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깍사가 된 사연

30여 년 거래하는 집엘 갔더니 만원이다.

지난번에 머리 자르고 만원 내니 이천 원 더 내라고 하더니 ‘오늘은 만원이네’ 하며 돌아서 나왔다.

내가 다니던 지역 머리방은 비싸다.

내가 30여 년 거래한 집은 1만2천 봉은 아니고 1만 2천 원인데, 어떤 집은 1만 5천 원 또 다른 집은 2만 원이다. 내가 다니는 집은 1만 2천 원이다. 이 집은 카드는 안되고 오롯이 외상을 하거나 현금만 내야 된다.

이에 반해 오른쪽 동네 머리방들은 저렴하다.

어떤 집은 7천 원에 지역화폐에 재난카드가 되고, 어떤 집은 7천 원이지만 현금만 받아서 7천 원이란다. 오른쪽 동네 머리방들은 대부분이 이 정도 가격이다.

허나 두어 달 만에 머리에 가위질을 해 보려던 나의 의도는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지나가다 알게 된 저렴하면서도 지역화폐가 가능한 곳, 7천 원짜리 지붕 리모델링을 하려고 맘을 먹고 첫 번째 집을 기웃거리니 쉬는 날, 다음 집을 들르니 여기는 만원, 그 다음 집은 현금을 내라네. 나도 먹은 맘이 있는데 현금으로 타협하고 싶지는 않아 날을 바꿔 재난카드가 되는 곳을 갈 요량으로 다음 날을 맘속에 넣고 귀가했다. 그리고 보낸 하룻밤 다음은 새날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제 내가 거기까지 가기가 싫어졌네! 그럼에도 산발한 머리는 빨리 어찌해보라고 아우성이다. 내 머리는 숱이 많아 한 번은 자르며 속고, 한 번은 스스로 숱 치는 가위로  속아내는 터라  이번엔 무조건 무조건 잘라야 되는 판이다.

집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며 거울아 거울아 홍옥 같은 사과는 없지만 부사 같은 부시시한 내 얼굴, 이마 위에 뚜껑이 봐줄 만하니 못 봐주겠니 하고 물으니 못 봐주겠단다. 그럼 당근 칼을 아니 가위를 대야쥐.

거울을 보며 절삭 가위와 숱가위를 가지고 싹뚝 싹뚝......

근사할 이유도, 잘 보일 데 없어도 되는 일상, 코로나 19로 자급자족이 더욱 절실해지는 때, 속담에 ‘~도 제 머리는 못 깎는다’지만 나는 ~이 아니니 제 머리 깍사가 되기로 했다.

시원해진 머리 목욕 한 번 시키고 바람도 쏘여 주러 외출을 했다.

과일과 야채만 파는 가게 앞, 오후 파장이 가까워지자 1천 원짜리 야채 3개에 2천 원이다.

재난카드를 뒤로하고 꽈리고추와 상추등 2천 원과 양배추값 1,500원을 보태니 3,500원 이럴 때는 현금을 써야지. 재난카드 쓸 수 있는 작은 마트도  양배추는 4천 원~ 5천 원이다.

다음은 SSM에 들어갔다. 맥주 2캔과 과실주 담금병 등을 사니 8천 원 가량 된다. 계산원이 “영수증 받으시겠어요?” 한다. “네” 근데 이게 웬 떡 1만 원짜리 쿠폰이 딸려온다. 

대박~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신성자 시민통신원  sls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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