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심사 끝나는 날, 결과가 발표되었다.

16) 드디어 심사 끝나는 날, 결과가 발표되었다

행복마을 1단계 진행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연말이 오기 전에 각 면을 통해 리(마을)단위로 신청서를 받는다. 충북도에서는 그중에 20개 마을을 선정하고 각 마을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 컨설팅회사가 신청마을을 다니며 행복마을만들기에 대해 설명을 한다. 3월에 300만원을 지급하고 9월에 현장심사를 하고 10월에 발표심사를 통해 2단계로 넘어갈 12개 마을을 선정한다.

6개월 안에 컨설팅 회사는 각 마을의 밴드를 통해 활동내용을 살피며 월 1회 전체주민교육을 하고, 선진지견학과 지도자교육을 실시하며 현장심사에 앞서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 마을의 운영위는 월 2회 이상 모이고, 활동하는 동안 모든 회의록과 프로그램에는 사진과 참가자의 사인을 첨부한다. 현장심사를 위한 PPT와 최종심사를 위한 PPT를 마련해야 하고 발표시에는 3분의 영상이 결합되며 심사 준비팀에게 3분의 영상을 찍기 위한 기획안을 제시해야 한다. 밴드를 운영하여 보다 많은 마을관계자들을 결합시켜야 하며 심지어 유튜브 접속과 유튜브를 통한 소통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지원금을 지출할 때는 반드시 카드로 결재해서 영수증을 챙겨야 하며 아울러 잉크가 묻어있는 견적서와 납품서를 갖춰야 한다. 물건을 구입할 때는 사진도 찍어 첨부한다. 강사는 자격증이 있어야 하며 강사수당 지급규정에 맞게 강사비를 지출하고 원천징수 세금고지서를 발부받아 세금을 납부해서 프로그램을 마칠 때에는 통장잔액을 0으로 맞추어야 한다. 공무원들을 겪어본 중에 이렇게 야무지게 진행되면서 야무진 효과를 얻어내는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다. 칭찬 받아 마땅한 행복마을만들기 사업이다.

청산 삼방리 주민도 300만원을 받아 6개월간 위 조건을 모두 갖추어 가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냐고? 물론이다. 주민역량강화라는 건 공동체정신을 함양하는 것도 있지만 공무원을 상대하는 주민 역량강화를 의미하기도 하더라. 게다가 삼방리 저수지 신령님이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척척 길을 열어주셔서 어려울 게 없었다. ^^

사정이 이러하니 마을 원주민과 귀촌 귀농인과 결합은 필수적이다. 마을 원주민들에게 제일 힘든 것이 컴퓨터를 통한 서류작업과 예산결산 정리 작업, 동영상, 밴드, 유투브 다루기 등일 것이니 행복마을만들기는 동네사람 모두가 손을 잡아야 가능한 사업이다. 젊은이는 힘과 지혜로, 어르신은 활짝웃음과 행복하다는 비명으로 행복마을사업의 모자이크를 메꾸어나간다.

▲ 행복마을사업 후 '똥구멍이 웃는다'는 이용금 할머니. 다른 설명이 필요하랴?

결전의 날(10월 8일 최종심사)이 다가오는데 3일 시누이의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나이도 젊은데 새벽에 심장마비가 왔더란다. 다음 날에는 사랑하는 은사님의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은 장례식에 집중해야 했다. 7일 저녁에는 야간수업을 끝내고 자정이 되어야 집에 돌아오는데 점수에 포함된다는 유튜브 응원 독려는 언제하고 연습은 언제 하고 8일 아침에 심사장으로 나간담. 급히 면게시판, 군게시판에 홍보의 글을 쓰고 면장님께도, 명상공동체마을을 준비하고 있는 도반들에게도 유튜브 응원을 부탁을 드렸다.

나의 은사 이이효재님. 1924년생이시니 내 어머니와 같은 해에 태어나셨다. 97세. 내가 청산에 이사 온 뒤 집으로 찾아오시어 선생님이 계신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풍광에 감탄하셨다. 작년에도 진해에 내려가서 뵈었는데 올해는 행복마을 사업 등으로 바빠서 찾아뵙지 못했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국민훈장 석류장을 주겠다고 했을 때에는 수상자 중에 전두환을 추대했던 5공세력이 포함되어 있다며 수상을 거부하셨다. 이번에는 돌아가신 이후에 장례식장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으셨다.

▲ 나의 모든 활동을 지지하고 격려해주셨던 은사님. 어머니 같고 언니 같았던 든든한 우리들의 뒷배이셨다.
찬란한 빛의 세계에서 세상에 사랑과 축복을 보내주소서~

장지에서 만난 동기와 후배는 선생님이 내가 쓴 <해월의 딸 용담할매>를 잔뜩 쌓아놓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나누어 주셨다고 전해주었다. '부모성함께쓰기'를 시작할 때에도, '호주제폐지운동'을 시작할 때에도, '평화어머니운동'을 시작할 때에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기뻐하고 격려해주셨던 선생님. ‘평화협정’, ‘평화통일’을 만트라 삼아 기도하고 명상한다고 하셨던 선생님. 청산 삼방리에서 행복마을가꾸기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아셨다면 그 또한 큰 칭찬을 해주셨을 것이다. 틈을 내서 찾아뵙지 못한 것이 죄송할 따름이다. 선생님. 이 글이 책으로 나오면 자랑삼아 이천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선생님이 안치되신 이천의 에덴낙원 납골당 마을. 행복마을만들기 책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칭찬해 주실 거지요?

총무인 은상씨는 집안사정으로 심사장에 가지 못하고 이장님과 둘이 청주의 심사장(2020 충청북도 행복마을 경연대회)에 들어섰다. 발표심사는 오후에 있지만 리허설을 해야 하므로 모두 오전에 모여들었다. 예전 같으면 20개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경연대회를 했다고 하는데 대면행사를 할 수 없으므로 각 마을마다 2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미리 준비한 마을별 3분짜리 동영상으로 주민들 분위기를 전해야 했다. 행사 전 과정은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었다.

동영상이 무대 스크린에 연결이 안 되어 오전 내내 씨앗의 장부장님과 직원들이 애를 태웠다. 지난 몇 달간 아낌없이 열과 성을 다 바친 분들인데 얼마나 속이 탔을까. 시간이 조금 지연되기는 했지만 다행히 영상이 연결되어 동영상이 포함된 발표는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

▲ 비대면 경연대회. 동영상, 유튜브 중계로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애쓰신 모든 분들께 박수를...

참가마을이 모두 수료증을 받은 뒤 2단계로 넘어갈 자격이 주어지는 12개 마을이 호명되었다. 청산 삼방리도 호명이 되었다. 점수와 등수는 발표되지 않는다. (끝나고 비공식적으로 우리 성적을 알게 되었다. 입이 간지럽지만 밝힐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하하)

4월 마을 청소, 나무 심기 이후 6개월을 미친 듯이 달려왔다. 내년에는 1월부터 미친 듯이 내달리게 될 것이다. 지원금은 10배인 3천만 원으로 늘어나지만 우리의 행복은 100배 1,000배로 늘어나게 되리라.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벌써 가슴이 뛴다. 2단계 보고를 기대하시라!

(도대체 누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만나면 마구 칭찬해주고 싶다. 성실하고 열정있는 컨설팅회사 ‘씨앗’에도 무한감사를 드린다. 대한민국의 정치가들 보다 이런 분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집을 비운 며칠 사이에 재작년 동이면 박싸부님에게 얻어온 구절초가 흐드러졌다.조물주에게 감사할 따름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고은광순 주주통신원  koeun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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