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로 가는 길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예비 창업자였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몇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자금이 조금 모자라는데 대출받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나는 정부정책자금을 안내한 뒤 “사무실에서 무료상담이 가능하니 시간 나시면 한번 들러 주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로 와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그분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당장 상담을 받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물었다. 마침 시간이 나서 오시라고 하니 조금 뒤에 상담자가 들어왔다.

인사를 하고 찬찬히 뵈니 나이가 꽤 있어 보였다. 55살이라고 했다. 시니어 창업자다. 기본적인 질문을 했다. “창업 준비는 얼마나 하셨나요?” “이제 2주 정도 되었습니다. 곱창집을 생각하고 있는데, 점포만 구해지면 바로 창업을 하려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하나의 실패 사례가 생길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시니어 창업자는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산업사회의 역군으로 ‘하면 된다. 안 되는 일이 어딨어’라고 외치며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온 분들이 많다. 물론 창업도 하면 된다. 그러나 언제 될지 어떤 방향으로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미래의 암울한 그림자를 시니어 창업자는 이해도 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하긴 최근 곱창이 상권에서 반응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경기를 반증하듯 돼지곱창집에 손님이 많다. 그러나 어떤 창업 아이템이든 경험을 바탕에 깔지 않고 바로 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돼지곱창처럼 손이 많이 가는 아이템은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다. 다행히 2시간여 상담으로 예비 창업자의 자세는 많이 신중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하면 된다’는 마음이 되돌아올 것은 자명하다. 한번의 실패를 경험해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고 과거의 조언을 떠올리겠지만 버스는 이미 지나간 뒤인 경우가 많다. 창업으로 돈을 쉽게 벌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잘나가는 매장이 있다. 그러나 그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다시 방문하기로 약속한 그분이 좀더 준비해서 나타나시길 기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길 바랄 뿐이다.

최철용 주주통신원  hani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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