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9시 여행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 무릎 슬개골이 깨져 지난 1월 25일 수술을 마치고 3주 전 깁스를 푼 엄마를 모시고 아침 산책을 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 걸음으로 하루에 5천보를 목표로 정했기에 아침에는 여행공원을 주로 간다. 

오늘도 가면서 참으로 깨끗한 공원…. '선인 덕이지'라고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나무에서 진 꽃이며 잎들이 제볍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한번 나도 쓸어봐야지 하곤 긴 빗자루를 들고 쓸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빗자루가 따로 놀 만큼 힘에 부쳤다. 비에 젖은 것들이 잘 쓸리지 않아 힘을 줘야 겨우 쓸렸다. 그렇게 빗자루질을 하니 반 바퀴도 안 되어 그만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간신히 쓰는 둥 마는 둥 대충 한 바퀴를 쓸고 왔는데 지난 주말에 만났던 선인께서 나타나셨다. 

▲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얼른  뒤로 돌아 버리신다. 
▲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얼른  뒤로 돌아 버리신다. 

내가 빗자루를 옆에 끼고 나타나니 선인께서 웃으셨다. 내가 " 어유…. 이거 생각보다 힘드네요. 어떻게 다 해내시나요?" 하고 물었더니 선인께서는 "숙달되지 않으면 몸살 나요. 이리 주세요. 제가 쓸게요. 여자들은 못해요" 하셨다.

이왕 말을 섞은 김에 이런저런 말씀을 나눠보았다. 선인께서는 "공원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데, 7년 전부터 매일 공원 청소를 하고 있다. 일요일은 좀 늦게 나오지만, 평일은 아침 5시면 나온다. 청소하다 보면 6시가 되는데 그때 꼭 나오시는 할머님이 계신다. 어르신들 공원에서 산책할 때 깨끗한 곳에서 기분 좋게 산책하시라고 쉬는 날 없이 나온다."라고 하셨다. 연세가 79세라고 하셔서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하시냐고 여쭤보았더니…. "오랫동안 운동을 하면서 몸을 단련했기 때문에 해낼 수 있다. 오늘도 운동하고 왔다"라고 하시면서 운동하는 동영상 사진을 보여주셨다.

▲ 79세 슈퍼맨이시다. 
▲ 79세 슈퍼맨이시다. 
▲ 79세 슈퍼맨이시다. 
▲ 79세 슈퍼맨이시다. 

하지만 아저씨는 확실히 힘들어하시는 것 같았다. "한 때 젊은 부부가 하겠다고 와서 한 적도 있었는데 얼마 못 가서 그만두었다. 이제 여든이 돼가서 좀 젊은 분이 와서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라고 하셨다. "구청에서는 매월 나무 빗자루 두 자루 지급하는 것이 전부인데, 다른 곳은 매월 한 자루면 충분한데 왜 거기는 두 자루가 필요하냐고 한다"라고 하셨다. 쓰는 만큼 다는 것을 구청에서는 모르는지…. 빗자루가 빨리 닳아 고맙다고 여러 번 감사 인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그런 말을 하다니.... 마음이 짠했다. 

엄마를 모시고 나온 나에게 다리 다친 분들에게 치료보다 더 좋은 것이 산책이라면서 자주자주 나오라고 말씀해 주신다. 이곳에 실버카를 끌고 나오는 할머니 중 다리를 다치시거나 허리에 쇠를 박은 분들도 있지만 열심히 나오시는 분들은 다 좋아진다고 하시곤 다시  열심히 빗자루질을 하신다.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것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나도 여태 선인의 공로를 알지 못했다. 선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서툰 빗자루질은 힘에 부치고... 뭘 해야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