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케이비에스(뉴스 9)는 “이승만 정부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본정부에 한국국민 6만 명의 망명의사를 타진했고, 일본이 한국인 피난 캠프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담긴 일본 야마구치 현의 문건을 단독 보도했다. 독자는 그 보도를 보고 놀라기는 했지만, 이승만이라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긍이라지만, 한국국민으로서 긍지가 심하게 상처받는 수긍이라고 할까?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승만은 6.25남침 때 라디오방송으로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해놓고 정부는 대전을 거쳐 대구로 갔다가, 다시 대전으로 왔다가, 마지막에는 부산으로 임시정부를 옮겨 다녔다. 그 사이 남하하는 적을 저지한다는 구실로 한강 다리를 폭파하여 수많은 피난민이 떨어져죽었다. 일설에는 사태가 더 악화되면 제주도로 옮길 계획까지 세웠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그래도 제주도는 한국 영토 안에 있으니까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한국을 식민지로 침탈했던 일본이기에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일본으로의 망명정부 이전 보도는 참담했다.

상해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일본 대신 미국의 위임통치(mandatory)를 주장했던 그였기에 능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임진왜란 때 선조의 몽진이나, 이괄의 난과 병자호란 때 인조의 몽진이 동시에 떠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가 위난을 당했을 때 국가 원수가 선두에 서서 투쟁하기는커녕 이리저리 쫓겨만 다니면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데 이 보도의 사실 확인은 뒤로 미룬 채 이승만기념사업회 등 보수단체의 반발 및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 케이비에스 이사장의 개입으로 해당보도와 관련된 4명의 간부들을 모두 평기자로 발령 낸 케이비에스 사장의 인사조치가 또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사장연임을 위한 눈치보기행태에 쓴 소리가 많다. 이에 더하여 방송통신위원회(방심위)는 방송심의소위를 열어 해당보도의 객관성 및 공정성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점입가경이다. 이토록 보도의 자유가 제약을 받아서야 어떻게 공정보도를 할 수 있겠는가? 공영방송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는 중론이다.

[해당기사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703000.html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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