우스, 프로키온, 폴룩스)과 대삼각형(시리우스, 베텔게우스, 프로키온)을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 또 망원경으로 목성과 그 위성 4개를 보았다. ‘으아! 와!’하면서 신기해하는 소리에 추위는 가시고 뿌듯함을 느꼈다.
“안 하면 안 돼요! 왜 해야 돼요?”
3학년 자율 주행 심화탐구마당을 지도하면서, 본인 스스로 판단해서 포기하고 친구들에게 부품을 전부 나누어 주는 어린이를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순간, ‘코로나19 때 입학했던 학생들임’을 떠올렸다. 다양한 교육활동과 탐구 그리고 핵심 역량의 필요성을 새삼 느낀다.
- 서울북성초등학교 교사 홍성우 -

해부용으로 마른 멸치를 나누어 주었더니 대뜸 그걸 먹는 학생이 있었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학생이라고 여겼지만 절로 웃음이 나왔다.
물에 불린 멸치를 해부용 접시에 담고 이쑤시개를 이용하여 해부를 시작했다. 먼저 눈과 수정체를 구분하고, 머리 부분에서 뇌와 이석과 아가미를 분류했다. 이어서 근육을 발라내고 등뼈와 척수와 혈관으로 갈라놓았다. 끝으로 ‘멸치똥’을 펼치면서 심장•간•위•소장•대장을 찾아보도록 했다. 부레가 있음 직한 곳을 들추며 보여주는데 내가 봐도 구별이 쉽지 않다. 신기했나 보다.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멸치를 해부하고 탐색하던 아이들, 지금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목운중학교 교장 김주성 -

우리 캠프장에 일렉트릭맨(Electric Man)이 등장했다!
낭만적인 이름, ‘러브 미터!’ 이름 그대로 사랑을 측정하는 도구라는 뜻이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몸에 전류가 흐른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학교구이다. 양손을 스위치로 사용하여 전기회로를 연결하면 빨간 LED가 켜지는데, 우리 몸은 저항이 커서 LED를 켜려면 콘덴서에 일정 정도 전기가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전기가 잘 흐르는 사람은 LED가 자주 깜박거립니다. 사람마다 깜박거림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친구와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각각 스위치를 잡았을 때 깜박거림의 속도가 두 사람의 친밀감(Love)을 나타낸다는 재미난 발상으로 ‘러브 미터’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생들은 열심히 회로를 연결하여 만든‘러브 미터’를 사용하여 친밀감을 측정하며 깔깔대고 있었는데, 일렉트릭맨이 나타났다. 일렉트릭맨과 손을 잡으면 누구라도 LED를 깜박거림 없이 계속 켤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다른 ‘러브 미터’를 사용해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그동안 정체를 숨기고(?) 우리 곁에서 함께 생활했던 일렉트릭맨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 서울금화초 교사 최병성 -

1월 10일(수) 16시 23분, 2호차로 잘못 탄 학생까지 보호자에게 인계했다는 김건호 선생님(서울신서초교)의 메시지를 끝으로 252명 전원 무탈하게 귀가했습니다. 우려하던 일 모두 하나의 기우로 그치고 36회 또한 안전하고 알차게 마쳤다고 자평합니다.

지도 강사 평가회장에서

이튿날, 1월 11일(목) 17시부터 홍대부초 교장실에서 지도 강사 평가회가 있었습니다. 오고간 이야기를 간추립니다.

▪서로 다른 학년이 혼재된 학급은 지양하자.

▪오픈채팅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인솔 교사들도 오픈채팅방을 개설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름표 비닐케이스가 날카로워 다칠 염려가 있다.

▪지도 강사와 같이 담임교사 또한 붙박이로 두는 것이 좋겠다.

▪고작 50분 동안에 두세 가지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가 없다. 욕심이 많았다. 기초 탐구마당과 실험 탐구마당은 시간당 1프로그램으로 설계하자.

▪대회는 창의 탐구마당으로 족하다. 심화 탐구마당 시간에 대회까지 치르려니 너무 버겁다.

▪8일 저녁, 목성이 도렷하게 보이지 않았는가? 4개의 위성까지 잡았다. 추운 것도 잊고 함성이 끊이질 않았다. 관측을 마치고 망원경을 철수하는데 하늘이 닫히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 어느 때보다 스릴과 쾌감을 함께 누렸다.

▪망원경 관측을 마치고 식당에서 먹은 어묵탕도 잊을 수 없다. 하루 전날부터 김이숙 샘(전, 고양시 향토음식연구회장)이 육수를 내서 온수통에 옮기고 다시 온종일 끓여서 그런지 제맛이 났다. 다음에는 두 꼬치씩 주는 것이 좋겠다.

▪3학년을 지도하기 버겁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 일률적인 잣대로 말하긴 그렇지만, 3학년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 강사를 더 배정하면 되지 않을까?
- 그것보다는 프로그램을 3학년에 맞추어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아무튼 학년별 참가자 수를 제한하는 것이 좋겠다. 전체적으로 200명이 무난하다고 본다.

▪시설이 더 나은 곳을 찾아보자는 의견은 어떤가?
- 그렇지 않아도 강촌에 있는 엘***리조트와 가평에 있는 청***수련원에 다녀왔다. 총액 대비 1인당 12~13만 원 가까이 초과한다. 감당하기 어렵다.
- 가까운 양평에 있는 미**캠프나 국립**수련원을 왜 아니 모르겠는가? 하지만,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
- 시설과 식사가 고급지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곳일수록 밤중에 객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마스터키도 소용없다.
- 우리에게는 객실도 그렇지만, 강의실 규모와 개수가 절대적인 기준이다. 그런 기준에 맞는 수련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학교 건물을 이용하는 것은 어떤가?
- 비숙박이니까 혹시 숙소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변고는 없을 것이다.
- 그렇다. 학교만한 교육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 우리가 2022년 8월에 서울조원초등학교에서 치렀다. 그 당시 홍** 교육장과 석** 교장의 절대적인 후원이 가능하게 했지만, 어느 교장이 학교를 쉬이 내주겠는가?
- 게다가 방학 때마다 학교는 각종 공사로 몸살을 하지 않는가?
- 학교는 차선책이다. 알맞은 수련원을 찾아보는 일이 급선무다.

▪그동안 7~8년 동안 이용하던 버스를 바꾸었다.
- 노랑 버스로 바꾼 것은 신의 한 수였다.
- 70 평생 기사가 눈밭에 무릎까지 꿇고 아이들 가방을 실어주고 내려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승하차 지점을 좀 더 명확히 공지할 필요가 있다.
- 어린이 본인이 승하차하는 역 정도는 알고 출발했으면 좋겠다.

▪끝으로 학부모님들께 한 말씀 한다면?
- 믿고 맡겨 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 이번에 2회 이상 참가자 수가 89명이다. 그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알차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 한다.
- 우리가 제시한 ‘안전수칙다짐표’를 사전에 자녀와 함께 읽고 다짐을 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 가위, 자, 색연필, 네임펜, 셀로판테이프 등 기본적인 학습도구를 준비시켰는데 당연한 것까지 푸념하는 분이 있었다.
- ‘요즘 세상에 수건을 준비시키는 게 황당하다.’는 분도 있었다. 아직까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우리나라 수련원이 야속할 뿐이다.
- 맞는 말이다. 안전 보행을 위한 ‘LED 바닥신호등’이나 어린이보호구역의 ‘특수색(노란색) 보행신호등’을 설치하는 것과 같이 수저, 식판, 침구, 베개, 책걸상, 샤워기, 대소변기 등을 관련 기관에서는 어린이용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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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학부모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캠프 마친 지 닷새가 지났습니다.
아직도 여독이 풀리지 않은 어린이는 없는지 모릅니다.

07시 30분에 기상, 23시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참으로 고된 일정이었습니다. 어렵고 열악한 여건 모두 견디고 무탈하게 마친 252명의 어린이와, 저희를 믿고 맡겨 주신 학부모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연이 닿는다면 올여름에 다시 뵙기를 소망합니다.
알차고, 신박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아울러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낱낱이 손잡아 주고 다독여 주신 열세 분의 담임교사와 서른세 분의 지도 강사에게, 두 분(3학년 강유리 어머니 & 3학년 진다솜 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메시지를 전해 드리면서 제 소회를 마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 주시고 준비 진행 다 해주신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과학에 이렇게 재미있게 접근하는 경험만으로도 기쁜데, 아이가 다른 모습으로도 한 뼘 자라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처음 참가해서 부모인 저조차 캠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지만, 아이와 선생님을 믿고 보내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개소식을 할 때부터 뒷자리에 앉아 울먹이던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2박 3일 동안 부모님 곁을 떠나 있으려니 참 막막했을 것입니다. 사흘 내내 유성희 선생님(서울신서초교)은 애써서 눈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퀵 서비스 기사처럼 그 먼 길, ‘애착인형’을 들고 첫날 밤중에 찾아오셨습니다. 얼굴이라도 보고 가시라고 권했지만, 그분은 쏜살같이 되돌아가셨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왜 아니 보고 싶었을까요?

“선생님들의 세심한 애정과 보살핌이 있어서 아이가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도 돌아와서 다음번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귄 친구랑 서로 연락처도 교환했더라구요~^^ 너무 귀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귀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신] 
‘서울초중등우주과학교육연구회’(회장 :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장 안병규)는 해마다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우주과학영재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이 글은 2024년 1월 8일(월)~10일(수)까지 ‘여주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실시한 제36회 캠프 후기이다. 본 캠프는 93개 초등학교 어린이 252명과, 전현직 교사 27명이 참께했다. 글 속에 나오는 어린이는 모두 실명이 아닌 가명이다.

1월 9일(화) 21시경, 여주중앙청소년수련원 후생관 앞에서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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