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새벽시장

 

새벽 잠에서 깨어 청승처럼 한숨만 푹푹 품어지르다 대전역앞 새벽시장은 온전할까? 
엉뚱맞은 생각을 하다 가보기로 했다. 
텅 빈 듯 드물게 사람들이 오가고 다소 겉늙은 사람들이 활기차다. 
요즘 시장에 가면 고구마순나물을 팔곤한다. 네팔인들도 먹는 음식이라 한두번 살까 망설였다. 아내도 일거리 나도 일거리라 일종의 쇼핑기피였다. 오늘은 드물게 좌판을 벌인 사회적 안전거리를 확보한 좌판에 잘다듬어 약하게 삶은 고구마순나물이 있었다. 또 다시 못 본 척 지나쳤으나 이번에는 일감이 없으니 사자고 그렇게 한 봉지 사는 손에 아주머니 한 손 덤을 주신다. 3,000원 지출 그리고 오던 길을 되돌아선 길에 값비싼 토마토가 있다. 며칠째 내린 비로 모든 농작물값이 오름세라 값을 물어본다. 어제 산 토마토 10,000원 어치에 배는 되는 물건이 9,000원이란다. 한 박스 주세요. 아주머니는 아저씨에게 상처난 토마토를 "잘 골라낸 후 주시라"고 채근이다. 값을 치르고 식당에 와서 물기를 말리자고 넓은 빈복숭아 박스에 옮겨 펼쳐놓는데 상처난 토마토가 12개다. 30여개 되는 토마토 조금 실망스럽다. 한 두 개면 하다가 너무많이 상처난 토마토란 생각에 교환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 비 오는 새벽시장에 하면서 헝단보도를 건너려다 잠시 망설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바꾸러가자고 갔다. 아주머니 상처난 것이 12개에요. 1~2개도 아니고......? 곧바로 "좋은 것으로 바꿔드릴게요." 그리고 망설임없이 상품의 내가 산 토마토보다 월등하게 큰 것을 봉지에 담으신다. "아니에요. 제가 산 것보다 훨씬 큰데 그냥 그것만 주세요." 아주머니께서 밝게 웃으신다. 식당으로 돌아오는 내내 미안하다. 그 밝은 웃음에 경배하며 이 비 내리는 천재지변을 이겨가시는 사람들에게 경배하는 그리고 험난한 시절 농토를 일구는 농투사니들을 안타까워하며 돌아와 다시 받아온 토마토와 처음 내가 사온 토마토를 견주어본다. 최상의 토마토를 얻었고 밝은 웃음을 보았다. 어려움을 이겨갈 수 있는 놀라운 힘이 그 웃음 속에서 찬란하게 빛이 되어오는 느낌이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저리 살면 지금 이곳이 천국이리라. 지상에 경배할 천국이 있다. 지킬 것을 지키는 사람의 본심을 지키는 일이 우선한다면 말이다. 건강하소서. 사람의 길을 사시는 모든 사람 신이어.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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