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십니까?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정영무입니다.

평소 한겨레신문에 대해 보여주신 관심과 애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번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하는 교육부의 의견광고 게재(<한겨레> 10월19일치 1면)로 독자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평소 한겨레를 아끼고 애정을 보여주셨던 독자님께서 이번 광고를 보고 실망하실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교육부 의견광고를 싣기로 한 배경, 그리고 신문사의 고민과 원칙을 좀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교육부 의견광고를 싣더라도 한겨레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논조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한겨레는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정부 논리의 허구성, 국정화의 폐해를 알리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아울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의 의도와 움직임도 정보 차원에서 전달할 것입니다. 즉 잘못된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결연하게 비판하되 정부의 움직임도 공정하게 취재보도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겨레가 창간 이래 27년간 지켜온 민주언론으로서의 원칙입니다.

광고를 싣는 지면도 기사를 싣는 지면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예고한 이래 한겨레는 야당과 여러 시민단체들의 교과서 국정화 반대 의견광고들을 연일 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자신들의 의견광고 게재를 요청해왔던 것입니다. 그릇된 국정화를 강력하게 비판하되 세상에는 우리와 다른 견해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세상의 진보적 변화와 민주적 개혁을 앞장서 주장하되 그것에 반대하는 세력의 움직임도 공정하게 소개는 해주는 것. 저희는 그것이 기사 지면이든 광고 지면이든 공통적으로 견지해알 할 언론의 원칙이라고 봤습니다.

교육부 광고를 실은 것은 민주적 여론 형성을 선도해야 할 언론으로서 가장 책임있는 자세가 무엇인가를 고민한 결과였습니다. 단순히 광고비 수입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국정화 반대 시민운동이 거세게 벌어지고 있고, 독자들 가운데 교육부 광고를 보고 마음에 상처를 받을 분이 계시리라는 점을 몰랐던 것도 아닙니다. 교육부 광고를 거부하면 아무런 논란이 없고 속이 편할 것도 모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기사 지면이나 광고 지면이나 모두 열린 마당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기사 지면도 아닌 광고 지면에서마저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의견 주장’마저 막아버리는 것, 그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우리의 신념을 굽히지 않되 다른 견해도 들어줄 줄 아는 개방성이 민주주의 원리라고 믿습니다.

물론 모든 광고를 다 싣자는 것은 아닙니다. 한겨레신문사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신문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기자협회가 1961년 9월에 공동으로 설립한 언론자율기구)의 ‘신문광고윤리강령’ 및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등을 내부 심의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전반적인 내용은 법률로 금지된 광고, 명예훼손, 프라이버시(사생활) 침해,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 등의 광고를 금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한겨레는 또 ‘상도의에 벗어나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광고 게재 기준을 두고 있으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만한 사안일 경우 임원진이 별도로 심의하는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기준에 따라 광고 게재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워낙 중차대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독자분들 가운데 여전히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신문사도 이런 점 때문에 지난 10월26일 회사와 노조,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들이 함께 토론회를 열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했습니다. 그 결과 현행 광고 게재 기준과 절차를 더 따져보고 보완할 점을 찾기로 했습니다. 다음에라도 비슷한 광고 게재 요청이 있을 경우 원칙과 현실은 무엇인지, 독자들의 여론은 무엇인지 등 여러 측면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독자님,

이번 광고 문제와 관련해 신문사에 연락해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한겨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다시 감사드리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가지 부탁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질책은 감수하겠습니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에 대한 성원은 중단없이 계속해주시길 머리 숙여 요청드립니다.

2015년 11월3일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정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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