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꽃송이
-권말선
- 할머니는 어디서 태어났나요?
낯설고 차가운 이국땅
기차가 지나며 흔들어대는
산기슭 옆 싸구려 여인숙에서
나, 조선의 딸은 태어났어요
늘 조국의 품이 그리웠던 내게
우리말, 우리글을 가르쳐주는
우리학교는 든든한 울타리였고
그 안에서 넘치게 사랑받았지요
나도 귀한 조선사람으로 자랐으니
우리학교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조선의 꽃송이로 자라나도록
있는 힘껏 받쳐주고 싶었어요
- 할머니는 왜 싸우나요?
광복을 맞고 75해나 흘렀건만
내 할아버지의 등을 때렸던
식민이라는 이름의 채찍이
오늘은 차별이라는 가시로
우리 가슴에 박혀있어요
일본땅에서 100여 년
5번의 대를 이어가며
조선사람의 맥박으로 살아가는
우리 삶은 전사의 나날입니다
매주 길거리에서 호소하고
매일 탄압에 맞받아 싸우고
매 순간 차별에 분노하지요
- 할머니는 꽃송이를 참 사랑하지요?
조선학교 차별반대 화요행동의 날
길가에 핀 어여쁜 꽃송이 찰칵-
사진기에 담으며 아이들 떠올립니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차별 받지 않고
누구나 사랑의 눈길로 응원해주는
이 꽃처럼 소중히 길러내야지
아, 우리 아이들만 생각하면 저절로
진달래 꽃동산처럼 마음 설렙니다
청년처럼 발걸음 날아오릅니다
"아이들아, 우리를 거름 삼아 자라나라,
꽃송이여, 더욱 향기롭게 피어나라"고
오늘도 뜨겁게 투쟁가를 부르렵니다
<승리의 그 날까지>¹⁾ !
¹⁾ 오사카에서 매주 화요일에 진행하는 ‘조선학교 차별반대 화요행동’때 참가자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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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선 주주통신원
kwonbluesunny@gmail.com
진달래 꽃동산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꽃송이를 지켜주는 권말선 통신원의 '할머니와 꽃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