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과 2일, 강원도에 어마어마한 눈이 왔다. 제일 많이 온 곳이 거의  90cm에 육박했으니...  3월에 내린 폭설로 16년 만에 최대 적설량이라 한다. 교통이 마비되고 차량이 고립되는 난리가 났다. 슬프게도 기후위기에서 온 기상이변이란다. 그 덕에 3월 설악산 눈 산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얼마나 오랜만에 하는 산행인가? 설악산 눈은 그대로 있을까? 혹사당하는 지구는 잠시 잊어버리고 은근 기대가 되었다.

3월 6일 아침 일찍 설악산을 향해 나섰다. 산행 코스는 백담사에서 수렴동 계곡까지. 10시 막 넘어 도착한 백담사행 버스 주차장은 뭔가 수상했다. 우리 차를 제외하고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내린 눈을 아직 치우지 못해  백담사까지 버스 운행을 하지 못한단다. 버스는 물론 도보로도 갈 수가 없단다. 물론 백담사 이상으로도 입산금지다. 다행히 비선대, 비룡폭포, 흔들바위, 주전골 계곡, 대승폭포는 탐방할 수 있다 알려주어, 우리는 가장 쉬운 코스인 설악산 비선대 코스로 향했다.

설악동에 도착하니 싸라기눈이 내리고 있었다. 영하 날씨는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산 기운이 차긴 찬가보다. 신흥사 입구를 막 돌아가는데 산수화 한 폭이 펼쳐진다.

사람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한 사람 정도만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가다보니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옆으로 비켜줘야 한다. 아무래도 스피츠와 아이젠을 꼼꼼히 차는 것이 좋을 듯 싶어 30cm 이상 빠지는 눈을 헤치고 앉아 철저히 점검했다. 자... 준비완료!!!

비선대로 가는 길은 너무 평탄해서 심심할 지경이었다. 완전 무장도 했겠다! 일부러 사람 발자국 하나 없는 눈 한가운데 들어가 눈 속에 푹푹 빠지는 재미진 놀이를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했다. 어릴 적 개구쟁이가 된 느낌이다. 오랜만에 세월을 넘은 웃음이 나왔다.

비선대에 도착했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비선대 바로 위에 솟아오른 바위는 여전히 멋지다. 선녀가 반해 내려올만하다. 

비선대 건너편 계곡은 천불동계곡이다. 불상을 닮은 천개의 기암괴석이 있다 하여 '천불'이란 이름이 붙었다. 천불동계곡은 비선대에서 대청봉 방향으로 약 8km 계곡이다. 금강굴, 귀면암, 오련폭포, 양폭, 천당폭포 등 유명한 기암괴석과 폭포, 소(沼)가 이어진다. 천불동계곡과 비선대는 대한민국 명승 제 101호로 지정될 정도로 외설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비선대에서 양폭까지는 조금 가파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양폭에서 희운각까지는 숨이 턱턱 차게 올라가야 한다. 희운각에서 대청봉까지는 네 발이 필요할 정도로 가파르다. 이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려면 양폭 바로 전 오련폭포까지 3km는 올라가야하는데...  비선대 이후로는  막혀있다. 아쉬운 마음에 천불동계곡과 비선대를 떠나질 못하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또 본다. 

 

설악동으로 내려오면서 만난 소복소복 눈 잔치. 하얀 털옷 입은 동물들이 소곤소곤 이야기하며 놀고 있는 것만 같다.

또 만난 겨울 산수화  두 점. 한 점은 은은하고, 한 점은 씩씩하다.  

왕복 5km. 천천히 놀며가며 하다 보니 2시간 넘어 걸렸지만, 3시도 되지 않았다길이 수월해서 등산을 한 것 같지 않아 아직도 다리 힘이 넘친다. 욕심을 내서 한 군데 더 가야하지 않을까? 3월에 설악산을 덮은 눈 잔치... 또 보기 쉽지 않을 텐데...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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