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 가입한 스키동호회 핑계 삼아 20년 지난 지금까지 스킹을 즐기고 있다. 스키는 인간이 발을 지면에 붙여서 하는 운동 중 가장 빠른 운동이다.

활강 스키선수들의 속도는 시속 100km를 넘기기도 한다. 어느 정도 실력의 스키어들이라면 무동력의 맨몸으로 시속 40-50km 속도로 설면을 가르며 타게 되는 스키는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큰 매력이 있다.

스키동호회인들 사이에는 스키를 탈 수 없는 시즌을 비시즌이라 부르며 겨울에는 모여 스키를 타지만 비시즌에는 각자가 선호하는 스포츠 소모임으로 흩어져 비시즌에도 동호회 활동을 이어 가게된다. 나의 경우는 2001년에 결성된 스키 동호회 마라톤 소모임에서 마라톤에 입문하게 되어 오늘날까지 주로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42.195 풀코스를 20회 정도 완주 했고, 하프(19.195km)마라톤도 30회 정도 달리고 있다.

마라톤의 매력이라면 남과 비교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과 약속한 것을 얼마나 잘 실천했느냐에 따라 만족감이 주어지는 것이다. 다른 러너가 나보다 잘 달리더라도 배 아프지 않을 수 있으며 그 자체로 타인과 나 모두를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라톤에서는 혹시나 하는 일말의 사행심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농군의 자식으로 살아 온 내겐 또 하나의 매력이다. 자신이 연습한 량(거리와 속도)에 따라 절대적으로 그 결과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부족한 연습량으로 완주 욕심을 가지고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십중팔구는 완주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완주 목표를 세웠다면 그 사람은 분명한 훈련 계획을 세워서 긴 시간동안(나의 경우에는 적어도 6개월 이상) 매일 매일 자신이 정한 훈련 목표를 달성한 사람에게만 완주가 선물로 다가와 준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42.195km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대회 참가전 훈련량이 최소 1000km를 넘겨야 경우 5시간 완주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sub-4라 불리는 3시간대 완주를 6번 달성했지만, 모두가 40대 초 중반 때 이야기 일 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완주는 2016년 아내와 동반주로 완주한 춘천마라톤이다.

마라톤 초기에는 10km만 달려도 무릎 관절이 퉁퉁 붓게 되고 마라톤은 내게 맞지 않는 운동이라 생각하기도 하였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는 내 몸 상태를 지켜보던 아내는 마라톤하는 나를 15년 동안 지켜보다가 남편의 위시리스트가 아내와의 풀코스 동반주라 하소연하자, 1000km를 연습한 후 2016년 나와 함께 동반주로 완주(4시간 56분 완주)한 것이다.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한 마라토너라면 최소 6개월의 훈련 계획을 세워 달리기 연습을 한다. 일반적으로는 하루에 짧게 5km씩, 훈련 날짜가 3개월을 넘기면서부터는 장거리 훈련을 반드시 병행해 주어야 한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자 하는 마라토너가 30km가 넘는 장거리 연습주(走)를 하지 않고 대회 참가시엔 십중 팔구 중간 낙오할 확율이 매우 높다.

장거리 주 연습을 할 경우, 속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실제 대회 참가시 내가 완주해야 하는 시간 만큼을 천천히라도 연습주로 달려 본 경험이 한,두번 있게 되면, 내 몸이 42.195km를 달리는 동안 달렸던 그 시간을 기억하고 두려움 없이 42.195km 완주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속도주(走)가 아니라, 시간주(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라톤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면 긴 시간(6개월 이상)과 긴 거리(1000km 이상)를 연습하는 동안 내 몸이 매우 건강체로 변화된다는 점이다. 이 정도 훈련을 하게 되면 누구나가 적어도 다리 근육면에서 만은 20대 청년 부럽지 않은 멋진 다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아침 일찍 달리기를 하면서, 통일도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누구마냥 남북 교류도 전혀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통일 대박’ 만을 외친다는 것은 마라톤 연습를 10km도 하지 상태로,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내로 완주한다고 허풍치는 것과 다름 아닐 뿐이다.

마라톤이 평소 충분한 훈련을 통해서 만 완주를 할 수 있게 되듯이, 통일도 일상에서 남북의 다른 부분들은 인정하면서, 아울러 통일 미래를 향해 남과 북이 잦은 교류를 통해서 만이 하나의 코리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런 통일 대박은 없다, 아니 갑작스런 통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외세에 의해 갈라진 세월이 길었던 시간 만큼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는 시간도 상당세월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과 북이 서로를 받아 들이며 교류의 질과 량을 남과 북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느냐에 따라 통일 시기는 결정되어질 것이다.

남과 북의 중단된 교류를 다시 잇기에 지금처럼 좋은 환경도 오기 힘들 것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이토록 높은 지지율을 받았던 대통령이 없었고, 국회 구성원 또한 초 거대 여당을 국민들이 만들어 주었다. 북한 최고 지도자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3박자가 맞아 떨어진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 대한 큰 진일보를 뛰지 못하게 된다면 훗날 역사는 현재의 여당과 대통령에 대해 무엇이라 평가할 것인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마땅하다. 2016년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지난 총선에서 보여 주었듯이 오늘을 사는 우리 국민들은 민초들의 도리를 매우 훌륭하게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21대 국회와 대통령께서 국민들과 역사에 대답을 주어야 할 때다. 정치와 정치인들도 감동적인 멋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

이번처럼 국민들이 믿고 국회권력과 행정 권력을 맡겼는데도 남북관계를 크게 진일보 시키지 못한다면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오늘날의 정치인들과 그들의 이름을 영원히...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안재영 주주통신원  dooreah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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