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칠(黃漆)나무

황칠나무는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두릅나뭇과의 상록교목으로 원산지는 한국이며 주로 남해안 섬 지방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그 높이는 15m에 달하고 잎은 어긋어긋 달걀모양의 피침형이다.

6월에 연한 황록색 꽃이 피고 산형(繖形) 꽃차례로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핵과(核果)로 타원형이며 10월에 검게 익는다. 수피에 상처를 내어 노란 액체가 나오는 것을 황칠이라 하며 가구의 도료 등으로 쓰인다. 이러한 황칠나무가 우리 지방에 많이 자생하고 있다. 1994년 1월 31일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황칠나무가 보길면 정자리에서 약 200여m 떨어진 곳에 밑동 둘레 137cm, 가슴높이 둘레 102cm, 높이 15m의 큰 나무가 있다.

▲ 황칠나무

황칠나무의 기록들을 보면 해동역사 26권 물산지(物産志) 1 죽목류(竹木類) 편 황칠(黃漆)에는 백제의 서남쪽 바다에 세 개의 섬이 있는데, 여기에서 황칠의 나무가 난다. 나무는 소종수(小棕樹)와 비슷한데, 더 크다. 6월에 즙을 채취해서 기물에다 칠하면, 마치 황금과 같아서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한다. 《통전(通典)》

삼가 살펴보건대, 황칠은 지금 강진(康津)의 가리포도(加里浦島)에서 생산되는데, 가리포도는 지금의 완도(莞島)이다. 우리나라의 온 성(城) 가운데 오직 이 섬에서만 황칠이 난다.

한편 계림지(鷄林志)의 기록에는 고려의 황칠이 섬에서 나는데, 6월에 칼로 찔러서 즙을 채취한다. 색깔이 마치 금과 같으며, 햇볕에 쬐면 마른다. 본디 백제에서 나는 것인데, 지금 절강(浙江) 사람들이 신라칠(新羅漆)이라고 부른다.

완도가 황칠나무의 주산지였음을 말해주는 기록이 있어 소개한다. 다산시문집 제4권 시(詩)편에 황칠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그 내용인 즉,

궁복산에 가득한 황칠나무를 그대 보지 않았던가
깨끗한 금빛 액체 반짝반짝 윤이 나지
껍질 벋기고 즙 받기를 옻칠 받듯 하는데
아름드리 나무래야 겨우 한잔 넘친다

상자에다 칠을 하면 옻칠 정도가 아니어서
잘 익은 치자로는 어림도 없다하네
글씨 쓰는 경황으로는 더더욱 좋아서
납지고 양각이고 그 앞에선 쪽 못 쓴다네

그 나무 명성이 온 천하에 알려지고
박물군자도 더러더러 그 이름을 기억하지
공물로 지정되어 해마다 실려 가고
징구하는 아전들 농간도 막을 길 없어
지방인들 그 나무를 악목이라 이름하고
밤마다 도끼 들고 몰래 와서 찍었다네

지난봄에 성상이 공납 면제하였더니
영릉복유 되었다니 이 얼마나 상서인가
바람 불고 비 맞으면 등걸에서 싹이 돋고
가지가지 죽죽 뻗어 푸르름 어우러지리

●, 궁복산: 궁복이란 장보고의 아명으로 완도의 주산인 상왕산(象王山)을 말함.

●, 영릉복유: 없어졌다고 하는 것이 다시 생겨남을 말함.

이 시의 내용으로 보아서도 완도에는 아주 많은 황칠나무가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이 나무로 인하여 백성들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완도의 자랑이 어디 이것뿐인가? 같은 책 10장에 탐진어가(耽津漁歌)라는 시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궁복포 앞에는 나무가 배에 가득 (궁복포전시만선,弓福浦前柴滿船), 황장목 한 그루면 그 값이 천금이라네(황장일수천전,黃腸一樹値千錢)라는 시 구절이 있는데, 황장목은 옛날 임금의 관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다고 한다.

완도에는 이러한 나무가 많이 있었으나 이제는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제라도 우리는 잘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뜰에다 심고 싶어서 파오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마광남 주주통신원  wd3415@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