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갤러리] 이주형 주주통신원

첫인사를 드리는 게 왠지 어설프게만 느껴 집니다.
암튼 주주통신원이 된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져보면서
첫출발, 참으로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최근 쓴 졸작을 보여드림으로 인사를 대신 할까 합니다.

 

젊은 엄마들

서울나들이를 종종 하면서 자주 목격하고 느낀 나는
언제부턴가 종적 없이 사라진 경부선 통일호를
애타게 그리워하며 오직 통일이란 두 글자를 잊지 못해
지금은 무궁화호 타고 가면서도 통일호 향수에 취해본다
지겨운 느낌으로 새마을호는 앞으로 오십 년, 백년 더
타야만 하고, 요금 비싼 KTX보다 사치스런ITX보다
언제나 느린 무궁화호가 정겹고 사랑방처럼 좋다

여기 앞뒤에 앉은 젊은 엄마들이 너무도 예쁘고
정겹고 보고만 있어도 생동감을 느끼는 미래의 주인공들
나이 스물 너 댓 살 안팎의 처녀처럼, 싱싱한 배추 같은
어떤 젊은 엄마 중에 얼굴은 미모인데 양쪽 송곳니가
흡사 드라큘라마냥 생겼을까, 교정할 수 없을까
함께 탄 세 명의 젊은 엄마 또래들은 동기동창으로
서울나들이를 가는데 경기도 어느 역에서 탔다

젊은 엄마들은 똑 같은 돌 지난 두세 살 아기들을
곁에 앉혀놓고 놀거나 말거나 자기 손바닥의 휴대폰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아기가 칭얼거릴 때마다
눈앞에 보여주는 게 한심해 나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어
“아이들 손에 종이를 구겨 줘보세요. 무의식적으로 느낄 게다
이러한 행동반복으로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했더니
한 젊은 엄마는 “유치원에서 가르쳐 준다”고 아는 척했다

과연 유치원교사가 종이를 구겨 손에 가지고 놀라고 하든가
언젠가 젊은 엄마는 다섯 일곱 살 아이를 데리고 열차를 탄
두 젊은 엄마 역시 휴대폰장난감만 갖고 자기끼리 놀며
서울역출발부터 아이들 넷이 소란스럽더니 점점 소릴 지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겨워 생발광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입 다물라” 할 수 없고, 독서가 집중되지 않아 다음 칸으로 갔다
이럴 때 왜 엄마들은 동화책을 준비해 뒀다 읽어주지 못할까

이주형  whitehead-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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