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전 일이다. 2009년 이명박은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자전거길과 공원을 조성한다고 두물머리에서 농사짓는 농부들을 나가라고 했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이 만나는 곳에서 만들어진 땅이다. 퇴적 유기물과 나뭇잎으로 만들어져 양분이 풍부해 농사짓기 좋은 땅이다. 이곳 농민들은 상수원보호를 위해 30년 가까이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야채, 과일 농사를 지었다. 생산된 야채는 바로 먹어도 좋을 정도로 깨끗하고 싱싱했다.

내쫓기는 농부들이 안타까워 신부님들이 단식투쟁도 하고 매일미사도 했지만, 농부들은 '생태공원"을 짓는다는 말에 결국 그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너무 속상한 나머지 그 후 두물머리에 한 번도 발걸음한 적이 없다.

며칠 전 늦은 저녁, 두물머리에 갔다. 늘 미사를 드렸던 두물머리 끝, 나무로 만든 십자고상에서 새순이 나던 그 땅,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시간이 늦어 그랬을까? 사람이 없어 한적하다 못해 휑하게 느껴진 그곳에는 멋없는 표지석과 그 둘레를 돌고 있는 자전거길이 멀리까지 이어져 있다. 농사짓는 사람들 다 내쫓고 생태공원 만든다더니... 자전거길이 그리 중요했을까?

땅에서는 새싹이 돋고 그에 화답하느라 농부들은 빠른 발걸음을 옮길 때인데... 시멘트 길과 풀숲에는 그 때의 생명을 그리는 작은 들풀만이 간신히 고개를 내밀뿐이다. 싹틈의 생동감이 사라진 두물머리에서 만나는 풍광도 늦가을 같이 쓸쓸하기 짝이 없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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