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홍콩에서 노란우산이 다시 등장했다. 약 80만명이 모여 ‘범죄인 인도 조례’ 철폐 요구 시위를 벌였다. 6월 9일에는 약 100만명, 6월 16일 200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지난 달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는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범민주 진영이 의석 86.7%를 차지했다. 지난 12월 8일에도 수십만명이 참여한 시위가 있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끈질기고 과감한 시위가 홍콩시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광주민주화항쟁을 떠올리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우리는 홍콩 경찰의 폭력적 시위 진압이 광주항쟁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8개월 동안 지켜보고 있다.

▲ Y의 핸드폰에는 한자로 쓰인 표제어 ‘광주민주화운동’(光州民主化運動)과 함께 ‘5·18민중항쟁추모탑’ 사진이 있다(선담은 기자/ 9월 2일자 한겨레신문 )

광주민주화항쟁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홍콩민주화시위에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현재까지 아무 입장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쉽지만 이해한다. 사드배치로 인한 경제보복을 간신히 넘어가는 중인데 중국과 어떤 갈등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거다. 철저히 국가 이익이 우선인 사회에서 단기적으로 볼 때 영리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국 언론까지 가만 있으면 될까? <한겨레>는 홍콩민주화시위를 적극적으로 보도했을까?

<한겨레>는 시위 시작 다음 날인 4월 29일부터 12월 현재까지 8개월 동안 약 300건 기사를 냈다. 6월 100만 시위, 200만 시위 이후에는 별도 이슈(홍콩 민주화 시위 / http://www.hani.co.kr/arti/ISSUE/264/list10.html)로 묶어 기사를 소개했는데 약 150건 정도 된다. 10건 넘은 사설이나 기고 등을 통해 홍콩의 무력개입을 우려하고, 한국국회에 입장을 밝히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홍콩의 선거혁명을 지지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중 백미는 6월 15일자 영상기사다. 정의길 선임기자가 설명하는 ‘홍콩시위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 모여라! 7분 만에 정리해드림' 이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hanitv/hanitv_general/898015.html

이후 9월 2일 선담은 기자는 "[한겨레 프리즘] 홍콩 ‘민주화 운동가’ Y에게"를 썼다. 기자는 지난 7월 1일 홍콩에서 만난 기자보다 10살 어린 시위자(Y)와 인터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홍콩 기사 많이 쓸게”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달 지난 후 '홍콩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미안해 글을 쓴다'고 했다. ’광주를 기억하는 홍콩의 청년들에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줬나‘라고 자문하면서..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07962.html

이 글은 내 맘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한겨레에도 그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한겨레가 이후 취재팀을 홍콩에 파견했기 때문이다.

먼저 김봉규 선임기자가 홍콩으로 달려가 9월에 2건, 지난 달 4건 기사를 냈다. 베이징 정인환 특파원도 홍콩으로 날아갔다. 홍콩선거 전 지난 달 18일 기사를 시작으로 25일까지 9건의 기사를 냈다. 영상기획팀 박윤경 기자도 홍콩으로 파견되어 생생한 영상으로 기사 5건을 올렸다.

▲ 19일 저녁(현지시각) 홍콩 이공대학교 내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학생들이 경찰의 눈을 피해 전력질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 학생들은 전원 경찰에 붙잡혀 연행 되었다. 홍콩/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11월 20일자 한겨레신문 [만리재수첩])

<한겨레>에서 홍콩에 기자를 보내고 기사를 올린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국가가 말 못하는 일에 <한겨레>가 대신 해준 것 같아 홍콩시민에게 덜 미안하고 우리 국가 체면도 좀 선 것 같다. 홍콩은 아직도 안개 속이다. 구의원 선거 압승으로 일시적 소강상태가 된 것일 뿐... 세상의 눈이 멀어질 때 되돌릴 수 없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역사가 있기에... 한겨레가 항상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보도해주었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정의길 선임기자의 '구의원 선거 범민주진영 압승 후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 7분만에 정리해드림' 같은 영상기사가 조속히 나왔으면 하고 기다려본다. 

편집 : 안지애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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