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授業)인가 학습(學習)인가? 혁신학교와 '배움의 공동체'

(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 3) 사토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 교육' 김광철 주주통신원l승인2020.07.01l수정2020.07.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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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자센터 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일본 도쿄대 사토마나부 교육학 교수

혁신학교의 창의성 교육과 ‘배움의 공동체’

2009 4월 일본 도쿄대학의 교육학과 사토마나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던 시절이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교육도 신자유주의 쪽으로 더 급진적으로 우회전을 하고 있었다. 학력을 증진시킨다고 일제고사 부활, 자율형 사립고 도입 등 개인 간의 경쟁은 물론이고 학교 간의 경쟁을 통한 수월성 교육을 한다며 교육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었다.

서울의 경우도 각종 비리로 얼룩졌던 공정택 교육감 시절이라 이명박 식 수월성 교육의 첨병 역할을 하던 시절이다. 민족사관고다 상산고다 하면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 일류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안학교들도 있지만 간디학교라든가 푸른꿈고등학교 등과 같이 대학입시가 목적이 아닌 순수한 대안 학교들도 여러 곳 있다.

이런 대안학교들 중 하나인 성남에 자리 잡고 있는 이우학교는 정광필 교장이 중심이 되어 이미 사또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 교육 방식을 도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9년 4월 23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대안학교인 하자센터에서 스쿨디자인21,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연구소, 하자센터 배움공방, 함께여는교육연구소 등이 사토마나부 교수를 초빙하여 워크숍이 열린 것이다. 이날 워크숍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우학교의 정광필 교장, 당시 스웨덴에 2년 간 유학을 가서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의 교육에 대하여 연구를 한 안승문 전 교육위원, 경기 양평 조현초등학교의 이중현 교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움의 공동체’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 250여 명이 참석하여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배움의 공동체’를 정리한 책들은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고, 우리 국내에도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북코리아 펴냄),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에듀케어 펴냄) 등으로 번역돼 나오기도 하였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는 ‘배움의 공동체’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

사또마나부 교수에 의하면,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란 학생들이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학교를 말한다. 또 교사들이 교육의 전문가로서 서로 배우고, 학부모와 시민이 교육 활동에 참가해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학교다”

“말은 쉽지만 실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서로 배우질 못한다. 경쟁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대신 '이건, 이런 거야'라고 금방 가르치거나, 공부 못하는 아이는 '가르쳐 줘'라고만 하지 '같이 생각하자'라며 배우지 못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실을 굳게 잠그고 서로 배우려 하지 않는다. 부모 역시 모이면 교사를 흉보며 '연대'한다. '서로 배운다'는 것이 간단하지만 실현하기는 어렵다.”

그 이듬해부터 경기도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혁신학교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때, ‘배움의 공동체’ 방식의 교육이 원형 그대로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배움의 공동체’ 방식에 북유럽 교육 방식, 발도르프 교육, 프레네 교육 등 다양한 교육 방식들이 도입되어 교사들 나름대로 창의적인 교수-학습의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사토마나부는 대학에 부임한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1주일에 2~3개 학교에 꾸준히 방문해 교실 관찰을 했다. 교사와 협동해 학교를 안에서부터 개혁하고자 하면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특수학교를 합쳐 약 2000개 학교를 방문했고, 사례연구 대상이 된 수업은 1만 개 이상이라 한다. 전국 교실의 학생, 교사, 교장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외국도 21개국을 방문하여 교실 관찰을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배움의 공동체'라는 사토마나부의 교육 방안이 만들어진것이다.

▲ 2009년 하자센터에서 열린 사토마나부 초청 포럼에서 사회를 보는 함께여는교육연구소 이광호 소장

수업(授業)’이 아니라 ‘학습(學習)’이 일어나야

특히 ‘배움의 공동체’ 방식이나 유럽의 여러 교육방식들의 핵심은 교육은 무엇을 주는 ‘수업(授業)’이 아니라 ‘학습(學習)’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학교에서는 ‘지식을 넣어 주는 곳’, 즉 ‘수업(授業)’의 관점에서 교육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런 방식으로 주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벌써부터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터득해 나가는 교육 방식을 택하여 발전해 온 것이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교육은 주로 독, 서, 산(讀, 書, 算)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지식인인 교사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서양에서는 독, 서, 산(讀, 書, 算)도 중요하지만 철학, 종교, 실생활,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내용의 교육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주입식 수업(授業)이 아닌 배우고 익히기 중심이고 탐구를 요구하는 학습(學習) 방식으로 교육이 발전해 왔는지 모르겠다.

당시 교사 생활을 40년 가까이 해오면서 보아왔지만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이라 하면 의례히 ‘수업(授業)’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다. 교육 활동을 대부분 ‘수업(授業)’이라는 용어로 표현되어 왔다. ‘수업 시간’, ‘수업 지도안’, ‘수업 평가’, ‘수업 시수’ 등 학생들 가르치는 일과 관련해서 ‘학습(學習)’이라는 용어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교육이라는 행위 자체를 ‘수업(授業)’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것이 한국 사회의 교육 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교직의 마지막을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로 부임해서 교사들이나 교육 관리자들, 심지어는 학부모들한테도 “교육은 ‘수업(授業)’이 되어선 안 되고, 학습(學習)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물론 교육 내용에 따라서는 경우에 따라 ‘수업(授業)’이 중심일 수 있지만 모든 교과 활동이 7:3 정도의 비율로 학습(學習) 대 ‘수업(授業)’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 교사들이 입만 열면 ‘수업(授業)’, ‘수업(授業)’하는데, 용어부터 바꾸자 학습(學習)이라는 용어가 불편하면 차라리 ‘수업(授業)’이라는 용어보다는 중립적 용어인 ‘교수-학습’이라는 용어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수없이 많이 했다. 이런 나의 주장에 대하여 교사들이 특별히 반박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해 교직 생활을 하면서 입에 굳어진 ‘수업(授業)’이라는 용어는 쉽게 버려지지 않음을 경험하였다.

특히 과학, 사회와 같이 탐구활동이 중심인 교과,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체능 교육에서는 학생활동이 중심인 더듬으며 찾아가는 탐구 중심의 활동, 기능과 표현 활동의 기본은 알려주되 익히고 배우는 과정에서는 배움이 일어나는 활동이 중심이 되지 않고 주입식 ‘수업(授業)’이 중심이라면 학생들은 얼마나 따분하고, 재미없겠는가? 그래서 학교 급별이 올라가면서 입시 중심의 교육이 일어나는 중, 고등학교로 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학교 공부도 부족하여 학원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이 주입식, 문제풀이 중심의 학원 교육을 받고 다시 학교에 가니 비슷한 형태의 주입식 ‘수업(授業)’이 얼마나 지루하고 졸리지 않겠는가?

이런 교육에 익숙한 한국 학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프로젝트 중심, 창의성을 요구하는 연구 활동에 적응하지 못하여 헤매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한국에서 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느냐?’는 것은 창의성과 협업 중심의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 경쟁과 입시 중심의 한국 교육의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물론 노벨상을 학교 교육과 연관짓는 것이 약간의 무리가 있을지라도...

▲ 안승문 전교육위원, 정광필 이우학교 교장, 이중현 양평 조현초 교장 등이 페널로 참석하여 사토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에 대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에서는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의 활동 중심 교육활동을 한다. 혁신학교가 도입이 되면서 이런 활동은 더욱 확산이 되고, 학교 울타리 안에 갇혀있는 교육이 아닌 현장을 찾아가는 학습이 많이 일어나고, 모둠 활동 중심의 협력 학습이 중심을 이룬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에서도 혁신학교에서는 프로젝트 중심의 모둠학습이 정착이 되고 있어 이래저래 혁신학교는 지금까지 주입식 경쟁교육에 찌들어 있는 한국 교육의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중이다. 이런 방식은 서서히 일반학교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입시와 학원 중심의 서열화 교육 관행은 좀처럼 쉽게 벗어던져지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교육을 통한 압축 성장 과정에서 앞서 나가는 나라들의 문물을 따라잡기 위하여 지금까지는 이런 방식의 교육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우리가 이제는 창의적인 교육과 창의적인 산업 활동이 없다면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문화, 예술 분야에서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까지 크게 진출하는 것은 그나마 그 분야에 활동하는 사람들의 창의적 노력에 의하여 가능했지 학교교육으로 가능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어찌 되었거나 이제 온갖 지식이라는 것들은 인터넷, 도서관 등 온갖 곳에 널려있다. 그걸 알거나 외우려고 하는 식의 교육은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널려있는 정보들을 어떻게 가져와 새롭게 조합해내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인 시대다. 그런 활동은 혼자가 아닌 팀으로, 협력하면서 만들어 갈 때 그 시너지는 훨씬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 교육도 그 방향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이런 관점은 예체능 분야라고 다르지 않다고 본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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