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만 있으면 집에서 나간다.

물론 보건소에서 진행한 두 번째 코로나 검사가 음성이 나와야 한다.

만약 이 검사가 양성이라면 난 정말 정신을 놓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6월 21일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오헤어 공항은 처음이었지만, 여러 번 와본 적 있는 친구는 오헤어 공항이 이렇게 한가한 건 처음 본다고 했다. 비행기 표를 받고 가방 수속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2월부터 시작한 NTI(non-traditional instruction: 비전형적인 수업으로 코로나 기간 동안 미국 초중고는 컴퓨터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로 몇 달을 집에서 아이와 보낸 대다가 개학은 9월인데 이 또한 불분명해서 코로나를 무릅쓰고 한국을 오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는 모든 것을 정지시켰다. 계획과 일상은 이제 무의미하다.

얼마 전 남편의 직장이 위스콘신으로 확정되어 우리는 코로나 중에도 위스콘신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켄터키에서 맺은 인연들을 다 만나 충분히 인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물론 만나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도 아쉬움은 남았을 테고 이별의 인사에 충분함이란 없을 것 같다. 위스콘신으로 이사를 와서도 우리 세 가족은 거의 대부분 집에 있었다.

매사에 신중한 남편은 자동차 면허를 위스콘신으로 바꾼 뒤에야 한국으로 오는 표를 구해줬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손 세정제와 수십 장의 마스크, 소독 와이프(wipe), 페이스 마스크, 수술 장갑까지 모두 준비했다. 내가 아무리 코로나를 조심해도 한번 방심하면 걸리는 것이 코로나라 생각했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공항에 갔다. 일단 처음에는 친구가 준 천 마스크에 필터를 꼈다가 다시 어머니가 한국에서 보내준 KF94 마스크를 했고, 나중에는 페이스 마스크까지 했지만 결국 필터를 뺀 천 마스크로 돌아왔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내 주위 좌석 전부를 소독제로 두 번 닦았다.

아이는 잘 참고 마스크를 했지만 비행기에 탄 지 10시간 정도 지나자 코를 내놓고 잠을 잤다. 비행기 내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했지만 밥 먹을 때는 마스크를 한쪽 귀에 걸고 먹었기에 운이 나쁘면 그때 코로나가 걸렸을 수도 있다. 화장실에 갈 때면 소독 와이프를 가지고 가서 화장실 내부를 한 번 닦았다. 다행히 비행기 안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조금 더 많았더라면 그 공포는 더했을 것 같다. 난 초등학생 때부터 비염과 부비동염이 있어서 가끔 습관적으로 코를 킁킁하고 기침이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았다. 이제는 예전처럼 사람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6월 22일 오후 4시 정도 한국에 도착했다. 공항 직원들 말고도 육군 장병들이 나와 방호복을 입고 자가 진단 앱을 깔고 현지통화가 가능한지 확인했다. 육군청년들 너무 멋있었다. 짐을 찾고 나왔을 때 주황색 동그런 스티커를 붙여주며 차에 탄 후 떼라고 했다. 해외에서 온 사람들은 전부 이 스티커를 붙이는 것 같았다.

서울과 경기는 바로 소독이 된 콜밴을 불러 집에 갈 수 있다. 그 외 지역의 경우 지인이 데리러 오거나 지자체에서 지정한 콜밴을 미리 예약하면 콜밴 이용이 가능했다. KTX로 이동하는 경우 다 같이 모여 지정 공항리무진을 이용해 광명역으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뿔뿔이 흩어져 가는 듯하다. 원래 해외에서 온 모든 사람들은 한 공간에 모여 검사를 받고 음성으로 나와야 집으로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무증상자이며 열도 없을 경우 집으로 가 자가격리를 시작하되 3일 이내에 지역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 공항에 도착해 모든 절차가 끝나면 차량을 타기 전에 이곳에서 대기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경기권이 아닐 경우 콜밴을 예약하지 않았다면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짐이 많을 경우 힘들 수 있으니 그걸 염두에 두고 짐을 챙겨야 한다. 교통 편을 이용하려고 기다리는 중에 그 부분을 걱정하는 가족을 많이 봤다. 보통 몇 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넉넉히 짐을 가지고 오는데 이 부분의 안내가 부족한 듯했다.

 

다시 정리하자면,

1. 지인이 와서 교통 편을 제공해도 된다.

2. 서울 경기권은 바로 콜밴을 부를 수 있다.

3. 지인도 없고 경기권이 아닌 사람은 지자체가 지정한 콜밴을 미리 알아보고 예약해 이용하든지 기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걸 염두에 두고 짐을 싸야 한다. (미리 예약하라는 이유는 검증된 방역 콜밴 아니면 대기실에서 안 보내준다. 지방 콜밴의 경우 예약하지 않았는데 공항에 와있는 경우는 드물다. CCTV가 당신을 다 보고있다.)

 

자가격리 장소를 정하는 것도 일이다. 서울의 경우 자가격리 지정 호텔이 있기에 미리 물어보고 자리가 있다면 호텔 자가격리를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해외 입국으로 인한 2주 격리 목적임을 미리 밝히고 에어비앤비를 예약하는 것은 허용해 준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경우 자택 격리인데, 자택 격리의 경우 둘로 나뉜다. 자택에 원래 살고 있는 사람과 완전히 분리되어 같이 살거나, 집에 있던 사람이 호텔로 들어가고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은 자택으로 들어가는 경우다. 

▲ CNN기자 크리스 쿠오모가 지하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같은 집에 살면서 아예 접촉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코로나에 걸려 이슈가 되었던 크리스 쿠오모 CNN 기자의 경우 지하에 살며 자가격리를 했지만 부인도 얼마 후 코로나 양성으로 나왔다. 보통 2,3층 구조인 미국 집도 그런데 한 층을 나눠쓰는 구조가 많은 한국의 경우 한집에 살며 완전 격리는 힘들 것이다. 또한 아이가 있는 경우는 더 문제가 된다. 어린이의 경우 나가서 놀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어디서 하든 2주 격리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큰 차이는 없겠지만 자가격리 장소는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관련 부서에 물어보고 진행하면 될 것 같다.

격리는 내가 입국한 날 포함 15일을 진행한다. 만 14일 지난 다음날 오후 12시에 격리가 해제된다. 나의 경우 나를 담당하는 전담 공무원이 부서 이동을 해 약간의 혼선이 있기도 했고, 밤 12시 격리 해제라고 말해 당황했던 적이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서로 예민해져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하고, 스스로도 잘 알아보고 행동해야 할 것 같다.

해외 입국자의 경우 입국 3일 내 코로나 검사 한 번, 격리 해제 전날 추가 코로나 검사를 한 번 더 한다.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갈 때 지인의 차를 이용하거나 119를 이용할 수 있다. 나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시청 직원인데 코로나 검사를 받는 곳은 보건소여서 보건소를 가기 전에 전담 공무원에게 꼭 전화를 해서 이동할 예정이라고 알려야 한다. 119를 이용할 경우 직원이 집 앞에 와서 전화할 때까지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구급차가 집 앞에 와서 전화가 오면 마스크를 끼고 계단으로 내려가 직접 119 구급차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 구급차 타고 검사받으러 가는 길

보건소에 가면 방호복을 입은 보건소 직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여권과 비행기 표를 검사한다. 그런 후, 소독된 컨테이너에 들어가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다. 코와 입안 깊숙이 두 번 하는데 생각만큼 많이 아프지 않았다.

▲ 검사실에서 애쓰시는 선생님

검사가 끝나면 다시 구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 동네 주민들이 모두 불안에 찬 눈빛으로 주시한다. 마음 속으로는 나도 말한다. '이 시국에 해외에서 와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연예인 밴에서 내린 연예인처럼 눈빛을 피하며 급하게 집으로 올라간다.  

전화기는 움직이지 않을 경우 주의 대상이 되는 것 같고, 밖으로 나가도 문제가 되는데,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전화기는 누군가 계속 움직여주면 되고, 나갈 때 집에 놓고 가면 감시를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원칙적으로 격리 기간 동안 절대 밖에 나가면 안 되고 쓰레기도 버릴 수 없다. 코로나 양성으로 밝혀지면 집에 모아둔 모든 쓰레기는 핵폐기물같이 무서운 마크가 새겨진 주황색 쓰레기봉투에 담겨 분리 폐기된다. 산책을 할 수 없는 것과 쓰레기를 버릴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 자가 격리 물품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간 크게 집에 전화기를 두고 CCTV도 무시한 채 나간 경우를 제외하고 코로나가 빠져나갈 구멍을 생각해 본다면 ‘지인 구멍’일 듯하다.

공항에 와서 탄 지인 차.

한 공간을 쓸 수밖에 없는 지인 집.

코로나 검사받으러 가는 지인 차.

지인이 버려준 쓰레기로 전파되는 코로나.

난, 다행히 친오빠가 친정에 들어가고 오빠 집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음식 쓰레기는 냉동실에 차곡차곡 얼려 최대한 냄새나는 쓰레기를 줄였다. 산책을 못하는 대신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며 집안 산책하기를 했다. 그렇지만 15일 동안 아이와의 갈등으로 ‘너 죽고 나 죽자’가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고, 그냥 자가격리를 벗어나 감옥에 가면 최소한 혼자이지 않을까 하며 문을 나서고 싶었던 것이 여러 번이다.

아이도 엄마의 화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텔레비전과 유튜브에 육아를 맡기며 조금씩 세상에 타협하고 나니 이제 좀 살만해졌다. 온라인 장 보기도 익숙해졌고, 배달의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친구가 흑당 버블티를 먹고 있다고 자랑하길래 나도 버블티를 시켰고, 치킨, 자장면, 탕수육도 시켰다. 앙버터, 에그타르트, 망고주스도 시켜 먹었다.

시켜도 시켜도 먹고 싶은 것이 계속 나온다.

 

아. 드디어. 조금 전, 마지막 문자가 왔다.

‘7월 5일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정말 해방이다.

어제저녁 코로나 검사를 받고 나서 만약 양성으로 나오면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격의 눈물이 나온다. 쇼생크의 탈출에서 앤디가 감옥 탈옥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 식도락 여행 시작이다. 1년을 떠나있는 동안 한국 음식이 그렇게 그리웠다. 그래도 ‘기쁨도 잠시 코로나 양성!’이 나오지 않으려면 한 손에 손 소독제, 또 한 손에 소독 와이프를 들고 입에는 꼭 마스크를 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찾은 자유인데.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안지애 편집위원  phoenic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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