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 2] : 똥통에 빠진 날
[기억의 조각 2] : 똥통에 빠진 날
아마도 계절적으로 무더운 여름이었을 것이다. 세 살 정도로 기억되는 어느 날, 나는 과감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픈 의욕(?)으로 충만해서 집 뒤켠의 재래식 변소(일명~뒷간)로 가고 만다.
그 전까지 나는 초가집 툇마루 앞마당에 누런 시멘트봉지 종이를 깔고 ‘응가’를 보았는데, 큰형이나 작은형처럼 뒷간에 앉아서 점잖게 용변을 보고 싶었나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은 조금 큰 아기에 불과한 내가 뒷간의 나무
어느 순간, 한쪽 발이 미끄러지면서 그만 똥통 안으로 직행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날 운수 사납게도 똥물이 가득찬 곳에서 허우적거리며 울음을 터뜨렸는데, 마침 근처에서 놀던 큰 형이 달려와서 얼른 건져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 이글을 쓰는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그 후의 기억으로는, 냄새나는 오물 범벅이 된 나의 손을 잡고 동네 우물가로 데려간 큰 형이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서 여러번 머리 위에 퍼부어주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큰형이 빨리 나를 건져주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 더러운 곳에서 이승에서의 짧은 생을 마감할 뻔 했으니, 지금도 큰형님이 참 고맙고 다행이다 싶은 생각뿐이다.
~ 사족(蛇足) : 그 사건 후에도 내가 뒷간에 가서 큰일(?)을 보았을까? 글쎄, 별로 기억에 없는 것을 보면, 뒷간에 가기가 두려웠던 나는 아마도 한동안은 예전처럼 초가집 앞마당에서 종이를 깔고 응가를 보았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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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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