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대학교 배기성 문리대학장과의 인터뷰

헌법 제 31조는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와 자녀에게 교육을 받게 할 의무, 의무교육의 무상,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의 보장, 그리고 국가의 평생교육 진흥 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의무 교육 기간 동안에는 모든 학생이 공통 과목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기술·가정 (초등학교는 실과), 체육, 음악, 미술, 영어)을 배운다. 다만, 중학교의 경우 한문, 정보, 환경, 생활 외국어 등의 교과목을 선택으로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에서는 오로지 수능만을 위한 레이스가 펼쳐져, 국어, 영어, 수학에 선택과목 몇 가지로만 학교를 꾸려나가는 형편이다. 그렇게 12년을 달리고 나서 414분동안 230개의 객관식 문제를 풀어 세계 대학순위 24위에 빛나는 서울대학교, 대한민국 모든 인프라가 집중되고 모든 혜택과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우선 맛볼 수 있는, 그 어떤 학교도 따라올 수 없는 장학금 혜택은 물론 그 모든 혜택에도 불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학비가 낮은 학교. 1등부터, 그 서울대학교의 의예과 혹은 자유전공학부부터 주르륵 줄을 세워 그대로 대한민국 1%의 정해진 인생을 달리게 하는건 뭔가 억울하다. 
 
 
모든 반응은 일정 지점에 이르러 갑자기 폭발한다, 화학용어로 [티핑 포인트], 그 지점이 이르기 전까지는 어떤 수를 동원해도 전체는 변하지 않는다. 임계점...대한민국 청년들의, 학생들의 그 한계가 임박한 것이 곳곳에 드러난다. 10대와 20대 자살률 순위에 있어 대한민국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높은 위치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교육방송 지식채널e에서 이를 꼬집은 적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한 국제 학력조사에서 핀란드가 1위,한국이 2위를 거두었다. 한국과 핀란드의 점수 차이가 0.5점인 것을 본 한국의 교육 관계자가 말했다. "허허, 근소한 차이로 저희가 졌습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핀란드의 관계자는 차갑게 답했다. "아니, 핀란드가 엄청난 차이로 한국을 앞섰습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습니까?"]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핀란드식 교육이 어렵다면 최소한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한마디에 말 잘 듣는 고등학생이 되어 끔찍한 참사의 희생으로 끝나는 일은 없을, 최소한 스스로 살아남을줄 아는 교육으로 바꿔야한다.

인터넷에 유행하는 바칼로레아식 생각법이 궁금해 위키백과사전에 [바칼로레아]를 검색해보니 이렇게 나온다.
 
나폴레옹 시대인 1808년에 시작되어 약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철학-논술 시험문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학 교수가 아닌 현직 교사들이 문제를 낸다. 한국의 수능보다 생각을 깊게 해야 풀 수 있다. 414분동안 230개의 객관식 문제를 찍는 하위 10%, 20%, 30%의 아이들에게도 생각할 기회는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전역이 채택한 국제 바칼로레아(IB)의 교육 표준이 필요한 이유이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 정신을 드높인다'는 국민교육헌장에도 등장하는 정신인 창의, 창조, 실질, 협력 교육이 바야흐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선 아프지 않아야 한다. 힐링이 아닌 큐어.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백년대계, 교육의 살을 째고 암을 도려내야 하는게(surgery, cure)가 필요한 나라인데, 그 이후 단계인 힐링부터 내세우니 우리 교육에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기인한 절망적 구호만 난무하게 되었다. 울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학업성취도마저 높아지면 더 큰일이다. 불행의 각성은 현실을 비관하게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청년 자살률 상승 곡선이 사교육비 상승, 학력 상승 곡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진보진영의 논리도 갑갑하다. 법적으로 교총회장은 국회의원직이 불가하지만, 참교육을 내세우며 탄압받던 전교조 회장은 두 명이나 국회에 진출한, 어느새 정치적 파워가 막강한 집단이 되었다. 그 막강한 전교조가 글로벌 인재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을 반대하고 있다. 참교육을 외치며 전인교육을 지향하던 전교조는 더이상 없고 오로지 자신의 정년과 그날까지 보장된 월급을 위해 썩어버린 교육 체제를 지탱하려 애쓰는 늙은이들만이 남았다. 

 
대학가 상인들은 학생들을 단지 '객단가'로만 보고, 집주인들은 '세입자'로만 본다. 대학들이 기숙사를 지어 지방 학생들의 편익을 도모하려 하면 대학가 인근 하숙집 주인들이 어떤 수를 동원해서라도 무산시켜버리는 무서운 나라가 됐다. 낭만이 사라져버린 사회엔 더이상 하숙집 어머니도, 막걸리집 이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또 반발하는 젊음들에게는 [세대전쟁]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매도해버리는 끔찍한 만행들을 저지르고 있다.
 
쓰기, 특히 복합적 사고의 쓰기가 주 교육 과정인 IB는 선생님들의 밥그릇을 뺏자는게 아니다. 가전제품도 인터넷과 연결해 컨버젼스형으로 사용하는 나라, 심지어 백색가전인 냉장고, 세탁기까지 지능형으로 바꿔내는 나라에서 왜 아이들 교육은 일방향으로 단순하게만 배워야 할까? 특히 체육, 음악, 미술시간에 이뤄지는 자율학습은 창의성이 말살되는 교육의 끔찍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연극은 창의적 종합예술이다. IB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업도 바로 그래서 연극이다. 실력이 출중하지만 배고픈 대학로의 예술인들에게는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도 있으니 청년실업 해결의 새로운 대안도 될 수도 있다.
 
 
또한 IB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도서관 사서.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 저임의 저학력 근로자로 인식되는 일이나, 스스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의 IB교육에서는 책을 먼저 읽고 이해하고 있는, '도서관의 살아있는 구글'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을 저임으로 부려먹겠다는 구조에서는 교육 수준이 낮고 처우가 열악해 직업의식마저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매우 큰 문제다.
 
유아기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도 비슷하기에 반복되는 어린이집 문제가 나타난다.
그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더 좋은 인력들도 들어올 수 있고, 그래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뇌의 80%는 유아기에 발달한다. 학력이 높아져야만 많이 공부한 사람에게 배울수 있는 구조엔 그래서 논리적 오류가 있다.
 
담배에도 교육세가 붙는 나라. 대한민국은 담배 판매로 2012년 기준 전체 지방교육세의 27.4%를 충당했다. 흡연은 교육적으로 장려해야하는 나라의 아이러니는 이익집단의 부정부패를 혁신하고,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이 다같이 노력해 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할때 해소될 수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아이들이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스스로를 놓고 있다. 출산률 마이너스의 나라, 더 많은 소중한 아이들을 잃기 전에 세계표준의 행복한 교육 혁명이 필요하다.
편집: 이동구 에디터
이대원 주주통신원  bigmot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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