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점점 빛을 잃어간다. 어쩌면, 결국은 사라져 버릴 것들에 눈이 멀어 저마다 아등바등. 어둠 속에서 무엇이 진짜 반짝이는 것인지도 모른 채 세상은 치열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런 세상에도 여전히 희망의 꽃이 피어오른다는 것이다. 그 작은 꽃 같은 존재가 제 욕심 채우기에 바쁘던 삶을 내려놓게 한다. 삶의 초점이 안에서 밖으로 옮겨가며, 내가 아니더라도 그들이 살아갈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을 품게 한다. 그 존재란 지금도 어디선가 생명의 빛을 퍼트리며 세상에 나오고 있는 아기,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갓 태어나 눈도 뜨지 못하고 꼬물거리는 아기를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할 줄 아는 게 먹고, 자고, 싸고, 우는, 지극히 단순하고 본능적인 움직임 밖에 없는데도 그 작은 아기가 많은 사람을 웃게 한다. 새 생명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기 때문이다.

내 곁에도 그런 빛이 나는 존재가 있다. 여섯 살 난 아들과 두 살 난 딸이 매일 내 앞에서 반짝인다. 이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잠자고 있던 감각의 촉이 되살아나곤 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꽃들과 개미들의 바지런한 움직임이 걸음을 멈추게 하고, 볼을 쓰다듬고 안아주는 행위의 따뜻함이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는지,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충만한 기쁨으로 다가오는지 모른다. 갓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한 아이와 함께 나도 다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기분이다.

사실 육아는 힘든 일이다. 지난하고, 외로운 일이기도 하다. 때로는 아이 때문에 울고, 인내를 감수하는 일도 많지만 그 덕에 다 큰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아이와 함께 자라고 더 깊어져 간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는 그 곳에서 다른 어떤 달콤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의 조각들을 얻는다. 모든 것이 신기해 보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 곁에 있는 이를 함께 웃게 만드는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 입에서 나오는 영롱한 말들, 불안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아이의 걸음마, 떨어진 사탕에 세상이 무너지는 듯 울어버리는 얼굴, 아침잠을 깨우며 뽀뽀해주는 보드라운 입술, 자꾸만 안아달라며 위로 쭉 뻗은 두 팔, 내 품에서 느껴지는 작고 포근한 아이의 온기... 두고두고 다시 꺼내 볼 행복의 조각들을 차곡차곡 소중히 모으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소리 없이 자라 세상을 향한 날갯짓을 시작할 테다.

나는 앞으로 <한겨레:온> 속 작은 쉼터에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육아 일상을 열어두려 한다. 다소 단편적이고 때로는 온전하지 않은 기록일 수 있지만, 이 글이 팍팍한 삶을 지내다가 쉼이 필요한 이들에게 잠시 목을 축이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또 먼 기억의 일이지만 어렴풋이 남아 있는 ‘어릴 적 내 아이’의 모습과 함께 미소 지어지는 그런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정은진 주주통신원  juj05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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