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정에서 한시 望遠亭을 읊으며

정우열 주주통신원l승인2020.06.25l수정2020.06.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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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야죽당(野竹堂)에게

야죽당, 그동안 별일들 없었지? 요 며칠 새 그렇게 덥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지금  난 간산루(看山樓)에 홀로 앉아 모담산(茅潭山) 바라보고 있단다. 짙은 운무(雲霧) 속에 학  한 마리가 산을 가로 질러 어디론가 날아가는구나. 푸른 소나무와 흰 학, 그리고 짙은 운무, 한 폭의 동양화다. 다시 멀리 일산 대교 쪽으로 눈을 돌리니 강 위로 갈매기들이 33(훨훨)이 날고 있구나!

문득  서호(西湖)의 망원정(望遠亭) 생각난다.

야죽당, 서호는 지금의 한강변  합정동, 망원동 일대이다. 망원정은 한강북로를 따라 일산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합정동 강변 근처에 있다. 성종(成宗)의 형 월산대군(月山大君)의 정자다.

원래 이 정자는 세종이 말년에 형 효령대군에게 지어주고 희우정(喜雨亭)이라 사액(賜額) 현판을 내린 정자야. 옛 정자는 없어지고 현재는 그 터에 복원한 건물이 우뚝 서있다.

당시 월산대군은 자주 이 정자를 찾아 시를 지었다 한다.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잘 알려진 월산대군의 시조다.

여기 추강은 가을 산이면서 가을의 방위가 서쪽을 가리키니 곧 서강(西江)을 말한다.

야죽당, 월산대군은 오늘처럼 비 오는 날 벗이자 당숙이던 부림군(富林君) 이식(李湜)과 함께 이 정자에 올라 읊은 시가 있단다.

望遠亭前三月暮
與君携酒典春衣
天邊山盡雨無盡
江上燕歸人未歸
四顧雲煙勘遣興
相從鷗鷺共忘機
風流似慰平生願
莫向人間學是非

망원정 앞에 춘삼월이 저무는데,
그대와 술 마시려 봄옷 잡혔네.

하늘가 산은 다하여도 비는 그치지 않는데,
강의 제비는 돌아가도 사람은 돌아가지 못하네.

안개를 돌아보니 흥을 풀만 한데,
갈매기 서로 좇아 사심을 잊는다.

이 풍류가 평생의 소원을 위로할 듯하니,
인간 세상 시비를 배우지 마세.

야죽당, 여기서 봄옷을 전당포에 잡혔다(典春衣)함은 두보(杜甫)의 풍류를 슬쩍 빌린 것이다.

저 멀리 펼쳐진 산하에 비가 내리는데, 흥에 겨워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였다. 그저 압구(狎鷗)의 심정으로 기심(機心)을 잊었으니, 인간 세상 시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한적(閑寂)의 뜻을 밝히고 있다.

야죽당, 난 지난여름 너희 집에 갔을 때 대륙횡단열차타고 토론토 가며 돔룸에서 이 시 읊었다. 차가 록키산을 빠져나와 평원을 달릴 때 푸른 호수 위를 나는 물새를 보며 문득 이 시가 떠올라 읊었다.

지금도 그때의 벅찬 가슴 잊을 수 없구나.
오늘 다시 이 시 읊으니 작년 그때 생각 다시 난다.

야죽당, 언제 나오면 나와 함께 망원정에 올라 이 시 읊자!

비는 쉬지 않고 여전히 계속 내린다. 아마 장마철에 접어 들었나보다.  그곳 날씬 어떠한지?  여름철 건강 잘 챙겨라! 

2020, 6, 24.
김포 여안당에서 시아버지 한송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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