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련수 시 - 빨래

▲ 심련수 시인

2000년 7월 연변 조선족 자치주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우리 민족의 민족적 서정이 가득 담긴 시세계를 펼쳐 보여주고 있는 연변 시인들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뜻밖에도 항일 민족 시인 심련수 시인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나는 한국 방송대학교 학보를 통해 심련수 시인의 존재를 알린 바 있다. 이후 오마이뉴스를 통해 몇 차례 시인의 시를 소개하기도 하고 심련수 시인의 동생이자 항아리 속에 시를 넣고 땅 속에 파묻어 55년 동안 지켜온 동생 분 심호수 선생님을 용정시 길흠 8대라는 곳에 직접 찾아가 만난 바 있다. 사진 속에 주인공은 심호수 선생과 부인 그리고 연변대 조선어문학부 학생들이다.

아래의 시가 바로 55년 동안 항아리 속에 묻혀 있었던 3백여 편의 시 중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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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 래

 

▲ 심련수 육필 원고
▲ 심련수 육필 원고

빨래를 생명으로 아는 
조선의 엄마 누나야 
아들 오빠 땀 젖은 옷 
깨끗이 빨아주소 
그들의 마음 가운데 
불의의 때가 있거든 
사정 없는 빨래 방망이로 
뚜드려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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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정갈한 정이 배어 있는 시이다. 그러나, 그 절박한 시적 호소력은 빼앗긴 나라에 대한 구원의 마음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스며 있다는 자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불의의 때가 있거든/사정없는 빨래 방망이로/뚜드려주소”의 부분에서는 식민지 조선의 청년 정신을 간직하고 살아가기 위해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이 간직해야 할 뼈아픈 고통의 감수까지가 스며있는 것이다. 이는 엄마와 누나가 얼마나 절박하게 바라보는 광복에의 희망인가? 이는 자기 각성과 식민지 조선청년 모두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자기점검자적 요구를 시적으로 형상화해서 이야기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불순하고, 불온하고, 불운한 시대에 우리 스스로를 살피며 읽어볼만한 시라는 생각입니다. 이 아침에도 우리는 더 똑똑하고 맑고 밝은 눈으로 살아야겠습니다.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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